독무대를 이루는 뮤직비디오 속 싸이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 YG엔터테인먼트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세계적으로 큰 화제와 이슈를 낳는 중이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대체로 싸이는 뮤직비디오의 메인에 자리한 가운데, 여러 배경이 서브 텍스트로서 이야기를 얕게 흐트러뜨리는 가운데, 하나의 배경 이미지로서 왔다 갔다 빠르게 변환되며 노래가 갖는 속도감에 상응한다.

곧 뮤직비디오 내내 검은 선글라스를 낀 싸이는 하나의 캐릭터를 형성하고, 중심을 벗어나지 않은 채 노래와 춤을 작동시킨다. 그는 여기서 철저한 자신의 역동적인 무대를 잃지 않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여러 배경 이미지는 그저 변화되기 위해 존재하며, 시각적 화려함을 주고, 또 오직 패러디로서 그 자체에 의미를 크게 두지 않는 것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대부분 뮤직비디오는 노래를 하더라도 거기에 따른 음악 소스는 편집을 통해 새롭게 맞춰진다. 결과적으로 뮤직비디오 속 노래는 립싱크인 셈인데,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의 경우는 노래가 하나의 배경 음악으로 사용되는 드라마형 뮤직비디오의 전개와는 다른, 그가 철저히 주인공이다. 여기에 그의 노래에 따라 그의 입과 행동이 많은 부분 음악과 싱크를 제대로 맞추고 있다.

뮤직비디오를 빛내는 여러 게스트들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왼쪽이 황민우 군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왼쪽이 황민우 군 ⓒ YG엔터테인먼트


결과적으로 싸이의 실제 무대를 조금 더 화려하고 역동적으로 보는 느낌을 뮤직비디오는 주고 있다. 여기에 몇몇 다른 게스트들이 출연해 그의 중심을 순간적으로 가져가게 된다. 처음 게스트는 올해 7살의 황민우 군인데, '리틀 싸이'로 불리는 만큼, 뮤직비디오 내에서는 싸이의 옆에 위치하며 그의 페르소나로서 작동한다. 곧 중심을 차지하기보다는 싸이라는 존재를 더욱 강화시키는 데 그친다.

다음 유재석이 나와 그와 배틀을 펼치지만, 온갖 폼을 잡던 유재석은 올 때 타고 온 스포츠카를 타고 가버리는 식으로 사라지고 만다. 유재석이 춤을 출 때에도 싸이는 여전히 자신의 춤을 천연덕스럽게 춘다. 유재석에게 다소 밀리는 것 같은 화면에도 싸이는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고 카메라에 잡힌다.

바로 엘리베이터 안에서 노홍철이 싸이를 가랑이 사이에 두고 소위 그의 골반을 활용한 '저질 댄스'를 추지만, 둘은 이질적으로 조합되며 그 가운데 싸이는 자신의 춤과 표정을 잃지 않는다.

현아, 새로운 중심을 가져가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 YG엔터테인먼트


그런데 실제 그의 진정한 라이벌은 오히려 현아다. 현아는 여기서 매우 독특한 캐릭터로 작용하는데, 보통의 남녀가 애정 관계의 축을 형성하고 의존 관계를 빚는 것과 달리, '배트맨'과 '캣우먼'의 관계처럼 분명 긴밀한 관계에 있지만 독자적인 영역의 자기 세계를 구축한다.

일단 현아의 등장은 드디어 온전히 싸이에게서 그 중심을 빼앗아 오는데, 지하철 봉을 잡고 갑작스럽게 춤추는 현아의 모습은 싸이의 '말춤'과는 다른 춤의 리듬과 형식을 보여주며 등장하더니 이내 '여신 포스'를 풍기며 오고, 그에 반한 싸이의 모습이 교차하며 비춰진다. 그리고 둘의 말춤판이 벌어진다.

싸이가 중심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하고 의외로 가장 눈에 띄는 게 현아다. 첫 등장 신에서 그녀는 매끄럽게, 잡히지 않을 듯 빠져 나간다. 무작정 촐랑대는 듯하지만 탄력 있고, 섹시함을 어필하는 듯하지만, 동작들을 하나의 순간으로 고정시키거나 완성하는 대신 탄력 있는 자신만의 리듬 안에서 이어 간다.

현아 외에 다른 여성 가수들 중에 이만큼 신선하고 개성 있게 싸이라는 막강한 라이벌에 맞서 자신의 존재감을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이효리 VS 현아

 '현아',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현아',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 YG엔터테인먼트


그룹이 아닌 솔로로서 또한 노래와 춤을 함께 소화해 내는 퍼포머로서 온전한 무대 위 존재감을 가져갈 수 있던 존재라면,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로 이어지는 국내 여성 솔로 가수들의 일종의 계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중 가장 현아와 시간 간격이 가까운 이효리의 경우, 강한 여자 내지는 여성 전사 스타일로 정체성을 맞추려 하는, 그래서 대상화되지 않는 일종의 강한 주체성을 내세우며 소위 '포스' 있는 무대를 보여주지만, 그녀의 솔직함이 늘 그 무거운 무대 콘셉트를 이기지 못하고 마는데, 이는 진지하지 않은 모습의 웃음으로 드러나곤 했다.

결국 그저 솔직한 그녀의 평소 모습이 무대로 확장되어 결과적으로 현실과 무대가 간극을 맺는 측면이 생겨나는 한편, 그녀의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둔탁한 몸놀림을 일정 부분 가져가는 부분이 있었는데, 현아는 분명 이효리와는 다른 부분이 감지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 YG엔터테인먼트


현아는 섹시 콘셉트를 직접적으로 가져간다기보다 다시 말해 그녀 스스로가 대상화된다기보다 능수능란한 춤꾼 그 자체로서의 정체성을 가지는 게 커 보인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섹시함은 관찰되거나 은밀한 무엇이라기보다는 그녀의 춤이 빚어내는 광경 자체에서 그저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녀의 움직임은 군더더기 없다. 둔탁하지도, 안무를 연습해 그것을 재현하는 느낌도 전연 주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이효리의 경우, 십분 만에 남자를 유혹 가능하다거나 "너의 말이 그냥 나는 웃긴다"라는 단적인 가사로 스타의 정체성을 노래를 통해 구현하며, 강한 주체의 모습을 가져간다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속 현아는 '어떤 잡히지 않음' 그 자체로 상정되며 묘한 매력을 준다.

현아가 전형적인 미인이라기보다 개성 있는 미를 지닌다와 같은 말을 꺼내려는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현아의 얼굴은 그녀의 춤 안에서 기능하며, 그녀의 얼굴을 포함해 그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가 하나의 춤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그녀의 미는 그녀의 춤 안에서 다른 식으로 감각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부분은 현아가 선 평소 무대에서 확인되는 부분으로, 단지 뮤직비디오의 콘셉트에 따른 것만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싸이의 독보적인 춤, '안무'라는 것

싸이의 춤은 몸 전체를 유동하며 일종의 '덩어리 육체', 에너지의 강력한 흐름 자체를 만들어 낸다. 싸이는 분명 춤에 있어 자신만의 독보적인 감각이 있다.

사실 '안무'는 몸을 쓰는 자연스런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자 몸을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소위 춤을 추는 아이돌의 안무는 일종의 짜인, 그리고 고정된 안무의 재현적 반복들에 가까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무가 일종의 정확하게 맞춘 춤의 형식적 틀의 의미로 사용되는 것은, 안무라는 원래의 개념이 현실에서는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것에 가깝다. 싸이의 춤이 생기를 띠는 것은 또한 짜인 틀을 벗어나는 안무가 되는 것은 이 춤이 그의 몸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 YG엔터테인먼트


한 가지 싸이 춤의 이채로운 점은 싸이와 현아가 같이 말춤을 출 때 말고삐를 타며 다리를 제기 차듯 왔다 갔다 스텝을 밟는 데 있어 싸이와 현아 각각 서로 팔과 다리의 움직임 방향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이는 싸이의 말춤이 상반신과 하반신을 제각기 자유롭게 놀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리는 곧 우리의 신체가 아닌 말의 다리처럼 팔 동작과 상관 없이 스텝을 밟으면 되고, 그 위에 말에게 채찍을 가하는 사람의 팔이 결합되는 게 싸이의 말춤인 것이다.

싸이의 몸 전체를 놀리는 그만의 안무에 놀라면서도, 그의 뮤직비디오 속 끼 많은 현아라는 존재에 두 번 놀라게 된다. 무엇보다 가볍고, 매끄럽게 신체를 놀리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각적으로 하나의 춤을 이루는, 전형적인 틀 자체에서만 추는 것을 벗어날 수 있는, 그래서 자신만의 무대를 만들 수 있는 여성 솔로 퍼포머이자 가수로서 이효리를 잇는 자, 바로 현아가 아닐까 싶은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아트신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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