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방송된 MBC <세바퀴>의 한 장면

지난 23일 방송된 MBC <세바퀴>의 한 장면 ⓒ MBC




박미선: 운동을 많이 하시는 숀리 씨가 생각하는 통통의 기준이 어느 정도예요?
(자막: 트레이너 숀리의 통통한 기준은?)
숀리: 전 사실 예전에 이런 게 있었어요. 조여정 씨와 송혜교 씨...(자막: 조여정과 송혜교?) 를 막 통통하다 그러는데, (자막: 국민 트레이너 숀리마저…)저는 예전부터 그런 몸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이지혜: 통통이 남자들 생각하기엔 글래머인 것 같아요. (자막: 결국 통통한 여자는 글래머인 불편한 진실)

지난 23일 방송된 MBC <세바퀴>의 한 장면이다. 방송 이후 인터넷은 '여성의 몸매를 평가했다'며 비난 여론으로 들끓었다. 이 와중에 "숀리가 통통한 기준으로 조여정과 송혜교를 거론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며 화살이 그에게 쏠렸고, 숀리는 25일 SNS를 통해 "오해하지 말아 달라"며 '해명'글을 남기기에 이르렀다.

"현재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글을 남깁니다. 방송편집상 제가 그런 기준을 정한 것처럼 보이는데 제가 한 말은 '조여정 씨 송혜교 씨 예전 사진보고 어떤 분들은 통통했다 기준을 정하는 것 같은데 그게 다 볼륨감 건강미 때문인 거 같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 입니다^^'라고 표현한 거예요.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ㅜㅜ"

'숀리 해명'의 당시 발언, 다시 살펴 보니...

그러나 해당 방송분을 다시 보면 '숀리가 통통한 기준으로 조여정과 송혜교를 거론했다'는 이야기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를 다시 보면, 숀리가 SNS에 남긴 것이 맥락상 더욱 타당해 보인다.

 지난 23일 방송된 MBC <세바퀴>의 한 장면

지난 23일 방송된 MBC <세바퀴>의 한 장면 ⓒ MBC


숀리의 당시 발언을 들어보면 "조여정 씨와 송혜교 씨를 막 통통하다 그러는데"라고 표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자신이 '통통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아니라, '통통하다고 그런다'며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녹화장에 옮겨온 것에 가까운 것이다. 때문에 "조여정 씨 송혜교 씨 예전 사진보고 어떤 분들은 통통했다 기준을 정하는 것 같은데"라고 적은 그의 SNS 글은 당시 녹화장에서 못다했던 말을 부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MC인 박미선이 "숀리 씨가 생각하는 통통의 기준이 어느 정도예요?"라고 질문했기 때문에, 숀리는 '자신의 기준'을 이야기했어야 하는 것이 맞다. '남들이 ~를 통통하다고 그런다'고 표현한 그의 답은 질문의 정확한 답은 아니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 질문 때문에 숀리의 발언이 '통통함의 기준'으로 받아들여졌고, 논란을 일으킨 모양새다.

뿐만 아니라 당시 방송분을 살펴보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소지를 제공한 것은 숀리의 발언이 아니라 제작진의 자막인 것으로 보인다. 방송 화면을 살펴보면 처음 박미선의 질문 이후 "트레이너 숀리의 통통한 기준은?"이라는 자막이 삽입돼 질문을 시각화했다.

이어 숀리의 발언 중간 "조여정과 송혜교?"라는 자막과 "국민 트레이너 숀리마저…"라는 자막을 넣었다. 그러나 이는 숀리의 발언을 곡해한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숀리의 당시 발언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기보다, 남들의 기준을 전한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방송된 MBC <세바퀴>의 한 장면

지난 23일 방송된 MBC <세바퀴>의 한 장면 ⓒ MBC



자막은 출연진의 발언을 요약해 한 눈에 들어오게 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다. 그런 만큼 해당 방송의 캡쳐 화면만을 보면 마치 숀리가 '조여정과 송혜교가 통통하다'고 말한 것처럼 발언의 내용을 이해하기엔 충분해 보인다. 여기에 이지혜의 발언 후 "결국 통통한 여자는 글래머인 불편한 진실"이라는 자막은 숀리에겐 '카운터 펀치'와도 같다.

'친절하지 못했던' <세바퀴>, 아쉽다

물론 23일 방송된 <세바퀴>는 비판의 소지가 많았다. 이날 남성 출연진들은 특정 여성 출연자를 향해 "통뚱하다" "고도비만"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고, 이 여성 출연자는 굳은 얼굴을 애써 감췄다. 여성과 남성의 다른 시각을 이해한다는 취지 자체는 좋았으나, '그 도가 지나쳤다'는 비판은 제작진과 출연진이 함께 고민해 볼만하다.

하지만 이에 더해 안타까운 것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이들의 안일한 자세다. 출연자가 '편집' 문제를 거론할 만큼 이날 <세바퀴>는 보는 이들에게도, 출연한 이들에게도 친절하지 않았다. '논란'과 '해명'이 동시에 이슈가 된 상황에서, 난처한 것은 의도치 않게 발언을 편집당한 한 출연자였다. 좀더 섬세하지 못했던 <세바퀴>의 후반 작업이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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