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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 신부의 편지 감독 클라우스 해로/주연 카리나 라자르드, 헤이키 노우시아이넨, 주카 케이노넨, 에스코 로인/수입 뉴원시네마/배급 뉴원시네마

▲ 야곱 신부의 편지 감독 클라우스 해로/주연 카리나 라자르드, 헤이키 노우시아이넨, 주카 케이노넨, 에스코 로인/수입 뉴원시네마/배급 뉴원시네마 ⓒ 뉴원시네마


<야곱 신부의 편지>. 제목부터 느낌이 오죠? 이 정결함. 맑고 잔잔할 것 같은 이 느낌. '야곱'은 성서에 나오는 인물이고, 성직자인 신부님에 그리고 감성의 매개체라고 할 수 있는 편지까지. 이건 완전 '은혜로울수 밖에 없는' 영화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첫 장면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던 여주인공 레일라가 사면되었다는 소식으로 시작됩니다. 그런데 레일라는 마치 <미저리>의 캐시 베이츠를 연상시키는 무표정하고 잔인해 보이는 얼굴에 사면이라는 기쁜 소식을 들어도 웃음기 하나 없습니다. 대체 그는 어떤 사연을 가졌길래 이렇게 메마른 사람이 된걸까요?  

출소 후 야곱 신부의 비서로 취직하게 된 레일라. 교도소에 있을 때보다는 한결 편해진 얼굴이 되어 야곱 신부의 집에 들어섭니다. 이 영화의 촬영과 편집은 비교적 '느림의 미학'을 취하는 편이에요. 배우들의 대사 구사 역시 음미할 수 있게끔 차분하니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보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영화속 현실 모습은 대개 현실보다 느리게 보여지곤 하지만요.

레일라가 온 것을 알고 인사를 건네는 야곱 신부는 시각장애인입니다. 앞을 보지 못하죠. 그리고 나이도 많아요. 레일라는 일단 야곱 신부를 경계합니다. 사람에게 상처받은 과거가 있나봐요. 사람을 믿지 못하고 자기 자신만 믿는 타입 있지요, 레일라가 그래요. 그리고 상대방이 날 떠날까봐 언제나 내가 먼저 떠나려고 하는 사람. 전에 <힐링캠프>에서 김제동 씨에게 법륜 스님이 말씀해주신 그런, 외로운 사람이 바로 레일라 였습니다.

야곱 신부님은 그런 레일라의 태도에 처음엔 조금 놀라지만, 이내 적응합니다. 그리고 편견 없이, 레일라에게 불필요한 신경을 쓰지 않고 삶에 충실하게 됩니다. 꼭 앞이 안 보이기 때문에 그러신 것 같지는 않아요. 언젠가, 사람이 사람을 사귄다는건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거라고 <어린왕자>의 여우가 말했다죠. 레일라 역시 자신을 아무렇지 않게 대하며 그속에서 배려심을 보이는 야곱 신부님에게 자기도 모르게 동화되어 갑니다.

 영화 <야곱 신부의 편지>의 두 주인공, 레일라(왼쪽)와 야곱 신부님. 두 사람은 서로를 조금씩 닮아갑니다. 아름다운 어울림이죠.

영화 <야곱 신부의 편지>의 두 주인공, 레일라(왼쪽)와 야곱 신부님. 두 사람은 서로를 조금씩 닮아갑니다. 아름다운 어울림이죠. ⓒ 뉴원시네마



레일라가 할 일은 한가지에요. 야곱 신부님에게 온 편지의 답장 쓰는걸 도와드리는 거죠. 아마도 신부님의 답장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가보죠? 야곱 신부님의 말에 의하면 레일라가 하는 일은 역시 편지를 신부님에게 읽어주는 일이기도 할 거에요.

그런 편지를 가져온 집배원은 초록의 풀밭을 낡은 자전거로 헤치고 옵니다. 그리고 레일라가 무기징역수였다는 말에 집배원은 그녀를 두려워하며 쳐다보지만, 그녀는 그런 시선을 그저 여유롭게 넘길 뿐입니다. 나에 대한 긍정적이지 않은 시선을 받아들인다는 건 이미 치유가 되어가고 있다는걸 뜻하죠.

그나저나 레일라 역의 이 배우, 참 매력적이네요. 우리가 <미저리>의 여자주인공은 싫어도 캐시 베이츠는 싫어하지 않듯이, 레일라도 이 배우의 숙련된 연기가 영화에 더 잘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배우의 이름이 카리나 하자드. 핀란드 배우에요. 이 영화도 핀란드 영화입니다. 핀란드에는 '무슨무슨 톨' 하는 츄잉껌 재료만 있는게 아니었어요. 다른 핀란드 영화도 찾아보고 싶어지는 마음입니다.

이 영화 역시 나중에 반전이 있습니다. 밝히면 산통 다 깨지니까 말씀드리진 않을게요. 다만 그 반전이 이 영화 개봉전에 열었던 관객 시사회에서 '폭풍 눈물'을 쏟아지게 했다는 귀띔만 해 드리죠.

힌트를 좀 드릴까요. 레일라는 신부님에게 한 사람이 가족을 염려하는 편지를 읽어드립니다. 그 사람은 가족을 위해 기도해주실 것을 신부님께 부탁하죠. 신부님은 레일라에게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기도와 간구로...' 하며 시작되는 성경구절을 답장에 쓰도록 하면서 나중에 보낸 사람 이름에 자신과 레일라의 이름을 함께 쓰려 합니다.

이에 대해 레일라는 펄쩍 뛰죠. 레일라의 반발에 얼른 마음을 바꾼 신부님은 그럼 레일라 이름은 쓰지 말라고 하지만... 과연 나중에 레일라가 편지로 인해... 아, 여기까지만 하고 손가락을 거둘게요. '스포일러'란 말이 언제부터 생겨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럴 때 쓸만한 단어가 틀림없군요. '스포일러'가 될까봐 두려워지네요.
  
어쩌면 우린 모두 상처를 하나씩 갖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치유가 필요하죠. 그건 별게 아니라 다만 서로의 마음을 서로가 알아주고, 서로의 좋은 모습을 닮아가는 삶을 사는 것일거에요. 영화속 레일라와 야곱 신부님 그리고 신부님에게 편지를 보내는 수많은 사람들처럼 말예요.

그렇습니다. 이 영화 역시 '힐링 무비'입니다. 비록 힘들고 어려워도 '사랑'이란 말은 언제나 나쁘지 않듯이 '힐링'도 언제나 나쁘지 않게 들립니다. 이를 이용해 장삿속을 챙기려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글쎄요. 우리는 하루하루 나와 남의 상처를 '힐링'해주며 살면 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이 영화가 독자님께 치유의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포탈사이트에서 '굿 다운로드'해서 VOD를 봅니다. '굿 다운로드'로 개봉 당시 화제작들을 다시 찾아보세요. 재미있습니다. 앞으로 제가 가끔 추천해드릴게요. (기자 말) 

덧붙이는 글 <야곱 신부의 편지>는 올해 5월 10일 개봉했고, 6월 18일 현재 극장 상영중이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화제작의 경우 VOD가 '극장동시상영'이라고 해서 극장에서 내리기 전에 출시된답니다.
야곱 신부의 편지 VOD 굿 다운로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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