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각 18일 밤, 드디어 시작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 박지성의 퀸즈파크레인저스(이하 QPR)가 스완지에 0-5 대패를 당하며 불안한 시작을 알렸다. QPR 원정에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던 스완지는 감격의 첫승을 5-0, 대승으로 장식하며 QPR의 의욕적인 시작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만큼 QPR의 시작은 불안했다. 11/12시즌 강등권에서 간신히 탈출하며 대대적인 선수영입에 나섰던 QPR. 그 대표적인 선수가 박지성. QPR의 마크 휴즈 감독이 직접 협상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전격적인 영입에 성공하더니, 박지성의 맨유 동료였던 파비우와 최근 첼시의 보싱와까지 굵직굵직한 이적을 성사시키며 한껏 기대를 모았다.

그만큼 QPR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이적에 따른 긍정적인 요인보다 부정적인 요인이 더 크게 부각된 개막전이 되고 말았다. 한마디로 특색도 없고 조직력도 없는 모호한 QPR의 첫인상을 심어 주고 말았다.

물론, 공격적인 영입을 통해 확보한 선수들과 기존 선수간의 포지션 경쟁과 역할분담이 100% 완벽하게 이루어지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QPR의 이후 일정이다. 25일 노리치, 9월1일 맨시티, 15일 첼시, 23일 토트넘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간의 호흡과 조직력을 끓어 올릴 수 있는 여유가 없어질 뿐만 아니라 자칫 초반 연패가 시즌 성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5일 벌어질 노리치전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지만, 1주일 사이에 얼마나 변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센트럴 팍(central Park), 과연 유효한가?

 중앙미드필더로 선발출전해 90분가 그라운드를 누빈 박지성

중앙미드필더로 선발출전해 90분가 그라운드를 누빈 박지성 ⓒ EPL


스완지 전을 통해 드러난 QPR의 가장 큰 문제는 전술의 부재와 역할의 모호함이다. 스완지전에서 QPR는 4-4-2 전형을 기본으로 경기 중 4-3-2-1 혹은 4-5-1형태로 변화를 주며 경기에 임했지만 전형이 주는 장점들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 알 수 없듯 팀에 녹아들지 못한 선수들이 동료와의 연계플레이보다는 개인기에 집착하며 마크 휴즈가 추구하는 색깔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역할의 모호함도 대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그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박지성이다. 이날 경기에서 박지성은 QPR의 주장으로 4-4-2에서 중앙미드필더로 선발출전했다. 전반 초반에는 4-3-3의 공격형미드필더와 수비형을 오가며 경기를 펼쳐지만 공격형에 더 가까웠다. 문제는 시세의 아래에서 공격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수행하다가도 상대의 패널티 에어리어 근처에 이르면 뒤쪽으로 물러난다는 것이다.

QPR의 공격수들이 중앙으로 쏠리다 보니 한발 물러나 플레이를 펼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이러다 보니 세컨볼이나 흘러나온 볼에 빠르게 접급하지 못하며 상대에게 볼을 내주곤 했다. 박지성의 더 힘겨웠던 순간은 수비상황에서 벌어졌다. 수비형도 아니고 공격형도 아니다 보니 상대가 밀고 올라오는 순간 위치 선정에 어려움을 겪으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선수간 호흡과 포지션간 조직력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박지성의 능력을 100% 끌어 올릴 수 있는 포지션이 중앙 쪽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지성의 중앙 미드필더가 처음은 아니다. 맨유 시절에도 '센트럴 팍'의 위용을 과시하며 능력을 인정받았었다. 하지만, 맨유와 QPR는 완전히 다른팀이다. 맨유에서처럼 박지성의 플레이를 도와줄 동료도, 박지성의 패스를 받아서 골로 연결할 수 있는 동료도 QPR에는 없다. 있지만 능력치는 극과 극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박지성은 중원에서 너무 많은 역할을 부여받게 된다. 경기를 풀어가야 하는 게임메이커, 공격을 이끌어가는 공격형 미드필더, 수비상황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역할까지. 결코 쉽지 않다. 

QPR에서 분명 박지성은 중요한 선수다. 경험도 풍부하고 그만큼 능력도 인정받은 프리미어리그 대표선수다. 하지만, 그는 경기의 흐름을 바꾸고, 혼자 모든 것을 헤쳐나갈 수 있는 스타일의 선수는 아니다. 동료들과 팀의 전술에 녹아들며 그들과 함께 하는 연계플레이가 어쩌면 그의 가장 큰 장점.

이런 장점을 살려내는 것이 마크 휴즈 감독의 역할이다. 박지성에 대한 믿음은 이해하지만 그의 능력을 뽑아내고 팀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위치에서 활용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것이 꼬여버린 QPR의 포지션 난맥상을 헤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사실, 타랍의 플레이가 박지성의 역할을 모호하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랍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때와 상황에 따라 플레이를 달리해야 하고 동료를 활용하는 것이 스스로 또는 팀에게도 유리하다. 하지만 그는 모든 상황에서 자신의 개인기를 과신했다. 불필요한 볼터치가 늘어나면서 공격의 속도는 떨어졌고 패스를 받기 위해 움직이는 동료들의 체력소모만 늘렸다.

단, 한 경기로 QPR의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개막 전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QPR만의 색깔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조직력을 바탕으로 짜임새 있는 축구를 구사할 것인지? 아니면 마크 휴즈 특유의 선이 굵은 축구를 지향할 것인지? 상대와 상황에 맞는 전술은 갖추고 있는지? QPR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 급선무다. 선수의 활용과 역할의 분배도 바로 그 틀에 맞춰 새롭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막전 0-5 대패는 QPR의 선수들뿐만 아니라 마크 휴즈 감독에게도 충격적인 결과였을 것이다. 새롭게 거듭날지 아니면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방황할지, 2라운드 노리치전이 그 어떤 경기보다 중요해졌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ccead.blog.me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박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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