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의 한 장면. 구자철 선수를 이범영 선수로 표기했다.

5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의 한 장면. 구자철 선수를 이범영 선수로 표기했다. ⓒ MBC


권재홍 MBC 보도본부장이 잇따른 MBC 뉴스의 자막사고에 대해 "자막 담당 실무진의 업무 과정상 실수였다"고 밝힌 가운데, 일련의 자막사고들이 '예고된 참사'였다는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끈다.

현재 MBC 뉴스는 계속되는 자막사고와 진행 미숙 등으로 안팎의 질타를 받고 있다. 특히 5일 <뉴스데스크>에서는 같은 날 새벽 있었던 남자축구 8강 경기에 대한 뉴스를 내보내면서 구자철 선수의 이름을 이범영 선수로 내보내 빈축을 샀다.

당시 뉴스를 진행하던 최대현 아나운서는 "앞서 축구대표팀 선수의 이름이 잘못 나가는 착오가 있었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기본적인 것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잘못된 자막을 내보낸 MBC의 행태에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확인 결과, 이는 런던 현지에서 만들어진 리포트를 한국에서 받아 후반 작업을 하던 담당자의 실수로 빚어진 일인 것으로 밝혀졌다. MBC 보도국 한 관계자는 "처음 리포트에는 구자철 선수의 인터뷰와 이범영 선수의 인터뷰가 모두 있었다"며 "이후 방송시간 상의 문제로 이범영 선수 인터뷰가 편집됐는데, 이 과정에서 서울에서 후반 작업을 한 기자가 이범영 선수의 이름을 자막에서 삭제하지 않아 사고가 일어난 것"이라고 전했다.

"경험 있는 기자였다면 미리 막을 수 있었던 사고"

그러나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후반 작업을 담당한 기자가 올림픽과 같은 대형 행사를 제대로 다루어 보지 않은, 이른바 '비숙련 인력'이었던 것. 이 기자는 MBC 파업 중 채용된 '시용기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런던에서 리포트를 만든 기자와 한국에서 후반 작업을 담당한 기자 모두 시용기자"라며 "한국에서 이 작업을 처리한 기자는 당일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도 모른 채 퇴근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이하 MBC노조) 이재훈 민실위(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는 "최근 워낙 방송사고가 많이 일어나다 보니 (사고) 하나하나가 화제가 된 부분은 있다"며 "사실 이런 식의 실수는 가끔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재훈 간사는 "리포트를 담당한 기자와 이를 받아 후반 작업을 한 기자를 모두 시용기자로 배치한 것은 문제"라며 "현재 보도국이 시용기자들과 기존에 있었던 기자들을 사실상 분리해 업무를 분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MBC <뉴스데스크>의 권재홍 앵커(왼쪽)와 배현진 아나운서(오른쪽)

MBC <뉴스데스크>의 권재홍 앵커(왼쪽)와 배현진 아나운서(오른쪽) ⓒ MBC


이재훈 간사에 따르면 현재 런던에 파견된 기자는 모두 시용기자이며, 이들과 짝을 이뤄 한국에서 후반 작업을 담당하는 기자 역시 모두 시용기자로 배치됐다. 비교적 경험이 적은 이들끼리만 짝을 이뤄 놓았기 때문에, 크고 작은 실수가 일어날 가능성은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그는 "경험이 있는 기자들과 짝을 이뤄서 리포트를 미리 체크할 수만 있었다면 이런 일들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앞서 언급된 관계자 역시 "아무리 애써도 시용기자들의 방송사고가 계속돼 보도국 기자들도 힘이 빠진 분위기"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권재홍 본부장은 지난 27일 <뉴스데스크>에서 MBC 사옥을 '서울의 한 기업체 사무실'이라 표현하는 '조작방송'을 일으킨 것에 대해 8일 특보에서 "재발방지를 위해 기강을 세울 것"이라며 "(담당자에게) 경위서를 받고, 인사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번 사건에 대해 그간 MBC가 보여 왔던 입장보다는 진일보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아직까지 별다른 공식 사과를 전하지 않았던 <뉴스데스크>가 시청자들에게 사과의 말을 남길지도 주목된다.

다만 MBC 노조가 제기한 '의도적 조작' 의혹은 아직 명확히 해명되지 않은 상태다. 앞서 MBC 노조는 "해당 방송은 사전녹화로 이루어졌다"며 "잘못을 바로잡을 시간이 충분했다는 점도 의도적이고 고의적인 '조작'이었을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싣게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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