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첫 방송된 MBC <일밤-승부의 신>

19일 첫 방송된 MBC <일밤-승부의 신> ⓒ MBC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다. 19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일밤-승부의 신> 이야기다. <무한도전>의 한 에피소드에서 그 구조를 그대로 따왔다는 점에서는 일부 대중의 반발을 사기도 했고, MBC 파업 중 제작이 시작됐다는 이유로 완성도 면에 있어 우려를 낳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날 방송된 <승부의 신>은 그간의 반발과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선봉에 선 것은 두 명의 MC이자 첫 번째 대결에 나선 탁재훈과 김수로였다. 이들은 자신을 낮추는 개그까지 받아 내거나(탁재훈) 지나친 의욕으로 기물까지 파손하며(김수로)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을 보여줬다. 본 대결에서도 박진감 넘치는 승부가 계속됐다. 별것 아닌 대결은 '이기고 싶다'는 MC들의 의욕이 더해지며 한 판 승부로 탈바꿈했고, 탈락한 관중을 바라보는 이들의 눈빛은 진정성까지 얻어내는 효과를 거뒀다.

뿐만 아니라 극한 환경에서의 생존을 그리는 SBS <정글의 법칙>이나 일곱 남자가 매주 다른 미션을 수행해 내는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과는 다른 지점을 만들어 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첫 방송 전 "동 시간대 방송되는 프로그램과 비교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표했던 제작진의 말처럼, <승부의 신>은 분명 기존에 방송되던 프로그램과는 다른 시청자층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나타냈다.

결론적으로 <승부의 신>을 통해 이름까지 바꾸어가며 쇄신을 꾀한 <일밤>은 단단한 진용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방송됐던 <일밤>의 큰 문제 중 하나는 '오랜 시간 지속된 코너가 없다'는 점이었다. 물론 이는 해당 프로그램의 부진 탓이 먼저였지만, 들쑥날쑥한 편성 탓에 온전히 하나의 프로그램을 즐길 겨를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MBC <우리들의 일밤-승부의 신>의 MC들

MBC <우리들의 일밤-승부의 신>의 MC들 ⓒ MBC


그러나 일단 어느 정도의 재미를 보인 <승부의 신>은 비교적 오랜 시간 동안 시청자들을 찾아올 발판을 마련했다. 그렇게 된다면 1부 <승부의 신>, 2부 <나는 가수다2>로 이어지는 <일밤>이 고정된 틀을 갖고, 안정성 위에서 보다 나은 재미를 찾아갈 기회도 함께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필요한 것은 있다. 바로 '승부 그 자체의 이유'를 확고하게 하는 것이다. 원조 격인 <무한도전> '하하 VS 홍철' 편은 두 멤버 간의 사소한 싸움을 하나의 에피소드로 만들어 낸 것이었다. 이는 <무한도전>이 오랜 시간 방송되며 나름의 브랜드를 갖춘 데다 그 속에서 캐릭터들도 명확한 성격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를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확장한 <승부의 신>은 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했다. 아직은 프로그램에 역사가 없고, 캐릭터가 주는 힘도 약하다. 이 때문에 출연진의 캐릭터가 드러나지 않은 이번 MC 대결은 '막무가내식 대결'이라는 인상도 있었다. 대결에 앞서 일종의 공약을 걸긴 했지만, 이것만으로 '이래서 승부를 한다'는 느낌을 주기에는 2% 부족하다.

그렇다면 방법은 두 가지다. 외부에서 구축된, 대립적인 캐릭터를 가져와 <승부의 신>에서 맞붙이거나, <승부의 신> 내부에서 '대결을 벌이는 이들이 승부를 벌이는 이유'를 더욱 확실하게 만들어 놓는 것이다. 이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것은 결국 제작진의 몫이다. 첫 방송을 마친 <승부의 신>의 어깨가 무겁다.

한편 <승부의 신> 첫 회는 3.6%(AGB닐슨미디어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나타냈다. 동 시간대 방송된 <남자의 자격>은 10.6%, <정글의 법칙 IN 시베리아>는 17.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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