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월화드라마 <추적자>에서 박용식 역의 배우 조재윤이 26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공원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BS월화드라마 <추적자>에서 박용식 역의 배우 조재윤이 26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공원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배우 조재윤을 만나자마자, 왼쪽 뺨을 확인했다. SBS 드라마 <추적자> 전과 7범 박용식의 얼굴을 가로지르는 '칼빵'이 있을 것만 같아서다. 정말 왼쪽 눈 밑이 약간 붉게 상기돼 있었다. 피부를 당겨서 스크래치처럼 만드는 분장이 잦아서란다.

조재윤에게 스크래치는 친숙한 분장이다. OCN 드라마 <키드갱>에서는 얼굴 가운데, KBS <영광의 재인>에서는 눈 옆에 상처가 있는 역할이었고, MBC <에덴의 동쪽>에서는 흰색 특수렌즈를 꼈다. 캐릭터 이름도 '애꾸' '개코' '갈치' '날치' '쌍도끼' 등 사람 이름이 아닌 경우가 적지 않았다. 주로 착한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깡패다.

"흰색 렌즈를 끼면 앞이 안 보여요. 한쪽 눈이 가린 상태나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에덴의 동쪽>에서 송승헌 씨를 때리는 연기를 하면서 정확하게 턱을 가격했죠. 단역 배우가 한류 스타를 때렸으니, 그땐 정말 식겁했어요."

용식이는 어쩌다가 백홍석의 조력자가 됐나

'용식이'는 <추적자>에서 의외로 가장 따뜻한 캐릭터다. 딸을 잃은 아버지 백홍석(손현주 분)과 자신의 성공을 위해 그의 딸을 죽인 강동윤(김상중 분)의 싸움, 돈 앞에 친구도 인생 선배도 배신하는 차가운 현실을 그린 '웃음기 싹 뺀' 드라마 안에서 거의 유일하게 코믹을 맡고 있다.


 SBS월화드라마 <추적자>에서 박용식 역의 배우 조재윤이 26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공원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BS월화드라마 <추적자>에서 박용식 역의 배우 조재윤이 26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공원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사실 홍석의 조력자로서 용식의 당위성은 약하다. 형사와 전과자로 썩 좋은 인연도 아닌데다가, 용식은 등장하자마자 홍석에게 무자비하게 맞기까지 했다. 그를 연기하는 배우로서도 이 같은 설정이 의아해 묻자, <추적자> 조남국 감독은 "용식도 외로운 사람이다, 홍석이 안타까웠을 것이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화가 나서 숨이 막힌다는 이 드라마 안에서 용식은 조형사(박효주 분)와 함께 숨구멍 같은 존재가 됐다. 코믹한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두 사람에게는 적당한 애드리브도 허용된다고. 두 사람 사이가 심상찮다 했더니, 조재윤은 "앞으로 조형사와의 로맨스도 있다"고 귀띔했다.

"극중 용식이는 전라도 말씨를 쓰지만 서울 사람이에요. 개인 교습을 받고 전라도 사투리를 배웠다는 설정이 있어요. 감독님이 나중에 조형사에게 고백할 때는 서울말을 쓴다고 하던데 기대해봐야죠."

전라도 사투리를 '겁나게' 쓰는 조재윤은 충청도에서 살다가 어릴 적 서울에서 올라온 후로 쭉 서울에서 살았다. 다행히 그에게는 사투리 연구를 위한 참고자료가 넘친다. 선배 성동일의 조언으로 전국 5일장을 돌아다니며 6mm 카메라로 시장 이모저모와 사람들을 담아놨기 때문. 험하면서도 귀여운 용식이 캐릭터는 벌교 사투리에 경상도 구례 사투리의 느낌을 섞은 것이라고 한다. 

 SBS월화드라마 <추적자>에서 박용식 역의 배우 조재윤이 26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공원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BS월화드라마 <추적자>에서 박용식 역의 배우 조재윤이 26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공원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아버지의 한 마디, 배우 인생을 바꾸다  

1974년생. 서울예대에서 무대디자인과 연출 등을 공부한 조재윤은 서울시립 청소년직업체험센터인 '하자센터'에서 자원봉사로 가구 만들기를 가르칠 정도로 목공일에 능하다. 줄줄이 깡패 역할을 맡았던 이력과 안 어울리게, 5년 여간 '뽀로로' '디보' '코코몽' 등 각종 어린이 뮤지컬을 연출하기도 했다.

학교 선배 고창석 등과 함께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일원이었던 그는 고창석의 권유로 2003년 <휴먼 코메디>를 통해 연극 무대에 데뷔했다. 당시 연극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조재윤의 연봉은 14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올랐다.


 SBS월화드라마 <추적자>에서 박용식 역의 배우 조재윤이 26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공원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BS월화드라마 <추적자>에서 박용식 역의 배우 조재윤이 26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공원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그 뒤로 영화에 출연했지만, 아주 작은 단역에 머물렀다. 그에게는 모두 소중한 한 컷이었지만, 부모의 바람도 같지는 않을 터. 조재윤은 "어느 날 아버지가 일일드라마를 보시면서 '아유, 우리 아들은 언제 저런 데 한 번 나오나'라고 툭 던졌는데, 방에 들어가서 눈물이 나더라"라고 떠올렸다. 그때부터 혼자 프로필을 만들어 여기저기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아버지의 그 한 마디가 배우로서 계기가 됐어요. 아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짠해요. 많이 아프셨거든요. 심근경색 때문에 회갑잔치 이틀 남기고 앰뷸런스로 후송돼 수술하셨어요. 그때만 해도 수술이 어려워 금방 돌아가실 거라고 했는데 10년을 더 사셔서, 올해 칠순이에요.

10년이 지나니 의학도 발전하더라고요. 이제는 시술만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얼마 전에 병원에 다녀왔어요. 그런데 병원에 계신 분들이며, 간호사들이 다 저를 알아보는 거예요. 사진도 찍고 사인도 했죠. 그날 아버지가 그렇게 활짝 웃으시는 모습을 오랜만에 봤어요.

개인택시를 하셨던 아버지는 하나 있는 아들이 연극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어요. 사업을 하거나 좋은 회사에 다니길 원하셨죠. 요즘엔 제가 배우인 것이 자랑이에요. 어머니는 제가 낚시TV에 나온 것까지 다 챙겨보면서 주위 사람에게도 보라고 전화한다니까요.(웃음)"

 SBS월화드라마 <추적자>에서 박용식 역의 배우 조재윤이 26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공원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BS월화드라마 <추적자>에서 박용식 역의 배우 조재윤이 26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공원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죽기 전에 <추적자>의 손현주, <너는 내 운명>의 황정민과 같은 역할을 꼭 해보고 싶다는 조재윤은 "'따뜻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싸움하는 걸 싫어한다는 그가 강한 인상 때문에 줄곧 깡패 역할을 맡았으니, 양지를 갈구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다행히(?) 물밀 듯 들어온 차기작에서는 다른 직업을 갖게 됐다. 원신연 감독의 <용의자>에서는 기자,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 고>에서는 정형외과 의사, 이환경 감독의 <12월 23일>에서는 교도관으로 분한다. 올해 꽤 바쁘겠다는 말에 조재윤은 "고창석 성동일 등 선배들에게 배운 게 하나 있는데, 땡길 때 확 땡기랬다"고 용식이처럼 찰지게 답했다.

조재윤 추적자 용식이 고창석 용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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