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가시> 포스터.

영화 <연가시> 포스터. ⓒ 오죤필름

올해 상반기에 다양하고 이전에는 소재로 삼지 않았던 영화들이 다수 개봉됨으로써 영화팬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안겼다. 첫사랑이라는 흔한 소재이지만 건축을 접목한 <건축학개론>, 노인의 욕망을 다룬 <은교>, 사극이라는 외피이지만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후궁>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들어서는 스파이더맨이 스크린을 점령함으로써 볼만한 영화가 없다는 개인적 불만이 생길 때쯤 <연가시>가 개봉하였다.

'기생충이라는 소재가 흥미를 끌 수 없다'는 우려에 대한 통쾌한 한방

<연가시>는 소재면에서 이전 영화와는 다르다. 우선 기생충 감염재난 영화라는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시도하는 장르였다. 이에 대해서 우려의 시선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해운대>처럼 엄청난 해일로 관객을 시각적으로 압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실적으로 기생충은 대부분 구충제만 먹으면 되는 병이기에 일반인으로서는 그다지 공포감을 느낄 수 없는 소재처럼 보였고, 긴장감 있는 영화의 전개에 의문을 표시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연가시>는 오히려 보이지 않는 것이 보다 공포스럽다는 것을 보여주기나 하는 듯이 영화 내내 관객들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하였다.

탄탄한 스토리 전개(*스포일러 포함) 

<연가시>는 소재는 기생충이지만 기대보다 굉장히 스토리가 탄탄하다. 그저 단순히 변종 기생충이 출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돈에 대한 욕망으로 등장한 것이 '연가시'라는 공포의 기생충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외국계 펀드에 인수된 조아제약이 돈을 벌기 위해서 '연가시'라는 변종 기생충을 살포한 것이다.(얼마 전 먹튀로 이름을 날린 모외국계 펀드가 생각나기도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원래 연가시의 연구는 전임 사장은 인간의 치료를 위해서 연구한 것인데, 외국계 펀드에 인수된 이후 돈의 탐욕에 물든 사람들로 인해서 가공할만한 공포로 변화되었다는 점이다.(사실 이 부분은 일정 부분 괴물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영화 중에 '연가시' 연구 팀장의 다음 말은 인간의 돈에 대한 탐욕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 준다.

"우리는 그저 수백명 감염시키고 수십명만 죽을지 알았어요. 그 정도는 1년에 독감으로 죽는 사람의 숫자와 비슷한 거에요"

할리우드 영화와는 다른 가족애를 활용한 한국적 전개

 영화 <연가시>에서 경순 역을 맡은 배우 문정희.

영화 <연가시>에서 경순 역을 맡은 배우 문정희. ⓒ CJ엔터테인먼트


영화의 전개는 미국의 블록버스터처럼 재난 사태 전면에서 싸우는 정보요원이나 공직자가 주인공이 아닌 일반 평범한 소시민 가장이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알겠지만 이는 할리우드 영화와 달리 가족애에 포커스를 맞춘다. 재미있는 것은 가족을 살리기 위한 가장의 고군분투가 결국은 국가적 재난을 해결한다는 점이다.

이는 영화상에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국가 조직의 무력함과 대비되기에 단순히 가족애만 강조한 영화라 보기는 어렵다. 특히나 7천억짜리 회사를 5조에 인수하라는 외국계 펀드의 요구에 대해서 국민들이 수백 수천명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너무 비싸게 판다며 판단을 머뭇거리는 모습은 보는 사람을 답답하게 한다.(국민들이 그렇게 죽어가는데 5조가 아니라 50조라도 일단 살리고 보는게 국가의 모습이 아닐까?)     

칭찬할 수 밖에 없는 배우들의 연기력
 영화<연가시>에서 재혁 아내 경순 역의 배우 문정희가 2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연가시>에서 재혁 아내 경순 역의 배우 문정희가 2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영화를 보면서 과연 김명민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잘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극초반 주식에 실패해서 잘나가던 박사가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되고  그 결과 아내와 아이들에게 심하게 짜증을 부린다 하지만 가족의 살리기 위해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역시 김명민이 왜 연기 잘 하는 배우인지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문정희 역시 '연가시'로 인해 자신의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모습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지켜내기 위한 모습은 굉장히 인상 깊었다.

좋은 영화이지만 아쉬웠던 점-(1)

탄탄한 스토리 전개에도 불구하고 다소 억지스러웠던 설정들이 몇장면 있었다. 우선 거대 펀드의 음모라는 설정을 설명하기 위해서 김명민과 김동완이 주식으로 망했다는 설정까지 했지만 이 음모를 아는 방법이 단순히 이장님의 목격이라는 설정은 다소 아쉬웠다. 보다 인과관계가 있는 설정이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또한 제약회사가 방류한 곳은 강원도 계곡이다. 그렇다면 물놀이는 주로 강원도와 수도권 사람들이 갔을 텐데 광주, 전주,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다는 설정도 다소 아쉽다. 상식적으로 여름 피서를 남쪽 지방 사람들이 강원도 계곡으로 가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너무 아내가 너무 순종적 모습이다. 잘나가던 박사에서 주식으로 망했다면 일반적으로는 구박하는 것이 할텐데 극중 문정희는 너무 순종적이라 너무 억지스러웠다.
 20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연가시>제작보고회에서 강력반 형사 재필 역의 배우 김동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연가시>제작보고회 당시. 강력반 형사 재필 역의 배우 김동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좋은 영화이지만 아쉬웠던 점-(2)

조연인 김동완과 이하늬의 연기이다. 김동완은 그래도 좀 낫지만 이하늬의 경우 다소 책을 읽는 듯한 연기는 많이 아쉬웠다. 물론 김명민과 문정희와 대비되어 보다 아쉬운 감도 있지만 주연들의 연기에 비해서 조연들의 연기가 부자연스러운 것은 이 영화의 흠이다.

김명민의 설정이 과학자 출신이라는 점이 영화 전개에 있어서 그다지 중요한 설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극 초반 잘 나가던 박사 출신이라는 설명은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 해결방안은 어떤 모양이든지 해독제 원료만 들어가면 된다는 구지 과학자가 아니라도 생각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이었다. 좋은 소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사족

극중에서 정부는 제약회사 매수 직전에 제약회사 측의 음모를 알고 매수가 중단된다. 이 장면에서 정부가 속으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있다면 계약이 성사되었다 하더라고 민법상 반사회적 행위나 궁박 상태를 이용한 불공정 행위나 폭리 행위가 인정되어 계약은 무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계약 했더라도 법적 구제책은 있다.(정부의 돈은 회수된다.) 물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외국회사 이므로 FTA에 따른 ISD제소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범죄행위로 인한 것이기에 ISD제소는 생각하기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연가시'가 일본에서도 감염된 장면이 엔딩이다. 이는 <연가시>2에 대한 감독의 복선일까?(그렇다면 속편은 세계적 스케일?)   

 20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연가시>제작보고회에서 박정우 감독, 재혁 아내 경순 역의 배우 문정희, 재혁 역의 배우 김명민, 강력반 형사 재필 역의 배우 김동완이 아자를 외치고 있다.

<연가시>제작보고회 당시. 박정우 감독, 재혁 아내 경순 역의 배우 문정희, 재혁 역의 배우 김명민, 강력반 형사 재필 역의 배우 김동완이 아자를 외치고 있다. ⓒ 이정민


연가시 김명민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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