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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장기하와 얼굴들. 그들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었다. ⓒ 붕가붕가레코드



2008년 11월 22일. 초보 진행자 이하나가 MC를 맡은 음악프로그램 KBS 2TV <이하나의 페퍼민트>가 첫 선을 보였다. 논란 속에 <윤도현의 러브레터>가 막을 내린 후 급하게 편성된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던 첫 회. 하지만 이날 첫 방송이 주목받았어야했던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바로 그날은 장기하와 얼굴들(장기하·정중엽·이민기·김현호·이종민)이 처음으로 지상파 방송에 출연한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 그들이 '싸구려 커피'와 '달이 차오른다 가자'를 부른 후 인터넷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이미 홍대와 각종 페스티벌 무대에서 인정받았지만 대중적 인지도가 낮았던 장기하와 얼굴들은 <이하나의 페퍼민트> 출연을 시작으로 그들은 2008년과 2009년 최고의 아티스트로 떠올랐고, 지금은 모두가 알다시피 '인디의 대통령', '인디의 서태지'라는 수식어로 소개되는 밴드가 됐다. 그리고 2012년 현재. 우리는 지금 인디음악의 대중문화계를 향한 공습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

대중문화 전반을 장악하기 시작한 인디음악

시계를 돌려 2012년 6월 7일, 2년여만에 컴백한 에피톤 프로젝트의 정규 2집앨범은 공개되자마자 벅스, 네이버, 다음을 비롯한 주요음원차트에서 '올킬'을 달성하며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그의 콘서트 티켓 또한 하늘의 별따기처럼 구하기 어렵다고 할 만큼 성공적인 컴백이었다.

에피톤 프로젝트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0cm(권정렬·윤철종)가 발매한 정규 1집 <1.0>은 그야말로 불티나게 판매되는 것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차트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 와중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했던 것은 화룡점정과도 같았다. 또한 옥상달빛(김윤주·박세진)은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1집 정규앨범 <28>이 초도 5,000장이 매진되는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역시 온라인 음원차트 1위는 당연한 것이었다.

예로 들어야 할 팀은 이 외에도 무수히 많다. 최근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ㅓ2>에 출연하며 '국민밴드'로 등극할 기세인 국카스텐(하현우·전규호·이정길·김기범), KBS 2TV <탑밴드2> 한 방으로 인디팬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존재를 알린 장미여관(강준우·육중완·임경섭·윤장현·배상재),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공연마다 매진사례를 이끄는 브로콜리 너마저(덕원·잔디·류지·향기)…. 이제 인디음악 시장은 그 폭과 깊이가 한층 성장했다는 평가 속에 속칭 '대박'행진을 이루어내고 있다.

온오프라인 음원 시장은 몰론, 드라마와 영화 OST에는 빼놓지 않고 인디 뮤지션의 음악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는 광고시장에서도 유효하다. 공연장은 이미 많은 팬들로 가득차 버린지 오래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인디 뮤지션의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단독공연도 수 차례 이루어질 정도다. 인디음악이 대중가요계를 넘어서 대중문화 전반을 장악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돌 음악과의 차별화가 성공을 거두다

최근 성공하고 있는 인디 뮤지션들의 음악을 잘 들어보자. 하나같이 개성이 넘친다. 독특한 밴드 이름도 그렇고, 가사 속에 위트가 넘치며 스토리텔링의 기승전결이 확실하다. 그리고 음악이 그렇게 어렵지만도 않다. 매니아들만의 음악이 아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이라는 의미다.

 밴드 10cm(왼쪽부터 윤철종, 권정렬)

감성적인 멜로디와 가사로 여성들의 마음을 빼앗은 10cm ⓒ 10cm


이같은 요소들은 먼저 여성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지금 당장 앞서 언급했던 이들의 공연장에 가보시라. 수많은 여성들이 관객석을 가득 메우고 있을 것이다. 남성들도 물론 있지만, 여성들에 비하면 그 수가 그리 많지 못하다.

인디음악이 지지를 얻기 시작한 것은 비단 감성을 자극한 것 뿐만은 아닐 것이다. '나는 남과 다르다'라는 요소가 인디음악엔 가득하기 때문이다. 아이돌 음악이 장악해버린 대중음악 시장에서 인디음악은 과거 모두가 PC를 쓸 때 나만 '맥'을 쓰는 것과 같은 차별성과 함께 정체성을형성해주기에 적절한 것이었다.

물론 단순히 이런 이유만으로 인디음악이 지금과 같은 대중들의 지지를 얻은 것은 아닐 것이다. 과거보다 다양해진 매체는 직접 공연장을 찾거나 CD를 구매하기 전에는 접하기 어려웠던 인디음악을 언제 어디서든 쉽게 들을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또한 방송국에서도 이들의 인기를 인식하게 되면서 인디 뮤지션들의 섭외에 적극적이기도 했다.

또한 많은 비용이 드는 스튜디오 녹음이나 정규앨범 작업을 하기 보다는, 마음만 먹으면 홈레코딩과 싱글 작업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음원을 발표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들은 인디음악을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되어 지금과 같이 성공한 인디뮤지션을 다수 배출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위기라 읽을 수 있는 인디음악의 르네상스

그러나 인디음악의 상업적인 성공이 대부분 방송이나 영화에 등장한 후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는 것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실력을 갖춘 이들이 꾸준한 활동을 펼치던 중 방송을 통해 폭발력을 얻게 된 것이긴 하지만, 이같은 성공경로는 인디음악의 자생력을 떨어뜨리는 요소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그래서, 인디음악은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는 동시에 위기에 빠져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대중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지원 속에 음악작업을 하고 수익까지 올리는 등의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면 많은 인디 뮤지션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고 한다. 성공이 이들이 처음 가졌던 창작의 자율성을 앗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홍대의 대표적인 클럽 '빵'에서 공연중인 밴드 하이투힘의 모습. 주말이지만 관객은 20명도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홍대의 대표적인 클럽 '빵'에서 공연중인 밴드 하이투힘의 모습. 주말이지만 관객은 20명도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이준상



여기에 점점 획일화되는 음악은 또 다른 측면에서의 고민이다. 분명 인디음악은 개성이 넘친다. 하지만 그 넘치는 개성 속에도 흐름은 존재한다. 크라잉넛의 성공 후 수많은 펑크밴드가 등장했고 10cm의 성공 이후에는 거리와 공연장에 젬베 두드리는 소리가 가득했다.

이렇게 되면, 다른 생각을 가진 대중들이 생겨날 수도 있다. '어라? OO가 뜨니 다들 저런 음악만 하네?'라는 생각 말이다. 이는 아이돌 음악의 몰개성화와 같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홍대 음악씬에는 다양한 음악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같은 생각은 기우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남는 걱정이 있다. 바로 '홍대 클럽 공연장의 몰락'이다.

지금 당장 홍대의 공연장으로 달려가 보라. 주말마다 사람들로 가득차 있을 것만 같은 공연장에는 많아야 20~30여명의 사람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정도도 많은 편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의 공연의 경우 10명 내외인 경우도 많다. 다양한 음악은 분명 존재하지만 이를 듣는 사람이 부족하다. 한국 인디음악의 뿌리와도 같은 홍대 클럽 공연장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면 관객이 적은 것이 당연하다면 당연할 터. 하지만 지금의 관객 수는 분명 2000년대 초중반과 비교해보면 비교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쉽게 음악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독이 되었을 수도 있고, 과거보다 밴드의 공연 외에 홍대에서 즐길거리가 많아진 것도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또 하나, 이미 스타가 되어 버린 인디 뮤지션의 공연을 전보다 홍대에서 쉽게 보기 힘들다는 것도 그 이유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욕구는 당연한 것이다. 때문에,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해결이 필요하다.

홍대 클럽 공연장은 사실상 그 명맥을 이어가기에 급급한 수준으로 떨어져 버린지 오래다. 이는 클럽 공연을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인디 밴드들에게는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음악 외에 다른 일을 하지 않는 이상, 생활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자신의 스타일을 버리고 '잘 되는 음악'으로 향할까 하는 유혹에 빠지게 되며, 결국 음악의 몰개성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날 가능성까지 가져온다.

 첫 등장에 <나가수2>에서 1위를 차지한 밴드 국카스텐

국카스텐의 대중적 지지는 분명 극적이었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성공이었다. ⓒ 예당엔터테인먼트


이제는 성공 이후를 준비해야할 때

홍대 앞은 여전히 활기차다. 어쩌면 모든 걱정이 기우라 여겨질 만큼 많은 이들이 인디음악과 문화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이 같은 움직임들은 분명 한국 인디음악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겠다는 희망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몇몇의 의식있는 움직임만으로 문제가 해결되고 예방될 수는 없다. 인디 뮤지션뿐만아니라 그 음악과 문화를 사랑하는 대중들이 행동하지 않는 다면 지금 우리가 즐기는 인디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어 버릴 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게 되면 그때서야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며 후회하곤 한다. 가족이든, 친구든, 그리고 연인이든 말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인디음악, 이제는 지키내기 위한 행동을 시작할 때다.

인디 10CM 국카스텐 장기하와 얼굴들 홍대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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