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 1989년생인 그는 2005년 동명의 앨범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으로 팝계에 데뷔,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500만 장 이상의 앨범 판매고를 올린 신세대 팝스타다. 하지만 그는 팝계의 악동이기도 하다.

2009년 2월. 크리스 브라운은 여자친구이자 차세대 디바인 리한나(Rihanna)를 폭행했다. 폭행당한 리한나의 얼굴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결국 크리스 브라운에게는 유죄판결이 내려졌고 대중은 그를 비난했다.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가졌던 당시 21세 크리스 브라운의 미래는 불투명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았다.

 팝계의 '악동' 크리스 브라운

팝계의 '악동' 크리스 브라운 ⓒ Sony Music


사생활은 사생활, 음악은 음악!

폭행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발매되었던 크리스 브라운의 정규앨범은 2장. 그 2장의 앨범 판매량을 합치면 400만 장이 넘는다. 하지만 사건이 일어난 후 2009년 12월에 발표된 3번째 정규앨범 <그래피티(Graffiti)>는 빌보드 앨범차트 7위까지 올라갔지만 34만 1천여 장의 판매고에 그쳤다. 싱글차트에서의 성적도 '아이 캔 트랜스폼 야(I Can Transform Ya)'가 20위에 오른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무너질 줄만 알았던 크리스 브라운. 하지만 2011년 3월 발표된 4번째 정규앨범 < F.A.M.E >은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그의 커리어상 처음 차지해보는 앨범차트 1위였다. 판매량도 87만 장을 돌파하며 이전 앨범의 부진을 어느 정도 만회했다.

싱글에서도 신드롬을 일으킬 만큼 엄청난 히트를 기록한 노래는 없었지만 무려 6곡의 노래를 Top 100에 올렸다. 이 또한 5곡의 싱글을 Top 100에 자리하게 했던 2집 앨범의 성적을 능가하는 성과였다. 또한 지난 6월 말에 발표된 새 앨범 <포츈(Fortune)>은 그동안 큰 성과를 올리지 못했던 UK앨범차트 1위에 오르며 그의 재기가 미국에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악동'이었다. 지난 2월 열렸던 제54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크리스 브라운은 <F.A.M.E>으로 '최고 R&B 앨범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폭행사실을 기억하고 있던 사람들은 그를 비난했고, 격분한 크리스 브라운은 "원하는 대로 마음껏 나를 증오해라. 나는 그래미상을 받았고 그것이 진정으로 너희를 X먹이는 일이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힙합 가수 드레이크(Drake)와 싸움을 벌이기도 했는데 이 사건은 드레이크의 스캔들 상대이자 크리스 브라운의 여자친구기도 했던 리한나가 연루되었다는 소문은 물론 총기가 발사됐다는 소문까지 돌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크리스 브라운의 인기에는 영향을 주지 않은 듯하다. 바로 뒤이어 발표된 앨범이 UK앨범차트 1위에 오른 것을 보면 말이다.

 크리스 브라운의 새 앨범 <포츈(Fortune)>의 커버사진. 그는 각종 구설수에도 성공적인 컴백을 이루어냈다.

크리스 브라운의 새 앨범 <포츈(Fortune)>의 커버사진. 그는 각종 구설수에도 성공적인 컴백을 이루어냈다. ⓒ Sony Music


크리스 브라운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사고뭉치인 크리스 브라운이 한국에서 태어나 가수로 생활하며 위와 같은 사건을 일으켰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미국에서처럼 빠른 복귀를 하지는 못했거나 복귀했다고 해도 전과 비슷한 인기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에선 대중 가수를 '유명인'보다는 '공인'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다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가수는 어떤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한 '공인'이 아닌 무명가수일 뿐이지만 말이다.

공인은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뜻한다. 어느 순간부터 대중 가수를 국가대표처럼 생각하는데 가수는 엄연히 개인사업자다. 정치인보다 많은 기삿거리를 양산해내며 대중의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해서 그들이 공적인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잘못한 일이 있다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이 공인이어서가 아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시민이기에 자신이 한 일과 잘못에 책임을 지는 것뿐이다. 그저 잘못한 가수가 싫다면 더이상 그의 노래를 사랑해주지 않으면 그만일 뿐, 공인의 책임을 강요할 이유는 없다.

한 정치인이 법을 어겼다. 그는 법의 처벌을 받았지만 대중은 그의 복귀를 원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그 정치인은 정치계에 복귀하려 한다. 이때 대중은 적극적인 방법을 쓰지 않으면 그 정치인의 정계 복귀를 막을 수 없다. 투표를 하거나 반대 운동을 펼치거나 혹은 반대 여론을 형성하지 못한다면 그 정치인은 정계에 복귀하게 된다.

반면 한 인기가수가 법을 어겼다. 그는 법의 처벌을 받았고 대중은 그의 복귀를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도 그의 음악이 세상에 발표되는 것을 막을 권리는 없다. 그 가수는 새 앨범을 발표했다. 그러나 인기도 없고 성공하지도 못했다. 대중들은 그의 음악을 듣지 않는 간단한 방법으로 한 가수의 복귀를 막은 것이다.

가수와 정치인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영향을 주고받는 대상이다. 가수가 영향을 주고받는 직접적인 대상은 팬들로 한정되지만 정치인은 국민과 국가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우리는 때때로 잘못을 저지른 정치인에게 가수보다도 못한 책임을 지게 하기도 한다. 이는 공인이라는 굴레를 연예인에게 씌운 탓이 아닐까? 그저 관심을 접으면 연예인이 더이상 성공하지 못하는 것처럼 정치인도 똑같을 줄 아는 착각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할 수도 있기 때문은 아닐까?

다시 크리스 브라운으로 돌아와 보자. 크리스 브라운이 한국에서 가수를 했다면 뛰어난 춤과 노래 솜씨에도 다시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 브라운이 정치인이였다면 아마 가수보다 쉽게 복귀할 수 있지 않았을까. 국가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정치인의 책임이 가수보다도 약한 세상. 분명 무엇인가 잘못된 것은 확실하다. 물론 한 곡의 노래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꿈은 아직 유효하기에 가수가 정치인보다 못할 것은 전혀 없지만 말이다.

크리스 브라운 리한나 악동 정치인 공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