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쁘게 진행됐던 2011-2012 한국프로농구가 종료됐다.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우리 국내농구에서는 5개월여에 걸쳐 진행되는 6라운드 54경기의 정규리그 일정이 굉장히 빡빡하다고 볼 수 있다.

선수층이 얇은 만큼 주전급 선수에 대한 의존도와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어마어마한 KBL. 핵심 선수들 중 부상자라도 생기면, 시즌에 대한 구상이 완전히 망쳐지는 팀들도 적지 않다. 그만큼 특정 선수들에게 가해지는 부담감은 상상 이상이다.

2011-2102 시즌 KBL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뛴 10명의 국내 선수들을 찾아 봤다. 외국인 선수들의 경우 퇴장을 당하지 않는 한 대부분이 매 경기 풀타임을 뛰기에, 국내 선수들로 범위를 한정지었다.

 2011-2012 총 출장시간 TOP 10 명단

2011-2012 총 출장시간 TOP 10 명단 ⓒ 홍진표


국내선수들 중 총 출장시간 및 평균 출장시간에서 1, 2위에 오른 선수는 LG의 문태영과 모비스의 양동근이었다. 두 선수 모두 각 팀의 외로운 에이스 역할을 하며 KBL 데뷔 이래 가장 많은 시간을 뛰었다.

문태영은 앞선 2년간 평균 35분을 뛰며 매번 평균 22점에 가까운 성적을 남겼지만, 올해는 출장시간이 3분 정도 늘어났음에도 평균 득점이 4점이나 하락했다. 서장훈의 부상 및 부진, 외국인 선수의 변화 등 팀 내에서 문태영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지 못했다. 상대의 집중 견제 속에 외로운 싸움을 펼친 것이다.

양동근 또한 시즌 중후반부까지 외롭게 팀을 이끌었다. 양동근이 있고 없고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 모비스였기에, 양동근이 벤치에서 쉴 시간은 없었다. 시즌 막판 체력의 한계로 부진함을 보인 것은 옥에 티였지만, 꾸준함과 성실함이 무엇인지 충분히 보여준 양동근이다.

3위는 해마다 평균 출장 시간이 3분씩 늘어나고 있는 이승준이 차지했다. 급격히 증가한 턴오버와 부진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최악의 팀 성적을 비단 이 선수의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었다. 큰 점수 차이로 패할 때도 이승준은 마지막까지 코트 위에 있었다.

 문태영과 문태종의 형제 대결

문태영과 문태종의 형제 대결 ⓒ KBL


정규리그 무적 우승에 빛나는 동부의 김주성과 윤호영은 각각 4, 5위를 기록했다. 두 선수 모두 동부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들이기에, 교체 없이 많은 시간을 뛰어야만 했다. 특히 윤호영은 정확한 외곽 능력을 장착하며, 리그 톱클래스의 스몰포워드로 성장했다.

시즌 내내 멋진 활약을 펼친 3명의 신인이 명단에 포함된 것도 눈에 띄었다. 김선형은 SK에서, 최진수는 오리온스에서, 오세근은 KGC에서 각각 없어서는 안 될 비중 있는 선수로 자리 잡았다. 한편으로는 첫 시즌부터 큰 기대 속에 너무 많은 시간을 뛴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

전자랜드의 외로운 에이스 문태종과 시즌 중반 삼성에서 오리온스로 이적한 김동욱도 많은 시간을 뛰었다. 노장 문태종은 지난 시즌보다 늘어난 출장 시간으로 인해 체력에 어려움을 크게 겪었고, 반대로 김동욱은 커리어 최다에 해당하는 출장 시간을 통해 자신의 잠재 기량을 폭발시켰다. 그 밖에도 KGC의 김태술, 삼성의 이시준, KCC의 전태풍, SK의 주희정, KT의 조성민 등이 이들의 뒤를 이었다.

특급 선수 몇 명에 의해 빡빡하게 리그가 돌아가는 KBL. 그렇기 때문에 앞서 언급된 대부분의 선수들은 다음 시즌에도 이 정도의 출장 시간을 뛸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해마다 그들은 체력이 떨어지고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더군다나 특급 선수 대부분은 비시즌에 국가대표로 활약까지 해야 한다. KBL과 각 구단이 좀 더 멀리 내다보고 선수들을 보호,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문태영 양동근 KBL 이승준 김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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