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둑들>에서 중국 도둑 첸 역을 맡은 배우 임달화.

영화 <도둑들>에서 중국 도둑 첸 역을 맡은 배우 임달화. ⓒ 쇼박스


영화 <도둑들>엔 내로라하는 한국 최고 배우들이 있었지만 그와 함께 홍콩 느와르의 대가도 있었다. 짧지만 강렬했던 중국 도둑 첸을 맛깔나게 한 임달화다.

오우삼 감독과 두기봉 감독의 영화로 우리에게 익숙한 이 액션스타는 친절하면서도 유쾌했다. 더욱이 1박 2일의 짧은 일정에 연이어 이어지는 언론 인터뷰였음에도 말이다.

10여 명의 취재진들이 한꺼번에 몰려서 한 라운드 인터뷰 형식이었지만 임달화는 진중한 태도로 가감 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수많은 출연 영화 중 이번이 첫 한국 감독과 배우와의 작업인 만큼 그에게 듣는 이야기는 신선했다. 특히 한국 영화인들에 대한 임달화의 태도는 '존경'과 '동료애'로 요약해볼 수 있겠다.

영화에서 그는 씹던껌(김해숙 분)과 짝을 이루는 중국 도둑이다. 홍콩 느와르의 대가인 그는 최동훈 감독이 함께 하고 싶어 하는 1순위 홍콩 배우였고, 임달화 또한 감독의 전화를 받고 시나리오를 읽은 후 흔쾌히 <도둑들>의 '한 패'가 됐다. 특히나 서로 언어가 다른 남녀의 로맨스가 인상적이었다고.

 영화 <도둑들>의 한 장면. 영화에서 첸 역을 맡은 임달화는 씹던껌(김해숙분)과 호흡을 맞추며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영화 <도둑들>의 한 장면. 영화에서 첸 역을 맡은 임달화는 씹던껌(김해숙분)과 호흡을 맞추며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 쇼박스


"그간 다른 국적의 두 남녀를 다룬 영화는 많았지만 그걸 제대로 만든 작품은 드물었잖아요? 첸과 씹던껌의 이야기가 비록 일찍 끝나긴 하지만 관객들의 애정관을 변화시킬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한국 배우와 스태프에 대한 존경..."격려하려고 노력했다"

분량과 상관없이 시나리오 자체에 반해 출연을 결정한 임달화는 한국 배우, 스태프와 작업하면서 '존경심'을 느꼈다고 연거푸 말했다. 140여 편의 홍콩 영화를 찍은 연륜 있는 배우가 경험한 국내 영화인들은 그만큼 인상적이었던 것. 

"비록 서로 언어는 달랐지만 마음으로 소통을 해서 즐거운 작업이었죠. 이들의 프로페셔널에 깜짝 놀랄 때가 있었어요. 예를 들면 홍콩에서 작업하는 동안 높은 건물을 뛰어내리는 배우를 한 번도 못 봤어요. 대부분 대역을 쓰거든요.

그런데 마카오 박(김윤석 분)도 그렇고, 예니콜(전지현 분)을 봤을 때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걸 정확히 아는 사람들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관객들은 배우가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싸우는 걸 원하거든요. 대역을 안 쓰는 건 어찌 보면 배우로서 당연한 건데 실상은 어렵죠.

특히 영화 후반부 마카오 박의 아파트 와이어 액션을 보고 정말 훌륭한 배우라는 걸 느꼈어요. 저도 두 달 전에 다른 영화에서 대역을 안 쓰고 와이어 액션을 했답니다(웃음). 김윤석 씨의 아내 분은 윤석 씨를 혼냈는지 궁금하네요. 위험하잖아요. 갓 결혼한 전지현 씨도 남편 분의 반응이 궁금해요. 전지현 씨가 액션 전문 배우라기 보단 섹시 아이콘 이미지가 강한데 훌륭하게 잘 한 걸 보면 존경스럽습니다.

 영화 <도둑들>에서 중국 도둑 첸 역을 맡은 배우 임달화.

영화 <도둑들>에서 중국 도둑 첸 역을 맡은 배우 임달화. ⓒ 쇼박스


또 이번 작업을 통해 한국 스태프들이 너무 고생을 한다는 걸 알았어요. 홍콩 스태프는 한회차당 규정 시간이 있고 시간을 넘기면 추가로 비용을 더 줘야하거든요. 한국에선 달랐죠. 그걸 보면서 저 역시 현장에서 격려하며 즐겁게 촬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가능한 배우들도 스태프들이 고생하니까 그들 작업에 협조를 하고 격려를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현장에 최대한 붙어 있으려고 했고,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감독님을 격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날 움직이게 하는 건 연기에 대한 열정"

영화 <도둑들>은 임달화를 비롯해 증국상, 이심결 등 홍콩 배우와 스태프들도 함께 참여한 작품. 임달화는 한국 스태프들의 열정에 홍콩 스태프들도 초과 수당을 요구하기 보단 함께 즐겁게 일하기를 택했다고 일화를 전했다. 임달화에게 때로 영화 현장은 집보다 편한 곳이기도 하단다. 또한 그런 현장을 만난다는 건 배우에겐 큰 행복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한국 영화계에 대한 이야기를 더 이어갔다. 분명 관록의 이 홍콩 배우가 현재 한국 영화계에 조언을 해줄 게 있어보였기 때문. 그래서 한국 스태프들이 능력과 열정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사실을 언급했다.

"저 역시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고 안타깝습니다. 한국 스태프들의 고생이 참 크죠. 개인적으론 배우들이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개런티를 조금씩 내놔서 도움을 줄 수 있고 또 그렇게 되기를 바라요. 어떻게 보면 투자사에서도 도움을 줄 수도 있고요. 한국 스태프들의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임달화의 솔직 발언에 한국 배우들이 혹시나 이 말에 불편해할 수도 있다고 하니 "조금만 미워하지 않을까? 좋은 취지로 도와주자는 거니까"라며 사람 좋게 웃는다. 영화에 대해 걱정하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영화 <도둑들>에서 중국 도둑 첸 역을 맡은 배우 임달화.

영화 <도둑들>에서 중국 도둑 첸 역을 맡은 배우 임달화. ⓒ 쇼박스


그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바탕엔 그의 어린 시절 경험이 녹아있었다. 임달화는 매우 어려웠던 자신의 이야기를 인터뷰 중에 꺼냈다. 힘든 시기를 겪었기에 모든 상황을 낙관적인 태도로 볼 수 있게 됐다면서 말이다.

"낙관적 태도가 사람들이 절 에너지 넘치는 사람으로 보게 하는 거 같아요. 연기에 대한 열정이 지금의 날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무엇보다도 연기 자체를 너무 좋아해요.

2년 전에 <세월신투>라는 영화를 찍은 적이 있어요. 연출을 맡은 감독님이 10년 동안 영화를 못 찍고 있던 분이었고, 전 그분의 열정을 보고 소정의 용돈만 받고 함께 작업을 했죠. 근데 영화가 잘 된 겁니다. 그래서 보너스를 받았는데 그 돈을 다시 감독님께 드리라고 보냈어요. 무엇보다도 연기에 대한 열정이 중요하니까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연기도 있지만 신인감독 발굴도 있어요. 마음과 열정 있는 신인 감독이라면 언제든지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도둑들>에서 임달화를 캐스팅 한 건 최동훈 감독의 눈썰미였겠지만 동시에 그가 한국 영화에 참여한 건 한국 영화계에도 큰 수확이지 않을까. 이 열정 넘치고 사람 좋은 홍콩 배우를 통해 한국 영화인들은 보다 깊은 차원의 문제를 곰곰이 되짚어 봐야겠다. 그는 "10명의 훌륭한 배우와 함께 작업해 기쁘다"고 했지만 동시에 그를 만날 수 있게 된 한국 영화계 역시 기뻐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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