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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아무리 당대 최고의 여배우라고 할지라도, 예능에서는 전혀 검증이 되지 않은 고현정을 메인 MC로 내세운 이유는 뭘까. 아마 SBS 'GO show(이하 <고쇼>)'에서 고현정에게 원하는 바는 기존 토크쇼 진행자에게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함과 신선함일 것이다.

초보 MC 고현정에게 유재석의 원활한 진행과 신동엽의 유창한 언변, 그리고 강호동의 게스트를 휘어잡는 정석의 카리스마를 요구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 유명 MC들과는 차별화되는 고현정만의 뭔가를 강하게 어필해야한다.

 27일 방영한 <고쇼> 4회 한 장면

27일 방영한 <고쇼> 4회 한 장면 ⓒ SBS


명색이 고현정 이름 건 토크쇼인데...

다행히 고현정은 관록의 MC들에게는 볼 수 없는 색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가령 27일 방영된 <고쇼> 4회 게스트인 '김준현이 자주 다니는 고깃집이 있을까', '붐은 평상시에도 방송 말투를 사용하는가' 등등 게스트의 인생 고백을 넘어, 소소한 그들의 일상 속에서 대중들이 몰랐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케 하는 남다른 능력이 그것이다.

하지만 고현정은 아직 예능이 낯선 진행자이기 때문에, 좀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게스트와의 대화를 이끌어내는 '스킬'이 부족하다. 또한 지금까지 메인 MC로서 자신이 주도적으로 방송을 주도하는 모습보다, 게스트 한 마디에 웃고 즐기며 정수리를 보이는 방청객 모드를 보여줬다는 것이, <고쇼>의 성공을 더욱 의문스럽게 한다.

명색이 고현정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인데, 정작 고현정이 병풍이 되어 가는 듯한 <고쇼>. 무엇보다도 고현정 스스로의 고민이 가장 큰 듯하다. 이를 반영하듯이 <고쇼> 4회에서는 자신의 진행에 대해서 고민하는 고현정이 클로즈업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지난 주 빅뱅 편 녹화 후 집에 가서 후회돼서 잠도 잘 안 왔다", "나는 피디님이나 작가님한테 궁금한 것만 물어보고 그분들이 원하는 걸 잘 받아들이지를 못한다. 산만하다고 혼도 났다" 등 여전히 예능에 적응기라는 고현정의 솔직한 고백은 <고쇼>를 성공적으로 이끌고자하는 고현정의 막중한 책임감과 고뇌를 한눈에 느끼게 한다.

 지난 27일 방영한 SBS <고쇼> 4회 한장면

지난 27일 방영한 SBS <고쇼> 4회 한장면 ⓒ SBS


고현정보다는 <고쇼>가 더 우왕좌왕

오랜 고민 끝에 카리스마 넘치는 여배우의 위엄을 뒤로하고, 작정하고 망가지기로 작정한 고현정. 아직 미숙하지만 진행의 주도권을 잡고 그녀만의 방식으로 게스트들과의 대화를 이끌어나가고자 하는 고현정의 변화는 긍정적이다. 지나치게 솔직하고 톡톡 튀는 그녀의 리액션이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애초부터 고현정에게 정형화된 진지함을 요구하진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런 의도로 고현정이라는 아직 서툴지만 색다른 매력이 있는 진행자를 내세웠다면, 최소한 그녀가 방송에 빨리 적응할 수 있게 안정적인 컨셉과 연출, 편집이 필요하다.

그러나 <고쇼>는 아직 방송을 장악할 능력이 결여된 고현정 못지 않게 지극히 산만하고도 우왕좌왕하는 전개를 보여준다. 가령 어디를 내놓아도 기본적인 재미가 보장되는 게스트 김준호, 붐, 김준현, 하하를 모아놓고 오직 그들의 개인기와 예능감에만 의존하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맥없는 오프닝. 오디션 캐스팅을 하겠다는데 캐릭터 분석과는 전혀 관계없는 알맹이 없는 무분별한 토크와 질문 공세는 지루함을 넘어 산만함까지 안겨준다.

그렇다고 <고쇼>가 아예 가능성 자체가 없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일단 오디션 형식을 빌려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게스트의 이면을 파헤치고자 하는 기본 컨셉은 합격이다. 또한 기존 형식에 얽매이기보다 자유분방하면서도 종종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고현정의 예리한 질문도 좀 더 다듬으면, 진행자로 성공할 수 있는 자질을 엿보게 한다.

산만함과 발람함은 별개다

비교적 자신의 즉흥적인 감정에 충실한 고현정을 활용하여 흔히 볼 수 없는 자유로운 토크쇼를 표방하는 <고쇼>의 의도는 십분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고쇼>는 고현정의 솔직하고도 거침없는 자유분방함보다 정리 부족에서 오는 산만함이 더 가슴 깊게 와 닿는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오는 신선함과 보는 사람들의 정신을 어지럽게 하는 산만함은 별개의 문제다. 눈에 확 띄는 산만함에 가려진 발랄함의 장점을 어떻게 승화시키느냐에 따라 향후 <고쇼>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쇼 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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