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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에 열린 '인디다큐페스티벌 2012' 개막식

지난 3월에 열린 '인디다큐페스티벌 2012' 개막식 ⓒ 인디다큐페스티벌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이 극장개봉으로 관객 5만 명을 넘어섰고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가 지니는 미학적 성취와 사회적 담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늘어가는 다큐멘터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다큐멘터리가 지니는 미학적, 문화적 가치 등을 고려할 때 국내 다큐멘터리의 제작지원, 배급, 교육 등 다양한 차원의 진흥정책이 검토되고 요구되는 시점임에도 영진위는 2011년~2012년 '인디다큐페스티발'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지 않고 있다.(인디다큐페스티벌)

<두 개의 문>을 비롯하여 많은 수의 독립 다큐멘터리 작품이 개봉되어 관객들과의 접점에 성공하고 있으나 최근 영진위의 독립다큐멘터리 지원 관련 일련의 결정은 명맥만 유지되어 오던 영진위의 지원 의지까지 의심하게 만드는 상황이다.(다큐멘터리 작가 네트워크)

신진 독립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은 최근 영진위의 행보가 독립다큐멘터리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독립다큐에 대한 몰이해에 근거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상반기 독립영화제작지원 사업을 보면, 다큐멘터리 부문 지원금이 장·단편 극영화 지원 부문의 1/4에 불과하다. 이 몇 안 되는 지원금 또한 대부분 경력이 많은 작업자들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신진다큐모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다큐멘터리 지원 정책에 대해 독립영화 진영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독립다큐멘터리 감독 모임과 다큐영화제 '인디다큐페스티벌'은 지난달 24일과 26일 각각 공개질의서를 통해 영진위의 다큐멘터리 지원 정책을 비판했다. 신인 감독이 주를 이루는 신진다큐모임의 표현을 빌리자면 "다큐멘터리 지원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었다.

독립다큐 감독들이 갑작스레 영진위에 목소리를 높인 것은 '인디다큐페스티벌'에 대한 지원이 2년째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인디다큐페스티벌'은 국내 유일의 독립다큐멘터리 영화제로 2001년~2010년까지 영진위의 지원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2년간 영진위의 지원 심사에서 탈락해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송환> <워낭소리> <낮은 목소리> <달팽이의 별>과 최근 화제를 모은 <두 개의 문>까지 다큐의 사회적 파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영진위 지원 정책에서는 계속 밀려나는 일이 반복되면서 마침내 독립다큐 감독들이 발끈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영진위, 독립다큐 감독들 의견 9인 위원회서 논의해 수렴

독립다큐 진영은 인디다큐페스티벌에 대한 지원이 중단된 근본적인 이유를 현 정권의 영화계 좌파 청산 계획에 따른 영향으로 본다. 주요 독립영화 행사에 대한 지원이 끊기는 등 독립영화에 대한 탄압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계와 대립하던 영진위가 위원장 교체를 통해 정상화 된 이후에도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되자 영진위의 의지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0년간 어려움 속에서도 지금의 독립다큐멘터리의 성과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인디다큐페스티벌이 2년 연속 지원 사업에서 배제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에 개최된 '인디다큐페스티벌 2012' 행사 중 열린 다큐멘터리 관련 포럼

지난 3월에 개최된 '인디다큐페스티벌 2012' 행사 중 열린 다큐멘터리 관련 포럼 ⓒ 인디다큐페스티벌


이에 대해 영진위 측은 적법한 공모 절차를 통해 심사가 이뤄진 사안이라고 밝혔다. 영진위 측이 '다큐멘터리 작가 네트워크'에 보내온 답변서에 따르면 "'영화단체사업 지원 사업'은 일반 공모를 원칙으로 하고, 예비심사에서 평가점수 70점 이상 해당해야 최종 결정 심사를 하게 되는데 인디다큐페스티벌의 경우 2년 연속 이 기준에 해당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영진위 측은 "2001년부터 10년간 연속적 지원을 했기 때문에 심사위원회에서 신규 지원 사업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독립다큐멘터리 진영은 심사과정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지 않는다. 심사위원 중 다큐멘터리 제작 경험자가 없는 등 전문성이 결여된 사람들이 다수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내린 심사결정 과정에 대한 세부적인 공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큐감독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영진위 측은 인디다큐페스티벌의 간담회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3일 김의석 위원장이 인디다큐페스티벌 오정훈 집행위원장, 최민아 사무국장 등과 만나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 했던 인디다큐페스티벌 집행위원 변성찬 영화평론가는 "독립다큐진영의 입장에 대해 영진위 측에서 '다큐지원정책에 대한 여러 의견을 수렴해 9인 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9월말에 내년 지원 사업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내려지는데, 긍정적인 조치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영진위 쪽에서 명쾌한 답변을 주지 않을 경우 정치적인 사안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정권 차원에서 다큐 영화 불편하게 생각하니 알아서 기는 듯

독립다큐멘터리 감독들이 영진위의 지원 사업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독립다큐진영의 어려운 사정도 한몫을 했다. 보통 장편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면 1년에서 2년 정도가 소요된다. 제작 대상이 국내일 경우 최소 6천만 원에서 8천만 원의 예산이 필요하고 해외 촬영이 있을 경우 예산은 배 이상으로 뛴다는 것이 독립다큐 감독들의 설명이다.

그런데 1년에 배정된 예산이 1억 5천만 원에 불과해 지원규모로 볼 때 일 년에 최대 2편 정도만이 영진위 지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제작지원에 응모하는 작품 수가 평균 40~50편인 것에 비춰볼 때 상당히 적은 규모다.

 다큐멘터리 영화 '두 개의 문'

다큐멘터리 영화 '두 개의 문' ⓒ 시네마달


<두 개의 문>을 연출한 김일란·홍지유 감독도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제작비를 조달하고, 먹고사는 부분은 따로 해결하는 것이 다큐멘터리의 환경이라고 밝히고 있다. 매우 힘든 여건 속에서 의미 있는 다큐가 제작되는 것이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독립다큐에 대한 지원이 열악한 것에 대해 정권과의 연관성도 제기했다. 4대강과 용산참사, 제주 강정마을해군기지 반대 운동 등 민감한 사회적 현안을 주로 다루고 있는 것에 대해 정권 차원에서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는 "'청와대에서 인디다큐를 찍고 있다'는 말을 이전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전해 들었다"며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실제적인 압력이 없어도 윗선의 압박을 의식해 영진위 직원들이 알아서 기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은 최근 이상호 기자가 입수한 '문화계 좌파 청산' 문건이 공개되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영진위 측은 독립다큐지원에 대해 "다양한 영화제작지원 활성화를 위해 2011년 보다 약 10억 원이 늘어난 예산(안)을 수립하여 절차를 진행 중이다"면서 "위원회 출자 투자조합을 통해 다큐멘터리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의석 영진위원장은 지난 3월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서 독립영화 지원을 영진위의 주요 사업으로 보고 있다며 독립영화 지원 확대 방안을 강조하기도 했다. 영진위의 의지가 확고한지는 '인디다큐페스티벌' 지원 결정이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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