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는 지난해 6월 25일(한국 시각)을 잊을 수 없다. 샌프란시스코 전에서 상대 투수의 투구에 손가락을 맞은 날이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추신수가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오기까지는 두 달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당시 추신수를 맞혔던 조나단 산체스는 오프시즌 동안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클리블랜드와 같은 지구에 소속된 캔자스시티로 둥지를 옮겼다. 그리고 약 10달 만에 추신수와 산체스는 재회했다.

추신수가 파란만장했던 한 경기를 보냈다. 산체스의 투구에 다시 맞았고, 자신으로 인해 두 차례나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다. 경기 중에는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관중들의 야유에 시달려야 했지만, 경기 막판 승부를 결정짓는 결승타를 때려내기도 했다.

'추추 트레인' 추신수가 이틀 연속 결승타를 날렸다. 추신수는 15일(한국 시간) 미국 캔자스시티 카우프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로얄스와의 원정경기에 3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1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1안타는 2루타로 시즌 처음 터진 장타였다.

추신수를 향한 산체스의 몸쪽 공. 벤치클리어링을 촉발시키다

 투구에 공을 맞은 뒤 산체스를 향해 소리치고 있는 추신수

투구에 공을 맞은 뒤 산체스를 향해 소리치고 있는 추신수 ⓒ MLB.COM 중계화면 캡쳐


첫 타석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난 추신수는 3회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추신수의 첫 타석에서 산체스는 몸쪽 공을 전혀 던지지 못했다. 자신도 지난 일을 기억하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 산체스의 90마일 직구가 추신수의 몸쪽으로 향했다. 공은 추신수의 무릎쪽에 맞고 떨어졌다.

 추신수가 공에 맞자 산체스의 멱살을 잡은 한나한

추신수가 공에 맞자 산체스의 멱살을 잡은 한나한 ⓒ MLB.COM 중계화면 캡쳐

고의적인 빈볼은 아니었지만 산체스에게 좋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던 추신수는 마운드로 향하며 그를 향해 소리쳤다. 순간 추신수를 가로막던 포수와도 언쟁이 붙으면서 양 팀 벤치에서는 모든 선수가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왔다.

클리블랜드에서는 추신수의 동료 잭 한나한이 앞장섰다. 한나한은 마운드로 곧장 돌진해 산체스의 멱살을 붙잡았다. 동료들의 제지로 충돌은 이내 수그러 들었지만 양 팀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이에 흔들린 산체스는 3회에만 4안타와 4사구를 허용하면서 5실점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불문율 지킨 고메즈. 이어진 두 번째 벤치클리어링

메이저리그 투수들에게는 불문율이 하나있다. 자신의 팀의 주축 선수가 투구에 맞으면 곧바로 보복 투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 투수들은 겁쟁이로 낙인찍혀 소위 왕따가 되기도 한다.

클리블랜드의 선발투수 고메즈는 이어진 수비에서 곧바로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3회말 선두타자 무스타커스에게 빈볼을 던진 것이다. 양 팀 선수들은 다시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왔다. 첫 번째 벤치 클리어링보다 다소 심한 몸싸움이 이어졌다. 이미 흥분해있던 한나한은 다시 몸싸움의 선봉에 섰다. 다행히 큰 충돌없이 마무리 됐지만 클리블랜드는 빈볼을 던진 선발투수와 3루를 보던 한나한, 그리고 매니 액타 감독까지 3명이 퇴장당하고 말았다.

야유를 날려버린 추신수의 결승타

추신수는 이후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캔자스시티 홈 팬들에게 심한 야유에 시달렸다. 그리고 이후 세 타석에서 번번히 범타로 물러났다. 경기 중반까지 9-2까지 앞서던 팀도 불펜이 무너지며 9-9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리고 연장으로 접어든 10회초. 2사 1,2루 상황에서 추신수가 6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관중석에서는 어김없이 야유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심한 야유에 다소 흔들릴 수 있는 타석이었지만 추신수는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볼 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에서 캔자스시티의 7번째 투수 그렉 홀랜드의 3구째 99마일(158km) 직구를 받아쳐 우중간 펜스를 직접 때리는 결승 2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캔자스시티 팬들의 야유를 잠재움과 동시에 자신을 위해 몸소 싸워준 동료들을 위한 추신수의 보답이었다.

10회말 마무리 크리스 페레스가 2점차를 리드를 지킨 클리블랜드는 4시간에 가까운 접전을 11-9로 마무리하고 2연승을 내달리며 시즌 3승(4패)를 기록했다. 5타수 1안타를 기록한 추신수는 타율이 .222로 다소 떨어졌지만 이틀 연속 2타점을 기록하며 시즌 4타점을 기록하게 됐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블로그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추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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