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축구가 일본과 숙명의 한일전(30일)을 펼칠 예정인 가운데, 한국 복싱 역시 일본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한국프로복싱의 '풍운아' 이재성(록키체·29)과 '히팅머신' 김택민(록키체·26)이 9월 1일 오사카 스미요시체육관에서 일본 선수들을 상대로 OPBF(동양태평양복싱연맹) 랭킹전에 나선다. 양 선수 모두 신인왕·한국챔피언·동양챔피언을 거친 한국의 간판선수들이지만, 세계 무대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상위 랭킹에 즐비한 일본 선수들을 제압해야 하기에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과감히 원정 경기에 나선 것.

 김택민과 이재성 오사카 경기 포스터

김택민과 이재성 오사카 경기 포스터 ⓒ 이충섭


이재성은 신인왕·한국챔피언을 거쳐 2008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 뉴욕 등에서 활동하다가 지난해 12월 11일 첫 일본 원정경기에 나서 마츠모토 아키히로를 1라운드 KO로 잠재우며, 2006년부터 6년 넘게 이어지던 한일전 연패의 사슬을 끊은 바 있다. 당시 마츠모토는 21세의 동양챔피언 출신으로 세계타이틀 전초전 성격으로 이재성을 제물로 삼기 위해 초청했다. 하지만 결과는 '충격의 KO패'. 이후 마츠모토 측에서는 대전료를 3배로 내걸고 재대결을 제안했지만 이재성은 이를 거절했다. 이재성은 지난 5월 한국에서 태국의 강자 무앙시마를 제압하고 OPBF 수퍼밴텀급 랭킹 3위에 올라 호시탐탐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일본 원정 2연승에 도전하는 이재성

 지난해 12월 11일, 6년 동안 일본 원정 무승이라는 치욕을 이재성이 통쾌한 KO로 끊는 장면.

지난해 12월 11일, 6년 동안 일본 원정 무승이라는 치욕을 이재성이 통쾌한 KO로 끊는 장면. ⓒ 이충섭


일본 원정 2연승에 도전하는 이재성의 상대는 오구마 요이치(32). 그는 17전 13승(2KO) 4패의 왼손잡이로 까다로운 복싱 스타일의 소유자다 특히 수퍼밴텀급(55kg)에서는 보기 드문 181cm의 장신이다. 176cm의 이재성은 동급에서 최장신에 속해서 그간 키와 리치의 우위를 바탕으로 키 작은 상대들과 싸워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자신보다 키가 큰 상대와 맞붙게 됐다.

판정승부까지 가면 승산이 거의 없는 원정경기지만, 그렇다고 키 큰 왼손잡이에게 무턱대고 KO승을 바란다면 상대가 원하는 전략에 말려드는 셈이 될 수도 있다. 이재성은 지난 26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워낙 상대의 신체조건이 기이해 비슷한 스타일과 스파링을 해볼 수 없었던 점이 아쉽기는 하다"면서도 "초반 탐색전을 통해 스타일을 파악하고 중반 이후부터는 약점을 공략해서 KO승을 노리겠다"고 밝혔다.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공격형 파이터 김택민

 오사카에서 훈련 중인 이재성(오른쪽)

오사카에서 훈련 중인 이재성(오른쪽) ⓒ 이충섭


한편, 김택민은 이재성과 같은 록키체육관 소속 후배이자 스파링 파트너로 나란히 이재성을 뒤를 이어 신인왕·한국챔피언에 올랐다. 하지만 이재성이 12월 11일 일본 원정경기서 값진 승릴르 거둔 날, 김택민은 거제도에서 일본의 다니구치에게 판정패를 당해 PABA 타이틀을 잃었다.

김택민의 생애 첫 해외 원정경기이기도 한 이번 경기의 상대는 사토시 모모타(27). 모모타는 15전 8승(3KO) 7패를 기록하고 있지만 링 위에서는 '미친개' '마초맨'이라 불릴 정도로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에 맞서는 김택민도 공격에서 둘째라면 서러운 한국 최고의 파이터다. 일본 무대에 첫발을 내딛는 김택민과 모모타의 경기가 세계 타이틀전 메인이벤트 직전에 열리는 세미 파이널 경기로 정해진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현역 한국 최고의 파이터 김택민

현역 한국 최고의 파이터 김택민 ⓒ 이충섭


보디빌더 못지않은 근육질 몸을 자랑하는 모모타는 "애송이 김택민에게 사무라이의 진면목을 보여주겠다"며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김택민은 "상대가 더럽게 나오면 맞불 작전으로 나갈 것"이라며 "(상대가) 거칠게 나올 겨를도 없이 체력으로 압박하겠다"고 전의를 세우고 있다.

이재성, 김택민을 비롯해 문병주, 김보영 등 신인왕과 한국챔피언을 다수 배출한 록키체육관은 오사카 무토체육관과 결연을 맺고 지난 7월부터 두 선수를 오사카 현지서 합숙시키며 이번 경기를 준비해왔다.

 오사카 MUTO 체육관에서 훈련 중인 김택민, 이재성

오사카 MUTO 체육관에서 훈련 중인 김택민, 이재성 ⓒ 이충섭


이번 복싱 경기에는 현지 교포들도 뜨거운 관심을 보이며 대규모 응원전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복싱팬들은 한국 프로복싱의 간판선수 두 명이 출전하는 이번 경기를 텔레비전으로 볼 수 없다는 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양국 간 첨예한 갈등 속에서 태극기를 들고 링에 올라 당당히 맞서 싸울 한국 프로복싱의 보배 김택민, 이재성 선수의 멋진 승전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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