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우가 지난 10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카디프의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한국 대 일본 3,4위전에서 승리한 뒤 관중석에서 전달받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쓰인 종이를 들고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IOC는 이를 문제 삼아 박종우에게 메달 수여식 참가 금지와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박종우가 지난 10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카디프의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한국 대 일본 3,4위전에서 승리한 뒤 관중석에서 전달받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쓰인 종이를 들고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가 박종우의 '독도는 우리 땅' 세리머니에 대해 '일본축구협회에 사과문을 보낸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던 것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16일 오후, 민주통합당 노웅래 의원이 자신의 트위터에 일본축구협회가 수신인으로 되어 있는 대한축구협회의 편지 전문을 공개한 것이다.

11일,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동메달 결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이 2골차로 승리하며 역사적인 올림픽 축구 첫 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 박종우 선수는 다음 날 메달수여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경기 직후 그가 '독도는 우리땅'이라 적힌 종이를 들고 그라운드 위에 섰다는 이유로 일본축구협회가 IOC에 항의했고, IOC가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IOC는 박종우 선수의 세리머니가 정치적 행위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고 보았으며,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에 "해당 선수를 메달수여식에 참가 제외시키라"고 요구했다. 결국 박종우의 메달수여는 현재까지도 보류된 상태이다. 경기 전날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기도 했기에 한일 양국의 감정은 격화되어 있었고, 경기 후 일본에서는 박종우의 세리머니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박종우 선수의 메달박탈 여부와 관련하여 대한축구협회가 나설 필요가 있었다. IOC와 FIFA가 세리머니의 정치성과 관련하여 조사를 나선 상태였고, 선수의 메달을 지켜주기 위한 해명과 더불어 대한축구협회가 16일까지 소명자료를 제출하기로 되어 있었다.

"반스포츠적 세리머니",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노웅래 민주통합당 의원 트윗글. 그는 트위터를 통해 대한축구협회가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메일 전문을 공개했다.

노웅래 민주통합당 의원 트윗글. 그는 트위터를 통해 대한축구협회가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메일 전문을 공개했다. ⓒ 노웅래 의원 트위터


그런데 뜻밖에도 IOC나 FIFA가 아닌 일본축구협회가 "한국축구협회로부터 사과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13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기사에 따르면, "박종우 선수의 세리머니에 대해서 대한축구협회가 메일과 팩스를 통해 사과를 해왔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다짐도 받았다"고 일본축구협회가 밝혔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의 보도를 들은 누리꾼들은 대한축구협회를 비판하기 시작했고, 이에 대한축구협회는 "일본언론의 보도는 오보"라고 주장했다. 박종우 선수의 세리머니가 정치적인 것이 아니었고 우발적인 행동이었음을 설명했을 뿐, 사과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16일 민주통합당 노웅래 의원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대한축구협회가 일본 측에 보냈다는 메일 전문을 공개했다. 그 내용은 대한축구협회의 주장이 거짓이었음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대한축구협회 조중연 회장의 서명이 들어간 편지는 그 머릿말부터 '반스포츠적 축하 행위(unsporting celebrating activities)'에 대한 내용임을 알렸다. 편지 전문에는 이어서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는 말과 함께 "코치와 선수들에게 확실한 교육을 하여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을 덧붙여져 있었다. 끝으로는 일본 측의 이해와 너그러운 아량을 베풀어줄 것을 호소했다.

"저자세 외교의 극치"... 누리꾼 비난 봇물

해당 전문이 공개된 이후,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누리꾼들의 거센 비난이 이어졌다.

"사과 안했다던 대한축구협회, 거짓말 들통! 저자세 외교의 극치"  - @bulko****
"선수도 지켜주지 못하면서, 자존심까지 팔아먹나?" - @Luprete****
"일본에 대한 굴욕적 태도로 동메달 값 홀랑 다 까먹었다" - @kml****

누리꾼들이 비판하는 대한축구협회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독도는 우리 땅' 세리머니에 대해서 대한축구협회가 일본에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것은 굴욕적인 저자세 외교라는 것. 둘째는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과 소명자료 제출은 IOC와 FIFA에 보내는 것으로 충분한데, 왜 일본축구협회에까지 사과문을 보냈냐는 것. 셋째는, 이러한 사실을 국내언론을 통해 거짓해명했다는 것 등이다.

공개된 편지 전문에 의해서 대한축구협회의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나고, 더불어 한일감정이 격해진 가운데 불거진 굴욕외교 논란까지 겹쳐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여론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FIFA는 16일까지 제출될 대한민국의 소명자료를 검토하여 IOC 측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고, 자크 로케 IOC 위원장은 이를 토대로 박종우 선수의 징계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공개된 대한축구협회 편지 전문이다.

 대한축구협회가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편지 전문.

대한축구협회가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편지 전문. ⓒ 노웅래 의원 카페


2012년 8월 13일
다이니 구니야 일본축구협회 회장님 귀하


올림픽 축구경기 이후에 벌어진 반스포츠적 축하 행위에 대해서
(8월 10일 영국 카디프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올림픽 경기)

존경하는 회장님, 런던으로의 긴 여행 후 고국에 잘 돌아가셨기를 바랍니다.

먼저, 한국축구협회 회장으로서, 영국 올림픽 축구경기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진심으로 유감을 표시하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8월 10일 열린 올림픽 3·4위 결정전 직후 선수가 했던 반스포츠적 축하 행위는 의도적인게 아니었으며 더욱 정치적인 목적도 없었습니다. 저는 그 선수가 역사상 첫번째 동메달 획득과 승리에 도취되어 충동적으로 한 일이라고 믿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친선/공식경기에 참가하는 코치들과 선수 한명 한명에게 교육을 시키는 방안을 통해 저의 강력한 메시지를 전할 것입니다.


최근 구축된 대한축구협회와 일본축구협회 사이의 좋은 관계를 고려하여, 회장님의 친절한 이해와 자비심을 보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본에서 열릴 20세 미만 여자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면서, 미래에 일본과 한국의 여자선수들이 세계의 축구팬들을 놀라게 하길 바랍니다.

안녕히 계시길.
대한축구협회 회장 조중연

박종우 선수 독도 세리머니 대한축구협회 일본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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