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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MBC 연기대상을 받은 배우는 송승헌과 김명민이었습니다. 사실 공동수상 자체만으로도 논란이 있을 만했지만 이것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더 큰 논란이 되었던 것은 송승헌과 함께 연기대상을 탄 배우가 다름 아닌 김명민이었기 때문이었죠.

당시 MBC 드라마 중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올렸던 드라마 <에덴의 동쪽> 주인공으로서 몸을 사리지 않으며 온 힘을 다해 연기를 펼친 송승헌이었지만, <하얀거탑>에 이은 <베토벤 바이러스>로 절정의 연기력을 선보인 김명민의 단독 수상이 더 적절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었습니다.

송승헌으로서는 이 같은 반응이 억울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상이라는 것이 본인이 달라고 해서 주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당시에도 지적되었던 스타성에 비해 부족한 연기력 논란은 그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였습니다. 그리고 4년여의 세월이 흐른 지금, 송승헌은 <닥터진>으로 연기력 논란을 없앨 기회를 잡았습니다.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닥터진>의 송승헌

9일 방송된 <닥터진>에서는 현대에서 조선시대로 타임슬립된 진혁(송승헌)이 괴질과 사투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습니다.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며 기뻐하는 것도 잠시, 의사인 진혁 본인이 괴질에 걸리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영래 아씨(박민영)가 양반 집안의 체면을 버리면서까지 온 힘을 기울이는 모습이 그려졌죠.

이 과정에서 송승헌은 괴질에 걸려 괴로운 진혁의 모습을 눈의 흰자가 보이는 발작연기를 통해 실감 나게 표현하였습니다. 그가 출연했던 이전 작품들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본인의 외모를 망가뜨리며 선보인 연기였죠.

뿐만 아니라 이기적이었던 현대의 진혁이 조선시대로 넘어와 모두를 이해하며 의술을 펼쳐가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타이틀롤인 송승헌도 더 풍부한 감정표현그 책임을 다 하며,  꼬리표처럼 붙어 있던 연기력 논란에 마침표를 찍을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송승헌

분명 여러 가지 면에서 발전한 송승헌이지만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우선 송승헌만큼이나 많은 비중으로 출연하고 있는 이하응 역의 이범수라는 산을 넘어야 하죠. 함께 자주 화면에서 보여지는 만큼 이범수 특유의 능청스러우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연기에 뒤지지 않는 송승헌만의 연기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물론 이기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연기는 소통과 화합이 절대적이죠. 그렇기에 이범수와 배우로서 연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기 싸움에서 송승헌이 지나치게 밀리게 되면 <닥터진>에서 가장 빛을 내야 할 진혁이라는 존재가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맬 수도 있습니다.

또한 송승헌은 현대에서 조선 시대로 타임슬립을 했다는 설정 덕분에 다른 배우들과는 다르게 사극 특유의 톤으로 연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상태로 연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보통 현대극만 하다가 사극을 처음 해보는 연기자들은 초반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송승헌은 그러한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입장인 것이죠.

이러한 장점에도 부족한 발성과 어색한 대사처리를 극 중에서 보여주게 된다면 이는 날카로운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김경탁 역을 맡아 출연 중인 재중의 경우 이번이 첫 사극 출연임에도 약간의 딱딱함은 있지만 어색함 없이 역할을 잘 소화하고 있습니다. 그때문에 송승헌은 연기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재중의 연기와도 비교가 될 위험도 있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이전 작품에 비해 향상된 연기력으로 진혁이라는 인물 속에 녹아든 송승헌. 망가지는 것도 감수하는 연기, 그리고 점점 변화되어가는 인물의 심리를 나름대로 잘 표현하며 이전 작품들처럼 노골적인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지는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겨우 극 초반입니다. 아직 갈 길이 먼 남은 이야기에서 실망스런 연기를 보인다면 대중의 반응은 언제라도 차갑게 식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꽃미남 배우가 아닌 연기 잘하는 배우 송승헌의 모습을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