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각시탈>, 아버지 담사리와 대화를 나누는 오목단 <화면캡처>

KBS <각시탈>, 아버지 담사리와 대화를 나누는 오목단 <화면캡처> ⓒ KBS <각시탈>



19일, <각시탈>에서는 오목단(진세연)의 용기 있는 외침이 시청자에게 큰 감명을 줬다. 놀라운 반전이라 할 만했다. 그동안, 여자 주인공 오목단은 분별없는 행동으로 남자 주인공인 각시탈 이강토(주원)를 여러차례 위기로 몰곤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오목단은 '민폐녀'(?)로 불릴 정도로, 원성이 자자했다. 하지만 19일, 오목단의 모습은 이전과 확연히 달랐다. 총독부 경무국장 콘노 고지(김응수)의 상자(대못) 고문의 위협에 당당히 맞선 것이다. 오목단의 행동은, 그녀가 진정한 독립군, 능동적인 여주인공으로의 성장을 알리는 상징처럼 보였다.

이날, 방송에서 콘노 고지는 독립군 대장 목담사리(전노민) 앞에서 딸 오목단을 죽이려는 술책을 부렸다. 목담사리의 마음을 움직여 '각시탈'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무자비한 위협 속에, 달콤한 회유도 곁들였다.

"각시탈이 누군지 그것만 불어라, 그러면 남은 생에 호의호식하게 해주겠다!" (코노 고지)
"내 일은 죽어야만 호의호식하는 일이라 어떡하겠는가!" (목담사리)

목담사리는 회유에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딸 오목단이 대못상자에서 고통 속에 죽어갈 순간이 다가오자 오열했다. 숱한 고문에도 의연했던 목담사리의 절규는 시청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오목단의 용기! 216명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오마주!

 KBS 수목드라마 <각시탈> 화면캡처

KBS 수목드라마 <각시탈> 화면캡처 ⓒ KBS <각시탈>


오목단은 의연했다. 오히려 아버지를 위로하며, 일제의 만행에 당당히 맞섰다. '목숨이 아깝지 않냐'는 콘노 고지의 비아냥에, '죽으면 죽었지 짐승들한테 무릎 안 끓는다'는 오목단의 의연함은 시청자에게 큰 감동을 전해줬다. 오마주의 용기가 특별했던 이유, 독립을 위해 청춘을 바친 216명 여성 독립 운동가들에 대한 오마주였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에는 오목단처럼 일제의 총칼에 맞선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있었다.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하다가 투옥, 서대문형무소에서 '고문 끝에 옥사'한 유관순 열사는 우리 국민 대부분이 알고 있는 여성 독립운동가다.

그런데 유관순 열사 의외의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해 우리는 얼만큼 알고 있을까? 국가보훈처의 훈포장을 받은 216명 여성 독립운동가(2012.3.1절 기준)의 존재를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역사에 대한 무지가 부끄러운 것인지 조차 모르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기자 역시,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해 무지했다. 알지 못해 부끄러웠다.

기자는 7월 초, 시간을 내어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을 찾았다. 적잖은 충격이었다. '일제의 무자비한 독립운동가 탄압에 대해 증언하는 '이병희 지사'의 영상을 보며, 미안하고 죄송스런 마음이었다.

일제강점기 시대. 우리나라의 여성 독립 운동가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를 아는 시간이었다. 그들을 기억하는 것이 역사의 의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시탈> 속 오목단의 모습은 그저 드라마상의 허구나, 잘짜여진 영웅 신화가 아니다.

우리의 여성 독립운동가, 불꽃 같은 216명 청춘들의 실제 역사였다.

<각시탈>의 그녀처럼! 불꽃같은 삶 이병희 지사

 이병희지사와 이규창지사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이병희지사와 이규창지사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각시탈> 속 오목단의 용기, 그것은 1936년 이병희의 의기를 닮았다. 18살이던 이병희 지사는 종연방적(鍾淵紡績) 주식회사에서 노동운동을 전개하다가 1936년 12월 체포되어  서대문형무소에서 모진 고문을 겪었다.

당시 이병희 지사가 받았던 고문은, <각시탈>의 끔찍한 고문 장면에 비견될 만 했다. 오히려, 더했다. 꼼짝 달싹할 수 없는 벽관 고문부터, 비행기 고문, 고춧가루와 전기 고문까지..... 여성의 몸으로, 그런 고문을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여성 독립운동가 한명, 한명은 일제의 잔혹한 고문에도 의기가 꺾이지 않았다. 그런 끔찍한 고문 속에서도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열정은 변하지 않았다. 이병희 지사도 그랬다. 그녀는 1940년 북경으로 망명해서, 의열단에서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러다 1943년 9월, 일제에 의해 또 한번 체포를 당하고 만다.

이병희 지사는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이육사 열사와 함께 북경 감옥에 투옥됐다. 일제의 악랄한 고문 속, 이육사 열사는 결국 숨을 거뒀다. 자기 한 몸 챙기기도 어려운 시대였다. 하지만 이병희 지사는 이육사 열사의 마지막을 지키며 유품을 수습했다.

이병희 지사의 노력 덕분에, 이육사 열사의 '광야' '청포도' 같은, 독립의 열망을 담아낸 시가 광복 후,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 (이육사 열사는 1943년 4월 독립운동을 하다가, 베이징으로 압송된 일제의 잔안한 고문 끝에 숨을 거뒀다.) 

청춘 내던진 김순이, 이선경 열사! 고맙다

 서대문 형무소역사관 내부

서대문 형무소역사관 내부 ⓒ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일제의 고문에 굴복하지 않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있었다. 유관순 열사처럼, 이병희 지사처럼,

수많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이 일제 강점 시대의 불행에 맞서 싸웠다. 김순이(김향화), 이선경 열사도 그 중 한명이다. 그녀들은 자신의 청춘을 내던져, 독립운동의 불꽃이 됐다.

1919년 3.1운동이 전국으로 번지던 3월 29일, 기생 김순이(김향화) 지사는 수원의 기생 30여명을 이끌고 주도적으로 만세운동을 펼쳤다. 일제의 총칼 아래서, 대한독립만세라는 '용기'를 냈다.

일제는 무자비하게 김순이 지사를 탄압했다. 2개월간의 모진 고문과 6개월 간의 징역, 석방된 그녀의 다음 삶을 아는 이는 없었다. 어떤 이는 고문후유증으로 숨을 거뒀다고 추측하고, 또 어떤이는 일제의 탄압을 피해 모습을 감췄다고 할 뿐이었다. 하지만 김순이 지사의 의로운 삶은 역사에 남았다.

이선경 열사도 그랬다. 1920년 구국민단의 구제부장 이었던 이선경 열사는 19살 청춘에 용기있고, 의로운 길을 택했다. 그녀는 상해 임시정부 적십자회 간호원이 되어, 후일 독립전쟁이 발발하였을 때 힘을 다하고자 했다. 하지만 계획은 일제에 의해 발각됐고, 결국 붙잡히고 말았다.

결국 이선경 열사는 8개월 간의 모진 고문을 겪었다, 석방 된 후, 고문 후유증으로 어린나이에 숨을 거뒀다. 일제의 끔찍한 고문과 탄압에, 당당히 맞선 19살 그녀의 뜨거운 외침은 독립 항쟁의 역사의 기록으로 남았다.

"태어났을 때부터 조선 독립에 대한 생각을 가졌고, 정의의 길이라 생각했다. 석방되도 다시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우겠다"                                                              (이선경)

우리가 독립운동가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내, 독립운동가들 사진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내, 독립운동가들 사진 ⓒ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이들이 없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은 존재했을까. 우리가 독립운동가를 잊지말고, 발굴하고, 영원히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광복 후, 오래도록 잊혀져 있던 이들은, 다행히 근래들어 대한민국 국가보훈처의 훈포장을 받을 수 있었다.

최근, 여성독립운동가의 훈포장이 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동안 여성 독립운동가들은 객관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증빙 자료의 부족등의 이유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와 '변화의 조짐'이 있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동안 여성독립운동가들은, 다른 독립 운동가들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 수가 적었다. 여성독립운동가 활동의 특성상 (자료가 나오기 힘든 면) 객관적인 사실에 바탕을 두고 전향적으로 (훈포장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의 (독립운동가 선발) 편협함에 반성이기도 하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몽골, 동남아시아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국가보훈처 관계자)

대중이 몰랐던 이병희,김순이(김향화),이선경, 그리고 불꽃 같은 삶을 산 216명의 여성 독립운동가들, 그리고 조사를 통해 새로 알려질 여성 독립운동가들..... 이들이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젊은 청춘을 다 바친 이들이 바로, 우리 대한민국 상징이자, 영웅들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비단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암울한 일제 강점의 역사 속에 잊혀진, 하지만 반드시 찾아내야 할 우리 독립 운동가들이 많다는 사실을 생각하자.

<각시탈>의 여자 주인공 오목단의 모습에서, 우리내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열정을 본다. 일제의 고문에 맞섰던 오목단의 외침은, 단지 허구가 아니라 우리의 뜨거운 역사였다. 그 사실이 새삼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각시탈 여성독립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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