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캠프>에 출연한 양현석

<힐링캠프>에 출연한 양현석 ⓒ SBS


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냈던 사람 중에서 서태지와 아이들 노래를 안 듣고 자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그만큼 존재 자체만으로 한국 대중문화의 전설이었던 세 남자. 하지만 그들의 속 이야기를 대중들이 들을 수 있었던 기회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이 남자가 토크쇼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팬들은 방송이 되는 날만을 기다려왔죠. 5월14일. 그렇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춤꾼 양군이 <힐링캠프>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했던 날입니다.

그 어느곳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양현석의 이야기

사실 그의 토크쇼 출연은 <무릎팍 도사>가 방송되던 시절부터 많은 사람들이 원했던 일이었습니다. 과거 이문세가 진행하던 <오아시스>라는 프로그램에 나왔던 적이 있기는 하지만 깊은 속 이야기까지 나눴던 토크쇼는 아니였었죠. 그때도 물론 제작자로서 성공을 거두었던 양현석이었지만 빅뱅과 투애니원의 연이은 성공으로 새로운 한류열풍을 일으키는 중심에 있는 YG 엔터테인먼트 수장으로서 위상은 더욱더 높아진 상태이기에 그의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무엇보다도 양현석은 한국 대중문화의 역사를 바꾸었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였습니다. 가장 큰 인기를 누렸던 동시에 가장 공개된 것이 없는 그룹이 바로 서태지와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대중들이 가지게 되는 궁금증은 그 어떤 출연자보다 높을 수 밖에 없었죠. 어쩌면 지금까지 <힐링캠프> 중에서 가장 베일에 쌓인 비하인드 스토리를 가진 출연자이기도 했습니다.

이야기는 <힐링캠프>가 언제가 그랬던 것처럼 그의 유년시절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가난했지만 춤에 대한 열정으로 그것만을 바라보며 그 어떤 것도 보지 않고 전진했던 시절.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 말썽꾸러기였지만 춤이 있었기에 흐트러지지 않았던 그의 집요함과 집중력은 지금의 양현석이 있을 수 있었던 밑거름이었습니다.

최고의 댄서로 클럽에서 주목받던 때 갑작스럽게 찾아온 군입대 영장은 그의 모든 것을 빼앗아갈 수 있었던 일이었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의가사 전역으로 그는 춤에 대한 꿈을 막힘 없이 이어나갈 수 있었죠. 그리고 이어진 서태지와의 인연. 그 어떤 곳에서도 공개적으로 언급된 적이 거의 없었던 서태지와 아이들 결성 비하인드 스토리를 양현석은 꺼내놓았습니다.

춤을 배우고 싶어 무작정 양현석에게 도움을 청했던 서태지. 처음엔 서태지에 대한 첫 인상이 나빠 퉁명스럽게 대했던 양현석. 하지만 그 둘의 만남은 역시 운명이었습니다. 양현석의 군입대로 끝날뻔한 그들의 인연은 의가사 전역, 그리고 대수롭지 않게 적어두었던 수첩에 적힌 연락처로 인해 이어지게 됩니다.

댄스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던 서태지에게 팀활동을 펼칠 것을 제안하며 결국 본인도 팀에 합류하게 된 양현석. 처음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것 때문에 망설였지만 결국 프로다운 사람이 필요했던 양현석은 자신과 함께 최고의 댄서였던 이주노를 서태지와 아이들에 영입하게 됩니다. 결성과정에서 있었던 각자의 감정이나 그 속에 담긴 에피소드들을 이렇게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죠.

 어린시절 추억이 녹아있던 인사동에 방문한 양현석

어린시절 추억이 녹아있던 인사동에 방문한 양현석 ⓒ SBS


성공보단 열정을 선택했던 남자의 이야기

박진영이 <힐링캠프>지난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은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목표를 정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의 아름다움이었습니다. 하지만 양현석은 조금 달랐죠.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는 것은 같았지만 계획을 짜고 목표를 정한다기 보다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러던 중 기회가 생기면 그것을 놓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처음부터 춤을 통한 성공이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중학교시절 우연히 친구가 춘 춤을 보고 빠져들기 시작한 춤은 그저 미칠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 충분했던 열정의 대상이었죠. 춤을 추고 싶어 114에 전화를 걸고 배우고 노력했던 양현석은 눈 앞에 보여지는 성공보다는 불타오르는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청년이었습니다. 그저 열심히 자신이 미칠 수 있었던 춤을 추다보니 최고의 춤꾼이 되었고 서태지를 만났으며 YG가 될 수 있었던 것이죠.

박진영과 양현석. 두 사람 중 누가 더 나은 가치관을 가졌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두 사람은 참 많이 닮은 사람입니다. 순수한 열정이라는 커다란 공통점을 가진 영원한 청년이지요. 방식이 조금 다를 뿐 최고의 자리에서 최고의 순간을 느낄 자격이 있는 사람들 입니다.

운이 좋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운이라는 것은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결코 찾아오지 않습니다. 설사 찾아간다 하더라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스쳐 지나갈 뿐이죠. 스스로가 열정을 가지고 원하고 행동한다면 숨어 있다가도 언젠가 한 번은 찾아올 수 있는 것이 운이라는 존재입니다. 그 운이라는 녀석을 놓치지 않고 잡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말이죠.

억세게 운 좋은 사나이지만 그만큼의 열정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온 남자 양현석.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고 다음주에도 더 많은 숨겨진 이야기와 그의 삶의 철학을 느낄 수 있는 <힐링캠프>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양현석 힐링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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