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 더불어 분홍빛 기류도 곳곳에서 솟아난다는 그 봄이다.

그런데 여기, 아직까지 마음만은 시베리아 한복판인 이들이 있다. 남들 다 연애할 때, 홀로 어려운 사랑을 자처하는 그들. 경향도 다양해 아직까지 '귀여움'을 유지하는 이가 있는 반면 어떤 이는 외사랑에 술을 마시고, 또 어떤 이는 "내가 가지지 못할 바에는 망가뜨리겠다"고 선언한다. 이때 생각나는 적절한 명대사 하나, "한 번만이라도 행복하고 싶은데! 왜! 행복할 수가 없어!"를 외치며,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보고자 한다. 물론 웃자고 하는 얘기다. 하지만 눈물이 찔끔 나온다.

MBC <스탠바이> 김수현 (TV11 예능국 PD, 김수현 분)

 MBC <스탠바이> 속 김수현 TV11 PD (김수현 분)

MBC <스탠바이> 속 김수현 TV11 PD (김수현 분) ⓒ MBC


직업, 꽤 괜찮다. 번듯한 방송국의 정규직 PD로 잘 나가는 아나운서 박준금을 모시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걸 보면 실력도 괜찮다고 인정받는 것 같다. 얼굴? 예쁘다. 게다가 성격까지 털털하다. 이정도면 '엄마 친구 딸'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그런데 그놈의 짝사랑이 문제다. 대학 시절 필이 딱 꽂힌 류진행(류진 분) 아나운서를 바라보는 수현은 진행의 결혼 발표 기사에 술김에 '하나도 안 어울리는 커플'이라며 악플을 달고, '거성도사'(를 사칭한 류기우)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사랑하는 진행의 머리채를 쥐어잡는다. "꿈은 로맨틱 드라마였는데 왜 현실은 개그 프로인 거야!"라는 수현을 보면 꼭 한 마디를 건네고 싶다. "우리 존재 파이팅!"

- 현실에서 만난다면? : 조금은 서툴고 엉뚱하지만, 이런 상대라면 어서 잡아야 하지 않을까. 진행이 "김PD 알고 보니 귀여운 구석이 있네"라고 흐뭇해하는 것처럼, 조금만 넓은(!) 마음으로 받아준다면 상대는 언제까지고 헌신적인 '나만의 그대'로 남을 터. 화를 풀어주겠다며 계단에서 구를 수 있는 사람은 찾기 쉽지 않다. '겨털'은 정리하면 되고, 거름은 깨끗이 씻어내면 되니 말이다.

SBS <패션왕> 정재혁 (J패션 이사, 이제훈 분)

 SBS <패션왕> 속 정재혁 J패션 이사(이제훈 분)

SBS <패션왕> 속 정재혁 J패션 이사(이제훈 분) ⓒ SBS


김수현 PD가 '귀여운 짝사랑'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면, 정재혁 이사는 좀더 아슬아슬한 '외사랑'의 줄타기를 하는 중이다. 젊은 나이에 대기업 이사자리를 꿰찬 데다 얼굴까지 출중하니 이 분 역시 잘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분인데, 딱 하나만을 가지지 못했다. 바로 이가영(신세경 분)이다.

예쁘고 능력 좋은 여자친구 최안나(권유리 분)도 있었는데 한 눈을 팔았다는 점에서 뭇 남성들의 지탄을 받을 만도 하지만, 어쩌겠나.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라던데…. 어쨌든, 이 남자의 사랑은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어떤 때엔 "고졸에 고아에 공순이"라며 가영을 깎아내리다가도, 또 어떤 때엔 만취한 상태로 공개 석상에서 "이가영 사랑한다!"를 외친다.

- 현실에서 만난다면? : 이 '종잡을 수 없다'는 점이 극중 정재혁 이사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건 사실이지만, 현실에서 이런 인물이 있다면…답은 '글쎄'다. 하루는 따뜻하다 또 하루는 싸늘한 '내 남자'라면, 전지적 작가 시점이 아닌 이상 본심을 알 수는 없는 법. 무한한 애정으로 갱생시키지 않는 이상 험난한 사랑이 예고된다. 혹 밀당을 즐기는 이라면 모르겠지만…그 즐거움도 하루 이틀이다.

KBS 2TV <적도의 남자> 최수미 (극사실주의 화가, 임정은 분)

 KBS 2TV <적도의 남자> 속 화가 최수미 (임정은 분)

KBS 2TV <적도의 남자> 속 화가 최수미 (임정은 분) ⓒ KBS


이정도면 짝사랑, 외사랑 단계를 넘어선 '애증'에 가깝다. 분명 수미는 이장일(이준혁 분)을 사랑한다. 그런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장일이 그의 배경을 부잣집 딸로 착각하지만 않았더라면, 혹은 그 착각이 사실이었다면 두 사람은 잘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사실을 알게 된 장일은 그를 매몰차게 버린다.

시간이 흘러 성공한 화가로 성장한 후에도 수미는 이상하게도 장일에 대한 집착을 끊어낼 수 없다. 앞의 두 인물처럼, 수미도 어디에 두어도 빠지지 않는 인물인데 말이다. 사랑이 깊어 병이 된 셈. 심지어 "가질 수 없어서 다른 사람도 못 갖게 망가뜨리고 싶다"고 말한다. 과거 선우(엄태웅 분)의 눈을 멀게 만들었던 '뒷통수 가격 사건'을 그림으로 남겨둔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살인미수'라는 현실을 장일 앞에 들이대어 '멘붕'상태로 몰아넣은 것도 마찬가지다.

- 현실에서 만난다면? : 가능한 한 멀리 도망쳐라. 그 사랑이 100% 진짜라는 것은 의심할 수 없고, 일면 동정심이 이는 것도 사실. 하지만 당신의 신상은 물론 자신에게도 위협이 될 만한 사람이다. 장일을 옭아매고자 그린 수미의 작품이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검사'라는 장일을 옴짝달싹하게 만들지 않았나. 특히 과거에 무언가 켕기는 일을 저지른 사람이라면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언제 그 현장을 목격했다며 나타날지 모른다. 심지어 주도면밀하기까지 해서, 앞날을 내다보고 미리 증거까지 수집했을 지도 모른다.

적도의 남자 패션왕 스탠바이 이제훈 임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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