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K리그 30라운드가 지난 26일로 모두 마무리됐다. 이로써 9월 15일부터 재개되는 상위, 하위 스플릿 진출팀이 모두 가려졌다. 상위스플릿 진출팀은 1위 서울을 시작으로 전북·울산·수원·포항·부산·제주 그리고 30라운드에서 마지막 티켓을 거머쥔 경남까지 8개 팀. 경남과 마지막까지 8위 경쟁을 벌였던 인천·대구·성남은 전남·대전·광주·상주·강원와 함께 하위스플릿에 포함돼 강등 경쟁을 벌이게 됐다.

30라운드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8위 경쟁. 경남·인천·대구·성남이 보여준 피말리는 순위경쟁은 K리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팬들에게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을 넘어 승강제를 앞둔 K리그에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흥미진진했다. 마치, 하위스플릿에서 강등경쟁을 펼쳐야 하는 전남·대전·광주·상주·강원의 생존경쟁을 미리보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네 팀이 벌인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는가는 30라운드 순위표를 보면 고스란히 드러난다. 8위 경남과 11위 성남의 승점 차는 단 3점. 최종 8위에 오른 경남(승점40/12승4무14패/3)과 9위 인천(승점40/10승10무10패/-2)은 승점마저 같아 득실차로 순위를 가렸다. 결국 드길에서 5점이 앞선 경남이 상위스프릿 마지막 티켓을 잡았다. 10위 대구(승점30/10승9무11패/-7)도 승점 1점이 모자라 분루를 삼켜야 했다.

 득실차로 갈릴 8위 경쟁, 그래서 더 아쉬운 인천과 대구

득실차로 갈릴 8위 경쟁, 그래서 더 아쉬운 인천과 대구 ⓒ 전제은


반전드라마 주인공 경남, 상위 스플릿에서 유일한 시민구단 되다

네 팀의 경쟁으로 좁혀진 리그 후반기 8위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일정을 확보한 팀이 바로 경남이었다. 연패를 당하며 최하위로 추락한 전남, 하락세를 면치못하 던 부산, 하위권 광주전을 남겨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그 1차전에서 패배를 멋지게 설욕하며 8강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려 했던 전남에게 0-1패배는 쓰라렸다. 단숨에 10위로 밀려나며  8위 경쟁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다행히 29라운드에서 부산을 상대로 2-0 승리를 거두며 마지막 희망을 이어갔지만 대구와 인천도 나란히 승리를 기록, 쉽지 않아 보였다.

최종전인 광주전에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전반까지만 하더라도 0-1로 끌려가며 대진운을 살려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반드시 승리하고 대구와 인천의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0-1로 끌려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절박함으로 시작한 후반, 고재성과 최현연이 연속골을 뽑아내며 2-1 역전. 서울에 뒤지고 있던 대구와 제주에 득점없이 맞서고 있던 인천을 밀어내고 8위에 이름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마지막 티켓을 확보한 경남!! 경남은 상위스플릿에 속한 유일한 시민구단이 됐다.

5연승 신바람, 승리가 가장 절실했던 순간에 무승부 기록한 인천

후반기 K리그 이슈의 중심에는 인천이 있었다. 전반기 최하위까지 떨어지며 위기에 빠졌던 인천이 김봉길 감독의 지도 아래 안정세를 되찾더니 막판 5연승을 구가하며 단숨에 8위권까지 치고 올라온 것. 하위권팀 전남·대전·강원을 상대로 시작된 연승 행진은 울산과 전북까지 집어 삼키며 걷잡을 수 없이 이어졌다. 마지막 제주도 인천의 연승 재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승리가 가장 필요했던 제주와의 최종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며 안타깝게도 마지막 결실을 보지 못했다.아쉽게도 상위 스플릿 티켓을 놓쳤지만, 후반기 K리그의 중심에는 인천의 5연승이 있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서울만 만나면 펄펄날 던 대구, 하지만...

대구는 후반기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이며 동력이 다한 느낌이었다. 스플릿 시스템으로 인해 빡빡한 경기일정은 스쿼드가 풍부하지 못한 시민구단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인지 대구의 후반기는 전반기 깜짝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좋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거둔 29라운드 강원전 승리는 8위 진출의 희망을  더욱 키웠다. 대진운도 나쁘지 않았다. 29라운드, 승점 39점으로 8위 인천과 동률. 마지막 경기는 서울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심 대구는 승리를 예감했을 지도 모른다.

그만큼 대구는 서울에 강했다. 연승을 기록하거나 징크스까지는 아니었어도 중요한 순간 대구는 서울의 발목을 잡곤 했다. 하지만, 대구도 가장 필요했던 순간, 기분좋은 기운을 이어가지 못하며 서울에 0-2로 패하고 말았다.

28라운드 포항에 패한 것이 못내 아쉽다. 대구는 최근 포항과 네 번의 맞대결에서 2승2무로 압도적이었다. '대구 징크스'라 할 만큼 포항은 대구에 약했다. 하지만, 대구는 징크스를 이어가지 못했고 그로 인해 순위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기적을 기다리던 성남, 결국 기적은 없었다

8위 경쟁에서 가장 뒤쳐져 있던 팀, 성남. 27라운드까지만 하더라도 8위와 승점차가 6점. 피스컵 이후 반짝 성적을 거두다 이내 2연패를 당했따. 사실상 8위 경쟁에서 밀려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28라운드 대구와 경남이 패하면서 주춤하는 사이 상주를 3-0으로 대파하며 실낱같은 8강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29라운드 제주에 2-1 승. 경쟁팀들이 나란히 승리하며 승점 차를 좁히지는 못했지만 희망은 있었다.

30라운드 전반까지만 해도 성남의 기적은 진행형이었다. 수원을 상대로 1-0으로 앞서는 동안, 인천은 제주와 0-0, 경남은 광주에 0-1, 대구는 서울에 0-1로 끌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제주의 골을 기다리며 후반을 맞은 성남, 그들의 희망은 수원 보스나의 중거리 슛 한방으로 물거품이 되고 만다. 성남 1-1 수원, 기적은 없었고 성남의 긴 탄식이 이어졌다.

무려 네 곳의 결과를 한꺼번에 확인해야 하는 초유의 상황이 닥쳤다. 그 짜릿한 역전드라마의 승자는 경남이었다. 시민구단 유일의 상위 스플릿 진출팀, 시즌 도중 벌어진 구단 내부 문제의 시련을 딛고 이뤄낸 성과라 더욱 값지다.

4팀이 보여준 치열한 순위싸움, 이제 하위스플릿에서 경쟁하게 될 8개팀, 그 중 전남·대전·광주·상주·강원, 이 5팀이 물려받을 차례다. 네 팀의 승점차는 단, 4점. 매 라운드 마다 순위변동은 널뛰기를 할 가능성이 높아 8위 경쟁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생존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9월 15일부터 시작되는 상위·하위 스플릿팀간의 14라운드. 그 14회에 걸친 축구 드라마의 결말이 어떻게 될까. 드라마의 예고편이나 다름 없었던 8위 경쟁으로 인해 팬들의 기대는 한층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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