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아스널 박주영 선수

런던올림픽 축구대표팀 박주영 선수 ⓒ 연합뉴스


홍명보호가 속한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각팀들의 전력이 윤곽을 드러냈다. 1차전 2경기에서 한국은 멕시코와 0-0, 스위스와 가봉은 1-1로 모두 무승부를 기록했다.

조별리그 흐름상 가장 중요한 첫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한 게 아쉽지만 홍명보호로서는 크게 실망할 것도 없는 1차전이었다. 무엇보다 B조의 전력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홍명보호는 B조 최강으로 꼽혔던 멕시코를 1차전에서 시종일관 압도했다.

골결정력의 부재로 화룡점정을 찍지 못했고, 후반 중반 이후 멕시코의 역습에 위험한 순간을 몇 차례 맞이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인 경기력에서는 분명히 우위를 점하며 앞으로의 경기에 자신감을 갖기에는 충분했다.

일단 첫 경기를 무실점으로 마친 수비력은 합격점을 줄 만했다. 홍명보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홍정호-장현수라는 두 명의 핵심 중앙수비자원을 잃었다. 와일드카드 후보로 검토되었던 이정수마저 소속팀의 반대로 차출이 어려워지면서 수비라인의 약화를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멕시코전에서 김영권-황석호의 조합은 우려를  딛고 비교적 안정적인 호흡을 자랑하며 위기를 최소화했다. 여기에는 수비수들만이 아니라 최전방에서 적극적으로 압박에 가담해주며 멕시코 선수들의 전진을 방해한 홍명보호 전체의 조직력이 돋보였다.

특히 더블 볼란치 역할을 맡은 기성용과 박종우가 중원싸움에서 멕시코를 압도하며 수비라인의 부담을 크게 덜어줬다. 윤석영이나 김창수 같은 측면 수비수들이 과감한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가담할 수 있었던 이유다.

조직력 돋보인 멕시코전 '합격점', 하지만 공격진은...

반면 정작 기대했던 공격진은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슈팅수와 코너킥에서 멕시코를 크게 압도하고도 멕시코의 골문을 가르지 못했다. 후반 중반까지 중원싸움에서 멕시코를 압도했지만, 정작 페널티라인 근처에서는 무기력했다. 심지어 멕시코 선수들의 패스연결을 수 차례나 끊고 역습을 전개하는 상황에서도 위협적인 슈팅으로 마무리하는 장면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는 것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홍명보호는 최근의 평가전과 멕시코전에서 원톱을 구사하는 4-2-3-1 전술을 선택했다. 최전방 원톱은 이번 대회 홍명보호의 '비장의 무기'라고 할 만한 박주영을 선택했다. 하지만 박주영은 평가전에서 보였던 날카로움과 달리 진정한 '실전'인 멕시코전에서는 75분을 뛰며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교체됐다. 확실히 지난 1년간의 실전 공백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

아직 스위스와 가봉전이 남아 있기에 박주영의 활약에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특별히 부상이나 슬럼프가 아닌 이상 박주영의 컨디션은 경기감각의 문제다. 무엇보다 멕시코전에서 특유의 빠른 슈팅 타이밍을 살리지 못했다.

멕시코전에서 높은 점유율에도 한국의 공격이 비효율적이었던 이유는 문전에서 파괴력 있는 포스트플레이를 해줄 수 있는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주영은 자꾸 측면으로 빠지거나 허리 아래쪽으로 내려와 미드필더들과의 패스연계에 더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주영에게 수비가 몰렸을 때 원톱의 움직임을 살려줘야 할 '처진 스트라이커' 구자철이나 남태희-김보경 같은 윙어들의 과감한 침투플레이가 절실하다.

'궁여지책' 홍명보의 선택은 '제로톱'... 성과는 미미 

문제는 박주영 카드가 통하지 않을때 홍명보호가 어떤 '플랜B'를 가지고 있느냐다. 멕시코전처럼 박주영의 컨디션이 빨리 살아나지 못하거나 전술적으로 고립되었을 때 변화를 줄 수 있는 카드가 필요하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공격수 숫자를 늘려서 투톱이나 스리톱으로 변화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홍명보호 공격수들의 컨디션이 그리 믿음직하지 못하다. 김현성은 최근의 경기력에서 만족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데다 잔부상을 안고 있으며, 지동원 역시 박주영 못지 않게 경기감각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홍명보호에서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수행할 자원은 이들 세 명뿐이다.

1차전에서 홍명보 감독은 경기 흐름을 주도하고 있던 후반 30분 박주영을 교체하면서 공격수 숫자를 늘리지도 않았고, 더구나 김현성이나 지동원 같은 공격수가 아닌 측면자원 백성동을 선택했다. 이로서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구자철이 전진 배치되며 전문 공격수 없이 제로톱에 가까운 형태를 10여 분간 유지했다.

그만큼 공격수들의 컨디션이 만족스럽지 못했고, 중원싸움에서 유리한 흐름을 점하고 있던 상황에서 무리하게 공격 숫자를 늘리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홍명보 감독 역시 첫 경기에 대한 부담감이 컸음을 보여준다.

승점 3점을 노려야 하는 경기들, 플랜B가 절실하다

그러나 제로톱은 홍명보호에게 충분히 준비된 전술이 아니었다. 제로톱이라는 옷이 낯설었던 홍명보호의 선수들은 부자연스러운 호흡을 드러내며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특유의 점유율 축구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멕시코의 반격에 위험한 장면을 노출하자 홍명보 감독은 마지막 카드로 후반 42분 지동원을 투입하며 다시 원톱 시스템으로 회귀했다.

지동원이 뭔가를 보여주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고, 종료 직전 멕시코의 결정적인 슈팅이 골대를 맞고 빗나가며 아찔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멕시코전에서 홍명보 감독의 교체 카드와 타이밍은 크게 실패하지는 않았지만, 경기흐름을 바꾸는 데는 그리 성공적이지도 못했다.

스위스전과 가봉전은 다르다. 이제부터는 무조건 승점 3점을 노려야 하는 경기들이다.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어쨌든 골이 필요하다. 먼저 선제골을 넣고 리드하는 상황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후반에도 비기거나 심지어 리드당하는 상황이 되었을 경우, 위험부담을 감수하더라도 플랜B가 절실해진다.

이변이 없는 한 남은 경기에서도 같은 전형을 유지한다고 했을때, 홍명보호로서는 경기 후반 특유의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득점력을 강화하기 위한 과감한 전술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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