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100% 변종 연가시.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감염의 공포가 대한민국을 초토화. 고요한 새벽녘 한강에 뼈와 살가죽만 남은 참혹한 몰골의 시체들이 떠오른다.

치사율 100% 변종 연가시.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감염의 공포가 대한민국을 초토화. 고요한 새벽녘 한강에 뼈와 살가죽만 남은 참혹한 몰골의 시체들이 떠오른다. ⓒ CJ 엔터테인먼트

'목이 탄다'. 컵에 물을 가득 붓고, 물을 벌컥벌컥 마시지만 갈증은 갈증을 낳는다. 500ml 생수병을 벌컥벌컥 마셔보지만 이도 아니다. 20리터 생수통을 들이킨다. 하지만 갈증 해소는 커녕 더 탄다. 어떤 이는 수족관으로 내달렸고, 어떤 이는 한강에 몸을 던졌다.

하지만 한강에
뼈와 살가죽만 남은 참혹한 몰골의 시체가 떠오른다. 치사율 100% 공포가 대한민국을 초토화시켰다. 사망자 3159명, 감염환자는 10만2376명에 이른다. 감염의심 환자은 117만2217명. 지난 여름 '물놀이'를 다녀온 사람의 공포심은 두 배 세 배 더 높아진다. 한 마디로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변종 연가시 공포'가 대한민국을 지배한다.

"아빠 연가시 보고 싶어요!"
"연가시가 뭔데?"
"사람들이 물을 많이 마시고, 한강에도 뛰어들어요."
"아빠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계곡에 물놀이를 갔는데 '연가시'를 먹었대요? 그런데 연가시는 물을 많이 마시게 하고, 결국 물에 빠져 죽는데 뼈만 남아요."


지난 금요일 아이들이 <연가시>를 보자며 졸랐습니다. 아이들 말을 도무지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려다가 기초 지식없이 보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에 지난 7일 영화관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인간탐욕'이라는 기생충이 만든, 치사율 100% 변종 연가시

 연가시를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 지난 토요일 한 영화관, 조조할인이었는데 빈자리가 없었다.

연가시를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 지난 토요일 한 영화관, 조조할인이었는데 빈자리가 없었다. ⓒ 김동수


관람시간은 10시 10분 '조조할인'이었습니다. 예매를 못해 갔는데 빈자리가 없었습니다. 맨 앞줄 맨 끝자리였습니다. 8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5일 개봉한 <연가시>는 이날까지 누적 130여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얼마나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개봉 사흘만에 '대박'이 터졌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집에 돌아와 <연가시> 전문가 평을 보니 그리 높은 점수는 아니었습니다. 관람객들도 평점이 '극과극'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을 지배한 것은 '인간의 탐욕'이 결국 자신을 죽인다는 '만고불변'의 진리였습니다. 자신들 탐욕을 채우기 위해 변종연가시 실험용 개를 1급수 강원도 산골짝 강에 버립니다.

콘크리트 문화에 찌들었던 도시를 뒤로하고, 가족과 함께 휴가를 떠났던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변종연가시에 감염되었고, 1년 후 그들은 끝없이 먹어야 했고, 물을 마셔야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먹어도, 배를 채울 수 없었고 아무리 마셔도 목마름을 해소할 수 없었습니다. 한강까지 뛰어들었지만 갈증해소는 커녕 뼈만 남은 몰골 앙상한 시신이 되어 떠 올랐습니다.

 기생충이란 인간탐욕을 통제하지 않는 한 우리는 '변종연가시'를 현실에서 직접 경험할지도 모른다.

기생충이란 인간탐욕을 통제하지 않는 한 우리는 '변종연가시'를 현실에서 직접 경험할지도 모른다. ⓒ CJ 엔터테인먼트


사람 목숨 3000명보다 돈 5조원이 더 중요... 그리고 '4대강'

'돈'에 눈먼 탐욕이 수천명을 죽음으로 이끌고, 온 나라를 공포로 몰아넣었지만 유일한 치료제인 구충제(원다졸)를 만들 조아제약 관계자는 애타는 정부를 향해 회사를 인수하라고 합니다. 그것도 시가보다 열 배가 넘는 5조원에 말입니다. 그들은 원다졸 10만 명 분을 창고에 차곡차곡 숨겨놓았고, 재혁(김명민분)과 재필(김동완분)이 찾아냈을 때 불까지 질러 다 태워버립니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잉태한즉 사망을 낳는다'는 성경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무슨 문제있습니까?"(제이슨 김)
"이런 기생충만도 못한"(국무총리)

조아제약 제이슨 김(이형철 분)과 국무총리가 인수 계약서 서명 직전에 오간 말입니다. 사람 목숨 3000명보다 5조원이란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이 더 걱정인 조아제약 제이슨 김입니다. 총리의 분노가 당연한 이유입니다.

문제는 제이슨 김만이 변종 연가시를 만들고, 원다졸을 숨기는 탐욕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변종 연가시는 강원도 계곡에서 시작되어 '4대강'을 따라 뼈만 남은 시신으로 떠오릅니다. 22조원이 들어간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연결짓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자꾸면 연결되었습니다. 변종연가시가 현실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탐욕'을 '출입금지'시켜야 합니다.

 인간의 탐욕은 결국 자신을 죽음으로 이끈다. 내 안에 스며들려고 하는 탐욕을 '출입금지'시켜야 한다.

인간의 탐욕은 결국 자신을 죽음으로 이끈다. 내 안에 스며들려고 하는 탐욕을 '출입금지'시켜야 한다. ⓒ CJ 엔터테인먼트


연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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