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포스터가 이곳에서 경기가 있음을 알려줬다.

홍보 포스터가 이곳에서 경기가 있음을 알려줬다. ⓒ 김진수


지난 15일, 전국 휠체어 농구대회가 열리고 있는 잠실학생체육관 주변은 고요했다. 대회가 열리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경기장 출입문에 붙어 있는 포스터만이 대회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다행히 코트 안은 뜨거웠다. 선수들의 격렬한 플레이 속에 휠체어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고, 경기 중간중간 선수들의 하이파이브, 다른 팀 선수들의 응원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 시각 코트에서는 개막전(고양시홀트 vs. 무궁화전자)의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관중석은 썰렁했다. '관중이 몇백 명은 있겠지'라는 기자의 소박한(?) 바람에도 관중은 십여 명에 불과했다. 경기 중간의 작전타임 시간에는 치어리더까지 나와 경기장을 뜨겁게 달궜지만 관중석의 모습과는 대비돼 아쉬웠다. 같은 시간 체육관 반대편에 있는 잠실야구장은 수많은 관중으로 들썩이고 있었다.

올해로 11회를 맞은 우정사업본부장배 전국 휠체어 농구대회는 8월에 열리는 SK텔레콤배 전국 휠체어 농구대회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대회 중 하나다. 총 23개의 팀이 참가했으며 경기는 장애인 1부, 장애인 2부, 비장애인부, 여성부로 네 개의 조별리그로 나뉜다. 이후 각 조에서 조별리그전 및 순위 결정전을 치르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1부와 2부는 지난해 성적을 종합해 성적으로 차등을 둔 것이다. 지난 14일에 리그전이 시작돼 6월 18일에 각 조 결승전이 열렸다. 여성부는 세 팀밖에 되지 않아 리그전만 치렀다.

한산한 경기장... 사람들 관심이 절실

한산한 경기장 대회 내내 관중석은 썰렁했다.

▲ 한산한 경기장 대회 내내 관중석은 썰렁했다. ⓒ 김진수


결승전이 열린 지난 18일에 체육관을 다시 찾았다. 각 조 결승전이 열리는 날이었지만 관중석은 여전히 썰렁했다. 경기를 주관한 대한장애인농구협회 윤용석 사무국장은 "홍보하기 쉽지 않았다"며 "공중파 방송이 제일 효과가 좋은데 파업 중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처음으로 페이스북으로도 홍보를 해봤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진 못했다"고 덧붙였다(결승전은 네이버를 통해 중계됐다). 윤 사무국장은 "내년에는 이 대회를 지방에서 개최할 계획"이라며 "지방에서 하면 관중들이 더 많이 찾아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용석 사무국장 그는 "장애인스포츠의 꽃은 휠체어 농구"라고 말했다.

▲ 윤용석 사무국장 그는 "장애인스포츠의 꽃은 휠체어 농구"라고 말했다. ⓒ 김진수


그는 장애인 스포츠의 꽃은 농구라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를 "장애인들한테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성인데 농구가 가장 화려하고 격렬한 운동이고 팀워크를 형성하는 운동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고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된 사람이 처음에는 주변 시선으로 인해 사회성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농구 경기를 하며 사회성을 회복한 선수들은 취업에도 유리하다고 한다. 윤 국장은 "각 팀에서 성적이 우수한 선수는 취업알선도 시켜준다"고 말했다. 이렇듯 대부분의 선수들은 직장과 농구 경기를 병행한다.

여전히 시설은 미비

장애인 스포츠 종목 중 농구는 꽃으로 여겨지지만,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다. 장애인 전용 체육관은 있지만,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이윤을 내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함께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윤 국장은 "매번 정부에 요청하지만 잘 되지는 않는다"라며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선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가대표가 되면 1년에 40일에서 최대 60일까지 훈련을 해야 한다. 일반 회사에 취직한 선수들이 주말을 제외하고 훈련에 참가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장애인 농구 국가대표는 지난 11월 고양시에서 열린 2012 고양 IWBF 아시아·오세아니아 챔피언십에서 일본에 77-78로 져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아쉽게 실패했다. 이 대회에서 대표팀의 한 주전 선수는 직장 문제 때문에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윤 국장은 "이미 결과가 나긴 했지만, 그 선수가 있었다면 경기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며 "대표팀 차출에는 정부의 협조가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청 vs. 대구시청... 대회 결승전

경기 시작! 경기 시작 직전 모습

▲ 경기 시작! 경기 시작 직전 모습 ⓒ 김진수


이날 오후 2시에는 서울특별시청(서울시청)과 대구광역시청(대구시청)의 장애인 1부 결승전이 열렸다. 서울시청은 리그에서 강한 팀으로 평가된다. 무궁화전자와 함께 실업팀으로 등록돼 있어 다른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지원을 받고 있다. 또한, 선수들이 직업 농구선수들이라는 점도 유리하다. 서울시청은 최근 출전한 3개의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대구시청의 최고 기록은 2011년 제14회 대구컵 국제초청 휠체어 농구대회에서 준우승이 전부다. 기록상으로만 보면 서울시청의 우세함이 예상되었으나 의외로 경기는 중반까지 팽팽하게 전개됐다.

결승전답게 초반부터 경기는 치열하게 전개됐다. 격렬한 몸싸움에 넘어지는 선수도 있었다. 휠체어가 부딪히는 소리가 코트 곳곳에서 들렸으며, 양 팀 선수들은 빠른 플레이를 하며 코트 안을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경기 초반 서울시청 선수들이 많은 파울을 범하며 위기를 자초했으나 대구시청 선수들의 슛이 여러 차례 골대를 빗나가면서 점수 차는 쉽게 벌어지지 않았다. 2쿼터까지 서울시청이 28-22로 근소하게 리드했다.

 경기는 치열하게 진행됐다.

경기는 치열하게 진행됐다. ⓒ 김진수


점수 차가 급격히 벌어진 건 3쿼터 종료 4분 전. 국가대표 에이스 출신인 서울시청의 김동현(25) 선수가 코트를 휘젓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큰 체격을 이용해 골대 가까이에 접근했고, 정확한 슛을 앞세워 득점했다. 이에 반해 대구시청은 번번이 턴 오버를 범하며 점수를 내지 못했다.

결국 경기 후반은 서울시청의 페이스로 전개됐고, 점수 차는 무려 29점이나 났다. 승부는 갈렸지만, 양 팀 모두 느긋한 플레이는 하지 않았다. 전광판의 시간이 0초가 되는 순간까지 코트 위의 선수들은 온 힘을 다해 뛰었다. 최종스코어 72-43으로 서울시청이 우승을 차지했다. 김동현은 팀 득점의 절반이 넘는 38득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선수 생활을 포기하려고 했지만..."

김동현 선수 그의 체격만큼이나 많은 득점했다.

▲ 김동현 선수 그의 체격만큼이나 많은 득점했다. ⓒ 김진수

경기가 끝난 후 터진 축포소리의 짜릿함이 좋다는 서울시청 김동현 선수는 "좋은 체격을 가지고 태어나게 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며 "지금은 다이어트 중이다. 조금 더 유연하고 빠른 스피드를 가지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지금 있는 체육관은 일반인들도 함께 사용하다 보니 오전이나 오후 둘 중 한 번만 훈련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용체육관이 있으면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현은 국가대표팀 에이스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고양시에서 열린 2012 고양 IWBF 아시아·오세아니아 챔피언십 예선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2점 차로 뒤진 종료 직전 자유투 하나를 실패해 동점 찬스를 놓친 아쉬운 기억이 있다.

그는 "그 경기(일본 전) 이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 몸무게도 몇 킬로그램이나 불었고, 농구선수생활을 그만두려고 했다"며 "선배들의 조언도 있었고,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다시 선수생활을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제는 일본팀과 다시 붙어 이기고 싶다고 말한 그는 적은 관중 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일단 와서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매력이 넘치는 스포츠거든요."

곧 결혼을 앞둔 그에게서 자신감과 농구에 대한 열정이 가득 느껴졌다.

일단 가서 관람하는 건 어떨까

 박종민 SK나이츠 장내 아나운서의 모습도 보였다

박종민 SK나이츠 장내 아나운서의 모습도 보였다 ⓒ 김진수


사실 기자도 휠체어 농구대회를 두 눈으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예상과는 달리 일반프로농구 이상으로 흥미진진했다. 특히 휠체어끼리 부딪힐 때 흥미가 더해졌으며, 선수가 휠체어와 함께 널어질 때는 가슴이 철렁하기도 했다. 비록 몸은 약간 불편하지만, 선수들은 즐겁게 서로를 격려하면 열심히 코트를 누볐다.

하지만 하나같이 "적은 관중 수가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물론 홍보 부족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개인이 한 번이라도 관심을 가진다면 이들 선수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일단 와서 보라"고 말한 김동현 선수의 말처럼 일단 가서 보는 건 어떨까. 이번 대회는 끝났지만, 향후 휠체어 농구 경기 일정은 대한장애인농구협회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티스토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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