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등부 장거리 최고의 라이벌로 손꼽히는 소한재(왼쪽)와 서정수(오른쪽)

국내 고등부 장거리 최고의 라이벌로 손꼽히는 소한재(왼쪽)와 서정수(오른쪽) ⓒ 정인영


스피드 스케이팅의 시즌을 3개월 여 앞 둔 7월, 서울 노원구의 한 카페에서 고등부 장거리  최고의 라이벌로 손꼽히는 서정수(행신고)와 소한재(광문고)를 만났다. 인터뷰가 처음이라며 수줍게 웃던 두 선수는 "친구들을 불러도 되냐"고 물은 후 "그렇다"는 기자의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빠른 속도의 손놀림으로 핸드폰 자판을 쳤다. 쇼트트랙 선수 시절 때부터 두 선수와 친한 사이였다는 김병준과 김동준은 장소로 한걸음에 달려와 두 선수의 어색한 첫 인터뷰의 긴장감을 맘껏 풀어주었다.

2011년 말, 쇼트트랙에서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변경한 서정수와 소한재는 "어렸을 적부터 동고동락을 함께 해 왔기 때문에 아직은 쇼트트랙 선수들과 더 친하다"고 말하며 스피드 신인다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아직 모든 것이 낯설다"는 7개월 차 서정수에 비해 2개월 먼저 스피드에 입문한 소한재는 "상비군 합숙훈련을 받으면 친구가 많이 늘 거다"라며 서정수를 위로하는 선배(?)다운 모습을 보였다.

쇼트트랙을 배운 지 10년차, 서정수와 소한재는 그 10년의 익숙함을 모두 버리고 2011년 겨울, 다시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섰다. 서로 훈련장도 다르고, 종목도 달랐던(서정수는 장거리, 소한재는 단거리) 쇼트트랙 선수에서 두 사람은 그동안 쌓아온 모든 커리어를 내려놓고 스피드 스케이팅의 신인선수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곳에서 두 선수는 라이벌로 재회했다. 친구이자 라이벌, 그 가깝고도 먼 사이에 놓인 장거리계 기대주 서정수와 소한재의 '서로에 대한 생각'을 직접 만나 들어봤다.

 2011/2012 서정수-소한재 경쟁사

2011/2012 서정수-소한재 경쟁사 ⓒ 정인영


첫 인연, 빙판 위 친구가 되다

- 서로에 대해 언제부터 알고 있었나?
서정수(이하 서) "한재랑은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있었어요. 한재는 서울에서 계속 훈련 하고 있었고, 저는 부산에서 스케이트를 타다가 서울로 올라왔는데, 동천 스케이트장에서 같이 훈련을 했어요."

- 친해지게 된 계기는?
소한재(이하 소) "쇼트트랙 시합을 같이 타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됐어요. 사실 저희 둘의 성격이 굉장히 반대인데, 저는 활발하고 외향적인데 비해 정수는 내성적이고 말이 없는 편이에요. 훈련이 없는 날엔 같이 훈련하던 친구들이랑 만나서 놀곤 하는데, 정수 같은 경우에는 꼭 제가 먼저 놀자 그래야 만나요. 안 그러면 그냥 가만히 있어요. 먼저 놀자는 말을 잘 안 해요. 그래서 처음에는 친해지기 좀 힘들었는데, 스피드로 종목을 바꾸고 서로 의지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더욱 친해졌어요."

재회, 친구에서 라이벌로

- 쇼트트랙에서 스피드로 전향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인가?
"작년 시즌을 준비할 때만 해도 스피드를 타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쇼트트랙을 준비하던 도중, 부모님이 먼저 '스피드를 타 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하셨어요. 제가 계속 되는 부상으로 성장세가 멈추다 보니 그게 안타까우셨나봐요. 스피드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지만 그 때는 저도 계속되는 부상으로 인해서 많이 지쳐있던 상태였어요. 불안했지만, 장기간 쇼트트랙 훈련한 것이 스피드에도 분명 도움이 될 거라는 확신을 갖고 종목을 변경하기로 결심했죠."

"저 역시 계속되는 부상과 성적 부진으로 종목 변경을 생각하게 됐어요. 또 저는 불안했던 게, 메달이 있어야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데 중학교 때 당한 부상으로 점점 메달권에서 멀어지니까 그게 많이 신경 쓰였어요. 그러던 중에 스피드 대표팀 출신인 최근원 코치선생님께서 저를 눈여겨보시고 '알려 줄 테니 스피드를 한번 타보라'고 추천해 주셨고, 고등학교 2학년 말부터 스피드를 시작하게 됐어요."

- 서정수 선수는 시즌 도중에 스피드로 종목을 바꿨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시즌 전에는 쇼트트랙을 탈 생각으로 준비를 했는데 시즌 시작 후, 대회를 타보니 성적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중간에 스피드로 바꾸게 됐는데, 준비 없이 종목을 바꾸다 보니 초반에는 굉장히 불안했었어요. '내가 과연 얼마나 탈 수 있을까, 메달은 딸 수 있을까' 등 걱정이 정말 많았어요."

- 소한재 선수는 쇼트트랙에서는 단거리를 타다가 스피드로 전향 후 장거리를 주 종목으로 타고 있다.
"공인기록회에서 단거리와 장거리를 둘 다 타봤는데 예상외로 장거리 기록이 좋았어요. 저는 스피드에 와서도 단거리를 탈 생각이었는데, 쇼트트랙에서 500m 타는 거랑 스피드에서 500m 타는 거랑은 많이 다르더라고요. 저는 빨리 탄다고 탔는데 말도 안 되는 기록이 나온 거예요. 그걸 보시고 코치 선생님께서 장거리를 타는 게 어떻겠냐고 하셔서 지금까지도 장거리를 타고 있어요."

- 서로 쇼트트랙에서 만났을 때와 스피드에서 만났을 때의 느낌이 다를 것 같다. 특히 스피드에서는 라이벌 관계로 만나게 되었는데?
"쇼트트랙을 탈 때는 뛰는 종목이 다르다 보니까 전혀 신경 쓰이는 게 없었어요. 그러다가 스피드로 바꾼 후 같이 장거리를 타게 되면서 아무래도 전 보다 더 신경을 쓰게 됐죠. 더구나 고등부에서 한재랑 돌아가면서 1, 2위를 하고 있으니까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어요."

"사실 저는 정수가 처음 스피드로 종목을 바꿨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정수가 시합 타는 걸 봤는데 굉장히 잘 타는 거예요. 저는 시즌 전부터 스피드를 탈 생각으로 작정하고 준비했는데, 정수는 시즌 도중에 갑자기 종목을 바꿨음에도 눈에 띄게 잘 타니까 '쟤는 뭐지?' 싶으면서 그때부터 의식이 되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정수가 고등부에서 가장 신경 쓰여요."

선수 대 선수, 부딪혀라 그리고 이겨내라

 소한재(왼쪽)와 서정수(오른쪽)는 “스피드를 시작한 후 자신감이 부쩍 올랐다”며 스피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소한재(왼쪽)와 서정수(오른쪽)는 “스피드를 시작한 후 자신감이 부쩍 올랐다”며 스피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 정인영


- 경기장에서나 시합을 탈 때 서로를 의식하는 편인가?
"스피드는 자신과의 기록싸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위 사람은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하지만 한재는 아무래도 라이벌 관계다 보니까 자꾸 의식이 돼요. 제가 의식 하지 않으려고 해도 한재가 탈 때 주위에 코치선생님들께서 몇 초인지 다 얘기해주시거든요."

"저도 정수 탈 때 바퀴마다 몇 초인지 쳐다보고, 저랑 비교해봐요."(웃음)

- 서로의 스케이트 스타일에 대해 평가해본다면?
"정수는 자기 페이스를 잘 유지해요. 저는 옆에서 타는 선수를 굉장히 의식하는 편이거든요. 안 보려고 해도 쇼트트랙 타면서 상대 선수를 견제하는 습관이 남아 있어서 그런가 시선이 자꾸 왔다 갔다 해요. 하지만 정수는 상대 선수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페이스대로만 타서 바퀴 수마다 기록이 꾸준해요."

"한재는 장거리 종목 선수긴 하지만, 단거리도 잘 타는 편이에요. 저는 쇼트트랙 할 때도 선천적인 순발력이 너무 없어서, 아예 장거리만 탔거든요. 그래서 스피드 와서도 아예 장거리에만 힘을 다 쏟고 있는데, 한재는 고루고루 잘 타요. 그래도 지구력이나 체력은 제가 더 좋아요."(웃음)

"얘는 정말 순발력이 꽝이에요. 그래서 전 종목의 기록을 합산해서 점수를 매기는 종합선수권대회에서는 제가 정수보다 더 잘해요."(웃음)

- '내 라이벌이지만 정말 대단한다'라고 느낄 때가 있다면?
"제가 스피드로 종목을 처음 바꿨을 때, 한재가 타는 모습을 보고 받은 충격이 아직도 잊혀지질 않아요. 그 때 한재가 10000m를 타고 있었는데 쇼트트랙에서 단거리를 타던 애가 10000m를 타고 있으니 그 자체가 정말 신기한 거예요. 단거리 선수에서 장거리 선수가 된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닌데, 지금도 계속해서 장거리를 타고 있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10000m가 진짜 힘들긴 해요. 타고 나면 정말 며칠은 쉬어야 할 것 같아요. 가끔 생각해보면 억울하기도 해요. 누구는 14분, 15분 죽어라 타서 금은동 가리는데 단거리는 30초 휭 타고 금메달 따니까요."(웃음)

"10000m 타고 나면 3000m가 단거리처럼 느껴질 정도에요."(웃음)

"저는 저번 시즌 동계체전 5000m 경기 때 정수가 타는 걸 보면서 정말 소름끼쳤었어요. 지금은 대학부지만 이진영 선수라고 고등부에서 가장 잘하던 형이 있었는데 정수가 어느 순간 그 형을 제치고 앞서 나가더니 먼저 골인을 하는 거예요.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애가 오랫동안 정상이었던 형을 누르고 1위하는 모습 보니까 '내 라이벌이지만 저 끈기가 정말 대단하다' 싶었어요."

스피드는 내 운명, "종목 변경 후 단 한 번도 후회해 본 적 없다"

- 쇼트트랙을 타다가 스피드로 전향한 후 첫 경기를 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
"종목 바꾸고 나서 처음 나간 대회가 동계체전 선발전이었어요. 처음 스케이트화를 딱 신었을 때는 별 느낌이 없다가, 첫 시합이 끝나서 나서 굉장히 좋은 느낌이 들었어요. 쇼트트랙은 쉴 새 없이 상대선수를 봐가면서 견제해야 하는 반면, 스피드는 오직 내 능력을 최대로 끌어내서 타는 운동이잖아요? 그런 점이 스피드가 저한테 더 맞는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첫 경기 끝나고 나서 '앞으로 기록을 더 단축시킬 수 있겠다' 싶은 자신감도 생겼어요."

"저는 공식 대회에 앞서 공인기록회에서 처음 스피드를 탔는데 사실 타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많았어요. 몇 년간 스피드만 탔던 선수들도 많은데 그 선수들을 제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없었는데, 막상 타 보니까 예상했던 것 보다 상위권인 거예요. 그래서 그 때 자신감이 많이 생겼고 '시즌 끝날 때쯤에는 기존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 기록을 더 끌어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스피드 전향한 후 후회한 적은 없었나?
"후회는커녕 저는 오히려 바꾸길 잘 했다고 생각해요. 만약 쇼트트랙을 계속 했다면, 지금도 성적 부진에 대한 스트레스로 힘들어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지금은 메달도 따잖아요."(웃음)

"저도 쇼트트랙에서 성적이 안 좋아서 스피드로 왔기 때문에 후회한 적은 없어요. 제가 스피드로 전향할 것을 처음 권유받았을 때가 중학교 3학년 때였는데 왜 진작 안 바꿨을까 하는 후회는 종종 들어요."(웃음)

- 스피드 스케이팅의 매력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점이 스피드 스케이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남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자기 기록만 보고타는 운동이니까요. 그만큼 누군가를 넘어섰을 때보다 자기 기록을 경신했을 때 가장 큰 기쁨이 오기도 하고요."

"맞아요. 쇼트트랙의 경우에는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운에 의해 등수가 결정되기도 하는데 스피드는 내가 훈련하고 노력한 만큼 나오는 것 같아요. 가장 진실 된 운동이라고 할 수 있죠."

- 두 선수 모두 오랫동안 쇼트트랙을 해왔기 때문에 스피드를 타면서 익숙지 않아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다.
"좀 부끄러운 얘기인데, 저는 스피드에서 트랙에 깔린 고깔을 치면 실격을 당하는 줄 몰랐어요. 쇼트트랙에서는 고깔을 건드리는 게 실격 사유가 되지 않으니까 전혀 모르고 있었죠. '고깔을 건들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게 실격 사유가 되는지는 모르고 있다가 대회 때 타면서 고깔을 친 거예요. 그 땐 다리에 감각이 없어서 제가 고깔을 건드린 줄도 몰랐어요. 코치 선생님도 아무 말씀 없이 그냥 가라고만 하시니까 죽어라 타고 저는 그대로 골인했죠. 들어오고 보니까 제가 실격처리 되어있는 거예요. 근데 그게 고깔을 건드려서 그렇게 됐다는 걸 알고 나니 굉장히 허무하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스피드에 대한 기초도 없었던 때였죠."(웃음)

"저도 실격 당한 적이 딱 한 번 있었어요. 경기도 선발전 때 장거리 레이스 도중 실격 처리 됐었어요. 결승선을 통과하고 코치선생님을 보는데 표정이 굉장히 안 좋으신 거예요. 뭔가 잘못됐음을 느끼고 나서 보니까 제가 인코스를 두 번 탄 거예요. 인코스가 짧으니까 무의식적으로 두 번 탔나봐요. 전 정말 몰랐거든요. 어쩐지 덜 힘들더라니. 작은 대회였기에 망정이지, 큰 대회에서 10000m 타고 실격 처리 됐으면 전 10000m 다신 안 탈 것 같아요."(웃음)

라이벌, 같은 꿈을 좇다, "세계무대에서도 같이 경쟁하고 싶다"

  친구에서 라이벌로 다시 만난 소한재(왼쪽)와 서정수(오른쪽)

친구에서 라이벌로 다시 만난 소한재(왼쪽)와 서정수(오른쪽) ⓒ 정인영

- 국내 고등부 장거리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보니 세계무대에 대한 욕심도 날 것 같다.
"솔직히 예전에 쇼트트랙을 탈 때는 잘 타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니까 국가대표는 나랑 먼 얘기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스피드 하면서 기록도 잘 나오고 메달도 따다 보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점점 크게 들어요."

"저도 쇼트트랙을 탈 때는 대표팀이라는 게 굉장히 멀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스피드로 전향한 후에는 국가대표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태극마크는 물론이고, 세계무대에서 메달도 따고 싶어요. 기왕 시작한 운동, 군 면제라도 받고 끝내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 앞으로의 목표와 각오에 대해 한 마디 한다면?
"제가 지금 5000m를 6분 50초대에 타고 있는데 다음시즌에는 이 기록을 10초 정도 줄이고 싶어요. 40초대로 기록을 앞당기면 국가대표에도 가까워지거든요. 선수로써는 세계대회에 나가서 제 커리어를 쌓는 게 목표에요. 물론 올림픽 금메달이 선수로써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이긴 하지만, 꼭 그게 아니더라도 국제무대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 내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저는 저번 시즌에 5000m 최고기록이 7분00초라 다음시즌에는 꼭 6분대 기록을 내고 싶어요. 그리고 다음 시즌에는 주니어 대표로 선발 돼서 주니어세계선수권이랑, 월드컵에도 나가고 싶어요. 운동선수는 세계대회에 나가서 다른 나라 선수들과 겨뤄봐야 한 단계 더 성장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한재가 6분대 타면 저도 긴장해야겠는데요?"

- 시즌을 3개월 앞두고, 서로에게 덕담 한 마디씩 해 준다면?
"저는 지금처럼 우리가 같이 경쟁할 수 있도록 정수가 성적을 꾸준히 유지해 줬으면 좋겠어요. 정수는 저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라이벌이니까요."

"저도 라이벌이 있어야 실력이 늘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재도 저도 지금보다 기록 더 앞당겨서 함께 대표팀에 들어가고 싶어요. 근데 우리 맨날 악담만 해서 이런 말 되게 부끄럽다. 그치?"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첫 인터뷰에 긴장하고 있을 두 선수를 위해 커피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두 선수에게 준비해온 질문지를 건넸다. 마지막 질문의 대답이 가장 중요하다는 기자의 말에, 두 선수의 시선이 질문지 맨 아래를 향했다. 순간 서정수가 난감한 듯 웃으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앞에 질문 합친 것 보다 이 질문 하나가 더 어려워요!" 그러자 소한재는 서정수의 말에 공감하면서 말하길, "빨리 쥐어짜내!". 두 선수를 당황하게 한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바로,

- 소한재에게 서정수란? 서정수에게 소한재란?
(한참 고민 후) "저에게 정수란 '자극제'같은 친구에요. 만약에 정수가 스피드로 넘어오지 않았다면 제가 계속 1, 2등을 했을 테고, 그러면 제가 자만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정수가 온 후 저보다 앞서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도 많이 받았고 그만큼 운동을 하는 데 있어서 동기부여가 돼요. 밉지만 고마운 친구죠."

"저는 한재한테 고마운 게 참 많아요. 제가 쇼트트랙에서 스피드로 처음 와서 아무것도 몰랐을 때 한재가 많이 알려주고 도와줬거든요. 링크장에서도 시합 전에 잘 타라고 응원도 해주고, 심심하지 않게 한재가 말을 많이 걸어줘요. 또, 국내에 10000m를 타는 선수가 많이 없는데, 만약 한재처럼 저와 비슷한 기록을 타는 친구가 없었다면 정말 고독한 레이스가 되었을 것 같아요. 한재가 있기 때문에 저도 늘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 외로움을 덜어주는 친구랄까요? 낯간지럽네."(웃음)

# 인터뷰 후

인터뷰를 모두 마치고 두 선수에게 간단한 사진촬영을 요청했다. 먼저 촬영에 임한 서정수는 기자의 요구에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 그리고 이어진 소한재의 개인 컷 촬영에서, 소한재는 처음 찍는 인터뷰 사진에 긴장한 듯 무척 어색해 하다 기자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경직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친구들은 "쟤 누구 닮지 않았어요? 완전 똑같이 생긴 연예인 있는데"라며 질문을 던졌고, 그 말에 소한재는 웃음이 빵 터졌다. 그리고 덕분에 기자는 한결 자연스러운(?) 사진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게 됐다.  사진 촬영이 끝난 후, 김병준과 김동준이 정답을 말해 줬다. "너 완전 개리 닮았어!!"

 서정수 프로필

서정수 프로필 ⓒ 정인영


 소한재 프로필

소한재 프로필 ⓒ 정인영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아이스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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