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걸스> 멤버들

MBC <무한걸스> 멤버들 ⓒ MBC


"저희가 살려야 하나요? 저희가 무너뜨린 것도 아닌데. 저희부터 살아야 해요. (웃음)"

대답이 걸작이다. "총체적으로 MBC 예능이 부진을 겪고 있는데, 무너진 MBC 예능의 자존심을 어떻게 살릴 것이냐"는 질문에 나온 송은이의 말이다. '우리가 무너뜨린 것도 아니다'라는 약간의 '깐족거림' 끝에, 이내 드러나는 '우리도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 그것이 시즌 3을 이어온 <무한걸스>의 DNA였고, 또 지금까지 많은 이들을 웃기는 <무한걸스>만의 매력이다.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모처에서 <무한걸스> 멤버들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위원장 정영하)의 총파업으로 방송들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무한걸스>가 <남심여심>을 폐지한 <우리들의 일밤> 1부 자리에 전격 편성되면서 생긴 자리였다. '하 수상한 시절' 속에서도 이들은 빼어난 입담으로 분위기를 이끌며 현장을 폭소로 물들였다.

<무한도전>과의 비교? "그저 한 회 한 회 열심히 하겠다"

 MBC <무한걸스>의 송은이

MBC <무한걸스>의 송은이 ⓒ MBC


 MBC <무한걸스>의 신봉선

MBC <무한걸스>의 신봉선 ⓒ MBC


MBC의 간판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외주화설과 폐지설 등에 휩싸인 가운데, 멤버들의 걱정도 이곳에 쏠려 있었다. 하필 <무한도전> 결방 20주를 향해 가는 마당에 <무한걸스>가 편성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곱지 않은 시선도 느꼈을 터.

먼저 <무한걸스>의 맏언니이자 진행을 맡고 있는 송은이는 "<무한도전>은 시즌 1때부터 우리가 '아빠 프로그램'이라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다녔다"며 "폐지설에 대해선 한 회도 빠뜨리지 않고 챙겨보는 시청자 입장에선 안타까운 입장"이라고 입을 열었다.

오랜 방송 생활을 통해 많은 MBC 구성원들과 인연을 맺은 만큼, 파업에 참여하는 이들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도 함께 전했다. 송은이는 얼마 전에 올렸던 SNS 글을 언급하며 "현장에서 같이 일했던 PD들이 몇 달씩 월급을 못 받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니까 안타까웠다"며 "현장에서 같이 부딪히는 사람과 또 더 높은 자리, 다른 시야에서 보는 건 다를 수 있는 것 같다"고 조심스레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무한도전>을 좋아하는 분들의 이야기도 모두 듣고 있다"며 "지금 <무한도전>이 정상적으로 잘 돌아간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렇게 (나쁘게) 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을 이어간 송은이는 "그냥 <무한걸스>라는 좋은 콘텐츠가 더 많은 사랑받을 수 있게끔 열심히 하겠다"며 "한결같이 열심히 해왔던 것 하나가 저희 무기이자 장점이니까, 불신을 종식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사실 참 대단한 시간대에요. 20년 활동하면서 그 시간에 예능 프로그램을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도 알아요. 그런데 그렇게 많이 걱정하면 잘 못하더라고요. 다들 걱정하면 얼굴에 드러나는 스타일이라서. (웃음) 앞으로 시청률로도 평가될 거고 보시는 분들에게도 평가받을 텐데, 그저 한 회 한 회 열심히 하려고 해요." (송은이)

 MBC <무한걸스>의 김신영

MBC <무한걸스>의 김신영 ⓒ MBC


 MBC <무한걸스>의 김숙

MBC <무한걸스>의 김숙 ⓒ MBC


"기존 <무한걸스>의 거친 매력은 정제한 대신, 캐릭터의 묘 살린다"

<무한걸스>를 둘러싼 또 하나의 걱정은 바로 '어떻게 케이블용으로 방송되던 프로그램을 지상파용으로 수위를 맞출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동안 '지상파용'으로는 무리였던 거친 입담과 짓궂은 장난들이 <무한걸스>에서는 난무했기 때문. 역으로 그것이 <무한걸스>만의 매력이었다는 점도 걱정을 더한다.

이를 두고 <무한걸스>의 이순옥 CP는 "기존의 <무한걸스>가 가졌던 거친 매력을 조금 정제하려 노력했다"며 "이를 위해 캐릭터를 정비하고 이 위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어제 1회 방송될 '무한출판사' 특집 시사를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밌게 나왔더라"는 귀띔도 함께였다.  

멤버들도 나름의 대비책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송은이는 "사실은 멤버들끼리도 이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며 "멤버들끼리도 조심해야겠지만, 저도 좀 더 생각해서 정리할 생각이고 후반 작업에서도 신경을 쓸 것"이라고 답했다.

 MBC <무한걸스>의 백보람

MBC <무한걸스>의 백보람 ⓒ MBC


 MBC <무한걸스>의 황보

MBC <무한걸스>의 황보 ⓒ MBC


특히 각종 '노출'과 '음담패설'을 담당했던 안영미가 요주의 인물이라 꼽기도 한 그는 "현장에서 재미가 있어서 방치한 부분이 있는데, 이젠 철저히 단속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받아 안영미가 "저도 모를 때 흥에 겨워 옷을 벗을 때가 있다"며 "이젠 전체관람가인 '뽀로로'처럼 공중파에 맞는 속옷을 입겠다"고 말하자, 현장은 다시 한 번 웃음바다가 됐다.

"작은 집에 있다가 큰 집으로 이사한 것 같다"는 김신영의 소감처럼, <무한걸스> 멤버들은 비교적 덤덤하게, 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지상파 입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한걸스>가 낯설 이들을 위해 자신만의 매력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이들은 누군가가 툭 내뱉은 '무식함'이라는 말에 동의의 뜻을 나타냈다. 그 '무식함' 속에 담긴 날것의 웃음을 만나는 것. 그것이 <무한걸스>에게 시청자가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미덕이 될 듯하다.

MBC에서 만나는 <무한걸스> 첫 회는 '무한상사 특집'을 재해석한 '무한출판사' 편으로, 오는 17일 오후 5시 20분에 첫 선을 보인다.

 MBC <무한걸스> 멤버들

MBC <무한걸스> 멤버들 ⓒ MBC


"정말로 여고생들의 교실 같은 느낌이에요. 서로 재고 따지고 웃어주는 사이가 아니라, 정말 여고생들이 내숭이라는 걸 바닥에 던져버리고 교실에서 노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촬영에) 들어가는 게 있어. 그런 파이팅 넘치는 모습, 내숭 없는 모습이 <무한걸스>의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신봉선)

"저희끼리 노는 장소에 카메라가 왔고 생각할 정도로 촬영장이 편해요. 너무 재밌어서 웃다가 집에 간다. 웃긴 걸 어떡해요. 꾸며서 하는 게 아니라 웃기니까 그대로 웃는 거죠." (황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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