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정성훈이 4월 15일 잠실 KIA전 2-2로 동점인 6회말 진해수를 상대로 왼쪽 담장을 넘기는 마수걸이 역전 1점 홈런을 날린 뒤 오른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이 홈런에 힘입어 LG는 KIA를 5-2로 이겼다.

LG 정성훈이 4월 15일 잠실 KIA전 2-2로 동점인 6회말 진해수를 상대로 왼쪽 담장을 넘기는 마수걸이 역전 1점 홈런을 날린 뒤 오른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이 홈런에 힘입어 LG는 KIA를 5-2로 이겼다. ⓒ LG 트윈스


LG 트윈스 내야수 정성훈(32)이 2012 팔도 프로야구 R&B 4월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4월 30일 프로야구 출입기자단 투표에서 7표를 얻은 정성훈이 6표인 두산 베어스 오른손 투수 임태훈을 제쳤다고 밝혔다. 넥센 히어로즈 내야수 강정호는 5표,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홍성흔은 4표를 받았다. 전부 한 표 차인 박빙 승부였다.

정성훈은 상금인 500만 원의 절반 금액에 해당하는 야구 용품을 출신 학교인 광주 무등중학교 후배들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그는 소감으로 "생각지도 못한 MVP 수상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시즌 시작 전 LG가 약체로 평가받았지만 4월 한 달 모두 최선을 다해 좋은 활약을 보인 걸 평가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위권이 유력하다던 LG는 4월 16경기에서 8승8패(승률 0.500)로 선방하면서 5위를 기록 중이다.

정성훈은 4월 개막 이후 한 달간 홈런을 7개(공동 1위)나 때리며 신들린 타격을 선보였다. 정성훈은 지난해 시즌 내내 때린 홈런이 10개에 그쳤다. 프로 13년 동안 20개 이상 홈런을 기록한 시즌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엔 한 방이 있는 타자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처음으로 시즌 20개 이상 홈런도 기대해 볼 만하다.

정성훈은 16경기에 나와 58타수 18안타(공동 17위) 타율 3할1푼(16위) 16타점(3위)으로 선전했다. 출루율 0.397(13위), 장타율 0.741(3위), OPS(출루율+장타율) 1.138(3위)도 매우 높았다. 기대 이상의 활약이었다.

정성훈이 다른 경쟁자를 제친 가장 큰 이유는 타선에서 혼자 꿋꿋하게 버티면서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4월 LG 타자들은 정성훈을 빼면 다소 부진했다. 타율과 OPS 20위권에 들어간 LG 타자는 정성훈 한 명 뿐이다. 타자가 팀에서 혼자 잘하기는 쉽지 않다.

시즌 전 김기태 LG 감독은 4번 타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외야수 이병규(등번호 9번), 박용택, 이진영이 있지만 모두 왼손 타자라는 점이 걸렸다. 외야수 이대형, 내야수 오지환도 왼손이고 양손 타자인 내야수 서동욱도 오른쪽 타석에선 그다지 신통치 않아 왼손 타자나 다름없었다. 오른손 강타자인 포수 조인성과 외야수 이택근이 올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가 돼 SK 와이번스와 넥센으로 각각 팀을 옮긴 게 화근이었다.

김 감독은 고민 끝에 오른손 타자인 정성훈을 새로운 4번 타자로 정했다. 정성훈을 4번에 기용하면서 3번과 5번 자리에 왼손 타자를 써 균형을 맞췄다. 감독이 타순의 좌우 균형을 맞춰 왼손 타자만을 상대하는 왼손 투수를 나오기 어렵게 만드는 건 흔히 쓰는 방법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정성훈은 4번 타자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 경기 9번 타자로 잠시 내렸지만 다시 돌아와 점점 4번 자리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4번 타자는 주눅들지 않고 자신에게 오는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덤덤한 성격의 정성훈에게 딱 맞는 자리다.

정성훈은 올 시즌을 마치고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재계약을 앞두고 잘해야 할 확실한 동기를 찾은 셈이다. 나이가 그리 많지 않은데다 수비 실력이 출중하고 타격 능력까지 갖췄기에 그를 원하는 팀은 여전히 많다. 4번으로 나서는 건 돈이 되는 타점을 긁어모아 몸값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LG는 2009년과 2010년 100타점을 넘긴 타자가 있었다. 2009년 외국인 내야수 로베르토 페타지니가 100타점을, 2010년 조인성이 107타점을 기록했다. 이때 LG는 페타지니와 조인성이라는 해결사가 있어 공격이 순조로웠다. 그러나 지난해는 이병규가 75타점, 박용택이 64타점에 그치면서 중심 타선의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고전했다.

정성훈은 2007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76타점을 올린 적이 있다. 이게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타점 기록이다. 올해 LG가 4강에 가려면 정성훈이 그 벽을 넘어야 한다. 뜨거운 4월을 보낸 정성훈은 이제 시즌 MVP를 위해 신발 끈을 고쳐 매게 됐다.

정성훈 LG 트윈스 MVP 프로야구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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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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