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진의 첫 번째 에세이집 '연애' 책 표지<사진제공.출판사 '클'>

김여진의 첫 번째 에세이집 '연애' 책 표지<사진제공.출판사 '클'> ⓒ 이정민

[기사수정 29일 15시 5분]

#. 연애를 예로 들어보면 너무 수동적이에요. 여자들은 '나는 사랑받아야 해'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요. 한 송이 꽃이 되고 싶은 욕망이라고 해야 할까요.

#. 세상엔 공짜가 없죠. 남자한테 받으려고만 하면 결국 남자에게 순종적이어야 한다는 소리예요. '낮에는 현모양처 밤에는 요부' 이런 여자가 돼야 한다는 거죠. '내'가 사랑의 주체가 돼야 해요. '저 남자 내가 예뻐해줄래'라고 생각해보세요. 남자가 예뻐 보이면 밥도 사주고 선물도 해줘 봐요. 자꾸 사랑받으려고 안달복달하니깐 더 멀어지는 거죠. 여성들이 연애를 하면서 더 성숙하고 강해졌으면 좋겠어요.(김여진 트위터 인터뷰 글 중에서)

세상과 열정적으로 연애하는 소셜테이너 김여진이 첫 번째 에세이집 <연애>를 펴냈다. 이번 에세이는 김여진 스스로가 1년여 동안 묵묵히 써내려갔던 일상의 경험과 마음 메시지들을 담담히 담아냈다.

홍대 청소노동자, 대학 반값등록금, 한진중공업 사태 등 굵직굵직한 사회이슈에 대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며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졌던 김여진은 이번 에세이를 통해 배우에서 작가라는 제2의 인생스토리를 전개한다. 아마도 이런 배경에는 노희경 작가와의 깊은 인연이 작용한 듯 하다.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울 자격이 있습니다

배우 김여진은 작년 6월께 평화재단에 열린 강연을 통해 노희경 작가와 마주하게 된다. 노 작가는 <빠담빠담><그들이사는세상>등의 방송작가로도 유명하지만 책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블로그 연재소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등으로 독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이해받고, 사랑받고, 아름다울 자격이 있습니다"

노희경 작가가 책에서 표현한 대표적인 표현 문구인 이 문장은 배우 김여진의 삶에게 그대로 투영됐다. 노 작가가 겼었던 삶의 상처와 아픔, 사랑과 고통이 어쩌면 김여진의 사랑과도 일치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평화재단 강연에서 두 사람은 사랑과 연애를 주제로 '김여진이 묻고 노희경이 답하다'라는 형식의 토크 강연을 진행했다. 이 강연에서 그들은 연애하면서 느끼는 '남자가 모르는 여자의 마음 혹은 여자가 모르는 남자의 심리' 등에 대해 솔직하게 심경을 털어놓았다.

김여진 : 그러면 지금도 이 유치찬란한 사랑을 꿈꾸고 또 오늘 밤 어떻게 하면 상대의 속을 긁을까 머리 굴리고 계신 많은 청춘남녀에게 '사랑, 이렇게 해라.' 이런 노하우를 좀 알려주세요.

노희경 : 저는 연애를 한 서른 초중반까지는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것도 미친 듯이. 그때는 노하우가 없어요. 그냥 오늘 긁고 싶으면 긁으면 돼요. 그렇잖아요. 이때는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것 같아요.

유치찬란한 사랑이라고 표현한 김여진은 김여진답게, 또 서른 초중반까지는 미친 듯이 연애를 해야 한다는 노희경은 노희경답게 사랑과 연애의 방정식을 풀어놓았다. 그리고 그들은 사랑과 섹스를 엄격히 구분해야 된다며, 즉 자극과 열정을 혼동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아름다운 사랑을 위해서 상대방도 나와 똑같은 마음과 입장이라는 신뢰를 져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도 나만큼 외롭다", "그도 나만큼 지쳤다", "그도 나만큼 지루하다"라는 입장에서 서로를 바라봐야 한다고 충언했다.

"연애를 하면서, 멋진 연애를 고민하고 노력하면서, 우리는 자란다"

 배우 김여진은 지난 2월 13일 그의 첫 번째 아가를 순산했다. 현재 그의 남편 김진만PD는 MBC드라마 <무신>을 연출하고 있다.

배우 김여진은 지난 2월 13일 그의 첫 번째 아가를 순산했다. 현재 그의 남편 김진만PD는 MBC드라마 <무신>을 연출하고 있다. ⓒ 이정민


'연애, 성찰과 성장을 위한 관계 맺기'라는 주제로 펼칠 이번 에세이는 배우 김여진의 다양한 연애 경험담이 실려 있다. 김여진은 책 <연애>를 통해 그의 연애를 "가장 행복했고, 가장 아팠고, 그러면서 완전히 몰입했던 순간들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김여진이 말하는 연애는 일상적이다. 즉 연애하던 습관대로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하고 세상일에 관심을 갖는 그 자체다. 그러므로 김여진에게 있어 연애란 단순한 연인관계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 이는 '웃으며, 함께, 끝까지'라는 책의 부제가 반영된 것이다.

김여진은 이를 통해 자신과 타인을 함께 성찰하며 성장시키는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 아마도 배우 김여진의 이런 관계 맺기가 소셜테이너, 개념 배우라는 지금의 호칭을 달게 해준 것이 아닌가 싶다.

책 <연애> 1부에는 김여진이 2011년에 참여했던 사회적인 이슈들, 즉 홍익대와 한진중공업 노동자 해고 사태에 관해 생생하게 기록했다. 2부는 인도 빈민가 봉사활동의 경험과 거기서 얻게 된 깨달음을 들려준다. 3부에서는 대학 입학부터 배우생활까지, 그동안 겪었던 일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4부는 김여진의 일상과 연애에 관계한 산문을 실었다.

출판사 '클'의 김경태 편집장은 "강경대 열사로 시작된 대학시절, 우연히 찾게 된 배우의 길, 그 속에서 느꼈던 혼란과 방황 그리고 행운과 행복 등을 담아냈다"며 "허탈함과 질투 등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털어놓은 글들은 그 시대를 함께했던 90년대 초반 학번 독자들에게는 더없는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책 취지를 밝혔다.

한편 배우 김여진은 6월 17일 오후 2시, 자신의 모교인 이화여대 내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출간 기념 연애 미팅을 개최한다. 이날 100여명의 독자들을 초대해 그가 출연했던 영화 '박하사탕'도 무료로 상영할 계획이다.

김여진 연애 김여진의 연애 노희경 소셜테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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