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방영한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한 장면

지난 11일 방영한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한 장면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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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방영한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이하 <안녕하세요>)에서는 2년 동안 대화가 단절된 어머니와 아들이 나와서 화제가 되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와 아들 종구 사이는 웬만한 편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아들이 엄마와의 대화를 거부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아들의 군 입대 소식도 누나와의 대화를 통해서 접하는 상황까지 치닫게 되었다.

답답한 어머니는 우연히 자신의 아들과 똑같이 말이 없는 한 청년이 나온 <안녕하세요>를 접하게 되고, '자신의 아들도 혹시나' 하는 바람에 조심스럽게 <안녕하세요>에 출연하여 도움을 청한다.

<안녕하세요>에 출연하기까지 종구 어머니는 왜 아들이 자신과의 대화를 기피하는지 전혀 이유를 감지하지 못했다. 자신은 두 딸보다도 아들을 더 챙겼고, 대화가 단절되기 전에는 함께 등산도 다니는 등 자상한 엄마였다. 반면 큰 딸은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살갑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어머니가 직장 생활로 인해 종구가 고3 때 신경을 많이 써주지 못한 것에 대한 일종의 서운함이 아닐까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어렵게 말문이 트인 종구는 가족들도 짐작조차 못하고 있었던 말 못할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자신을 잘 챙겨주지 못한 어머니 자체가 야속해서 어머니와의 대화를 회피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어머니에게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자신을 괴롭힌 친구의 환영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종구는 그 때부터 어머니를 피하고 있었다. 종구 또한 어머니에게 죄스러웠지만 스스로 극복하기에는 고1때부터 지속된 마음의 상처가 컸었다.

뒤늦게 서야 아들의 남모를 아픔을 알게 된 엄마와 누나들은 이제야 아들의 아픈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 죄책감에 눈물을 흘린다. MC들은 물론이고, 스튜디오에 있던 방청객들도 자신들도 모르게 내리는 눈물을 그칠 줄은 모른다. 그리고 게스트로 출연한 김경호는 자신도 어릴 적 종구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면서 오랫동안 숨겨온 아픈 고백을 끄집어낸다.

혹시나 부모님, 선생님에게 말하면 보복이 두려워 혼자서 끙끙 앓고 있던 종구와 김경호. 하지만 다행히 김경호는 형이 자신이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용기 내어 동생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고, 덕분에 김경호는 아픈 상처를 어느 정도 털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종구가 아무 일 없이 학교 잘 다니는 줄만 알았던 가족들은 종구가 그동안 혼자서 얼마나 아파했는지 미처 살펴볼 기회조차 없었다. 종구도 김경호 처럼 가족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아도, 가족들이 자신의 고통을 분담해주길 바랐을 것이다. 허나 그 모든 상처를 자기 스스로 극복해야 했던 종구는 여린 마음에 엄마가 이유 없이 미웠고, 종구와 엄마 모두 더 큰 갈등으로 치닫게 되었다.

학교 폭력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다행히도 종구 엄마는 좀 늦었긴 하지만 아들이 왜 자신에게만 말문을 닫혔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 2년 동안 한 마디도 안하고 지낸 두 모자는 방송을 통해 극적으로 화해를 하는 뭉클한 장면을 연출한다. 하지만 더욱 보는 이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것은, 종구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겪은 아픔이 단순히 종구 혼자만이 겪는 상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방송에서 용기내서 자신의 피해 경험을 털어놓은 종구와 달리, 여전히 과거의 아픔을 들추어내기 꺼려하는 아픈 친구들이 더 있다는 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매일 뉴스 지면에는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들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그칠 줄 모른다. 피해 학생 10명 중 3명이 자살 충동에 시달린다고 한다. 피해를 입은 학생, 가족들만 발을 동동 굴리고 학교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학교 폭력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점을 찾아야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피해 학생들이 재빨리 가정이나 학교에 신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위기 형성이 중요할 시기다. 만약 종구가 조금이라도 빨리 부모님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면, 그리고 가족들이 종구의 고통을 알았다면 무려 2년 동안 대화가 단절되는 더 큰 아픔은 없지 않았을까. 지난 11일 <안녕하세요>에서 종구와 종구 가족들, 그리고 김경호와 시청자들이 흘린 눈물은 더 이상 개인만의 아픔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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