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방송되는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안철수 교수

23일 방송되는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안철수 교수 ⓒ SBS


역시 손석희 교수는 날카로웠다.

23일 오전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제정임 교수에게 손 교수는 "안철수 교수가 문재인 고문과 박근혜 전 대표가 나가 좋은 반응과 지지율이 올랐던 전례가 있는 <힐링캠프>를 선택해 출연한다는 건 본인이 (대선에) 나가기로 결심을 하고 그에 따른 여론을 모으고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출간 하루 만에 일약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책 <안철수의 생각>의 대담자인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교수는 "그걸 그렇게 보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손석희 교수가 "책 출간을 놓고 사실상 대선출마라고 다 분석을 했다"는 물음엔 "그렇게 볼 여지가 있고, 언론의 해석이 그렇다면 존중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피력했다. 

23일 오후 11시 5분 방영 예정인 <힐링캠프> '안철수 교수' 편에 대한 관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안철수의 생각>에 이은 안 교수의 사실상 대선출마 행보라는 해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발간 하루 만에 폭발적인 관심을 얻고 있는 책 출간과 정확히 맞물려 파급효과가 큰 예능프로그램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지지율과 인지도 제고를 노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1월 정치인 박근혜, 문재인의 <힐링캠프>는 정치예능의 새 장을 열 수 있지 않을까란 예상을 가능케 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국가적 중대사인 대선 정국의 시작인 지금 안철수 교수의 출연은 정치권과 일부 언론으로부터 형평성과 공정성 시비를 낳으며 국민적 관심을 받는데 이르렀다.

과도한 '오버 액션'과 정당한 문제제기 사이에서, <힐링캠프> 안철수 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일간지 사설에 등장한 예능 <힐링캠프>에 대한 이례적 관심

"안철수의 '힐링캠프' 출연, 오해 소지 크다"
"안철수의 TV출연, '정의 사회'에 부합하나"

23일자 <한국일보>와 <세계일보>의 사설 제목이다. 두 신문사 모두 공히 형평성과 공정성을 잣대로 안 교수의 예능프로그램 출연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한국일보>의 경우 "안 원장을, 그것도 미묘한 시기에 출연시키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방송이 사실상 그를 대선 후보로 미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의 칼날을 꽤나 높이 세웠다.

심지어 <동아일보>의 경우, 논설위원의 '안철수의 무릎팍 힐링캠프'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야당의 후보 단일화까지 예상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동아일보>는 "(안 교수가) 양극화나 청년실업 같은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문제가 '구체제'라고 책에서 통탄을 하고는, 그 구체제의 한 축인 야당과 후보 단일화를 하는 일이야말로 지금까지 한 모든 말을 거짓으로 돌리는 일이 된다. 폴리테인먼트의 하이라이트인 셈이다"라며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을 가지고 안 교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고 나섰다.

신문 사설과 칼럼에 등장하는 예능프로그램이 어디 흔한가. '누이 좋고 매부 좋고'란 속담을 연상시키는 안 교수의 <힐링캠프> 출연의 파장은 22일 정치권까지 뒤흔들었다. 공히 여야 모두에서 비판의 목소리로 단합한 것이 얼마만이었을까. 이것이야말로 '안철수 효과' 라고 봐야 할까.

문재인 캠프만 환영한 정치권, 기계적 균형을 요구하다

새누리당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은 22일 "안 원장이 범야권에 속해있으니 야권에서 (문재인 상임고문까지) 2명이 나왔다면 여권에서도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을 포함해 2명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독립적인 제작권과 편성권을 지난 방송사에 유치한 숫자놀음을 들이댄 꼴이 아닐 수 없다.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나 통합민주당 손학교 후보 역시 <힐링캠프> 출연을 타진하다 무산됐다고 밝히며 공히 볼멘 소리를 냈다.

손 후보 측은 "대선 경선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방송사가 안 원장의 출연을 결정한 것은 선거 개입이자 공정성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두관 후보 측 역시 전파의 공공공성을 이유로 들며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후보는 인지도와 지지도 상승의 덕을 누리고, 어떤 후보는 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참으로 불공정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오로지 문재인 캠프 만이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판단할 문제지만 많은 후보들이 국민과 접촉면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면 바람직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1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은 <힐링캠프>에 출연했을 당시 각각 전국시청률 12.2%와 10.5%를 기록, 이미지 개선과 실제 지지율 상승효과를 본 것으로 전해진다. <힐링캠프> 역시 프로그램 인지도와 시청률 상승에 정치인들의 덕을 보기도 했다. 안 교수 측과 <힐링캠프> 제작진 모두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23일 방송 예정인 <힐링캠프> '안철수 편'의 녹화 현장

23일 방송 예정인 <힐링캠프> '안철수 편'의 녹화 현장 ⓒ SBS


안철수 교수의 <힐링캠프> 출연은 진짜 불공정한 게임일까?

"<힐링캠프> 못나간 대선예비주자 불공정 경쟁이라 분통... 그런데, 대중심리 반영하는 방송국의 눈은 정말 정확/냉혹. 딱 세 명만 본선 경쟁력 있다 본 것 아닌가? 일종의 대중의 직관. 나머지는 '나아니면 안 돼'의 왕자병보다 무서운 정치인 암에 걸린 것."

안철수 교수의 <힐링캠프> 출연을 둘러싼 정치권의 반응에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하지현 교수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밝힌 촌평이다. 그러니까, 토론회도 아닌, 시사교양프로그램은 더더욱 아닌 <힐링캠프>에 정치권이 방송국에 기계적 균형을 요구하는 일이 과연 온당할까.

온 국민을 상대로 국가경영자인 대통령의 눈높이는 국민에게 가 있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한 대중의 심리와 트렌드에 민감한 방송사, 거기에 정치권과는 거리가 먼 예능국의 섭외는 어쩌면 새로운 정치인을 원하는 대중의 심리나 욕구를 반영할 결과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안 교수는 진행자 이경규의 "(대선에) 나오실 겁니까?"란 질문에 "내가 능력과 자격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끊임없이 정치인으로서의 경험이 없는 자신의 위치를 회의하고 고민한 안 교수의 행보에 맞아 떨어지는 답변으로 보인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제정임 교수 역시 "(대선에) 나가는 것이 옳은가, 아닌가에 대한 판단을 열심히 생각할 뿐"이며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일정 정도 자신감이 있다. 이 길이 가야할 길이라면 감당할 수 있다"는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중요한 건 출연 시기가 아닌 인물이요, 일찌감치 3자 대결에 주목해 왔고 또 안 교수의 출마설에 끊임없이 불을 지펴온 것은 지지자들과 더불어 정치권과 언론들 아니었던가. <힐링캠프>의 안 교수 출연은 그의 위치와 지지율이 투영된 결과일 뿐이다. 그렇게 제작진이 작년부터 공을 들여왔다는 안 교수의 <힐링캠프> 출연은 게스트와 제작진, 그리고 안 교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함께 만들어낸 합작의 산물일 수밖에 없다.

아내와의 러브스토리와 '청춘콘서트'의 후일담까지 지난 박근혜, 문재인 편의 내용과 대동소이할 것으로 보이는 <힐링캠프>를 좀 더 편안하게 관람해 보자. 중요한 사실은 대선에서의 국민의 냉혹한 선택은 예능프로그램 한 편으로 좌지우지 되지는 않는 다는 점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힐링캠프> 안철수 편의 시청률은 얼마가 나오고, 그 파장은 어디까지일까.

안철수 힐링캠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