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파업 26일째인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사옥에서 김재철 사장이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뒤 이진숙 홍보국장과 함께 사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MBC노조 파업 26일째인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사옥에서 김재철 사장이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뒤 이진숙 홍보국장과 함께 사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MBC 김재철 사장이 사원들에게 편지를 통해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표했다.

 

MBC 측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 모두의 봄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김재철 사장이 MBC 사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전했다. 

 

진의가 굴절 없이 전해지기를 바라며 편지 형식을 택했다는 김재철 사장은 "부디 이 편지를 읽는 동안만은 허심탄회한 소회를 가감 없이 들어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김재철 사장은 "30여 년 MBC에 몸담은 언론인으로서 저 또한 불편부당한 언론의 정도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조직과 시스템이 아니라 인적 교체만 하면 공정방송이 실현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어 김 사장은 "정권의 나팔수니, 낙하산이니 하는 말도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임된 사장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며 "이렇게 되면 모두 같은 법령에 의거해 선임된 MBC 역대 사장은 모두 정권의 나팔수라는 말이 된다"고 반박했다.

 

김재철 사장은 "사원 여러분이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가 있고 인격이 있듯이 저에게도 소중히 간직해야 할 도덕적 가치가 있다"고 토로했다. 노조에서 자신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공개하며 도덕적 흠결을 지탄한 것에 대해 그는 "회사 특보를 통해 누차 밝혔듯, 그것은 진실이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평생 동안 지켜오고 있는 저의 소중한 도덕적 가치에 상처를 주려는 행동에 크게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사장은 "내외의 악재로 경쟁력이 심각하게 떨어진 때 취임한 저는 공격적인 경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주말도 휴일도 공휴일도 없이 바쁘게 업무에 매진했다"고 털어놨다.

 

김재철 사장이 이 편지를 통해 밝힌 자신의 공적은 드라마, 예능 등 핵심 콘텐츠 경쟁력 회복과 니가타, 시드니 등 K-POP 공연을 선도한 글로벌 사업 본격화, 그리고 언론사 최초로 사회적 기업 MBC 나눔을 설립해 공영방송의 가치를 보여준 것 등이다. 이어 김 사장은 연간 시청률 1위 탈환과 그룹 매출 1조 8천억 원, 영업 이익 1천 3백억 원 등의 실적을 그 증거로 밝혔다.

 

편지 말미에 김재철 사장은 "노조의 장기간에 걸친 파업은 저를 마음 아프게 한다"며 "특히 오래도록 지켜 온 '선거방송은 MBC'의 전통마저 흔들릴 심각한 상황이 눈앞에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이견이 있으면 있는 대로, 내부의 갈등을 풀어 소통과 대화합의 길을 함께 찾았으면 한다"며 "언제라도 여러분과 진심으로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MBC사원들에게 보내는 편지:김재철사장

"우리 모두의 봄을 위하여"

 

"우리 모두의 봄을 위하여"

 

여러 나날 고심 끝에 사원 여러분께 제 마음을 편지로 전합니다.

 

마음의 속뜻을 전할 형식으로 편지를 택한 것은 무엇보다 제 진의가 굴절 없이 전해지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부디 이 편지를 읽는 동안만은 저의 허심탄회한 소회를 가감 없이 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공정방송을 실현하기 위한 사원 여러분의 결기에 찬 행동 그 자체를 타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30여 년 MBC에 몸담은 한 사람의 언론인으로서 저 또한 불편부당한 언론의 정도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봄빛은 때가 되면 누구에게나 고루 비추듯이 MBC의 전파 또한 공정방송의 지평 위에서 누구에게나 고르게 퍼져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원 여러분께서는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을 교체하고, 사장까지 퇴진해야 공정방송이 실현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합법적 절차에 의해 선임된 사장을 물러나게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조직과 시스템이 아니라 인적 교체만 하면 공정방송이 실현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정권의 나팔수니 낙하산이니 하는 말도 관련 법령에 의거해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임된 사장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MBC의 역대 사장은 모두 같은 법령에 의거해 선임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공영방송 MBC의 역대 사장은 모두 정권의 나팔수였고, 낙하산이었다는 말이 됩니다. 정말 그런지요.

 

회사는 이미 공정방송을 제도화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과 동시에 사내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정방송 협의체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저를 포함한 경영진은 이와 관련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노조와도 언제든지 협의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놓겠습니다. 아울러 사원 여러분께서 반짝이는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해 주신다면 흔쾌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사원 여러분, 여러분이 모두 한 사람의 생활인이듯 저 또한 한 집안의 가장이며 남편이며 아버지입니다. 여러분이 모두 생활 현장에서 부지런히 살아가는 이 땅의 성실한 주인이듯 저 또한 하루하루 바쁘게 살고 있는 생활인입니다. 여러분 모두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가 있고, 인격이 있고, 명예가 있듯이 저에게도 소중히 간직해야 할 도덕적 가치가 있습니다.

 

얼마 전 노조에서 저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공개하며 마치 제가 대단한 도덕적 흠결을 가진 것처럼 밝힌 적이 있습니다. 모 호텔에서 대낮에 마사지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여러 가지를 지적했지만, 사실도 아니고 검증되지도 않은 그 지적 사항을 SNS 등을 통해 공중을 대상으로 표현한 점에서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미 회사 특보를 통해 누차 밝혔듯 그것은 진실이 아닙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평생 동안 지켜오고 있는 저의 소중한 도덕적 가치에 상처를 주려는 행동에 크게 실망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내외의 악재로 인해 경쟁력이 심각하게 떨어진 때에 취임한 저는 창사50주년을 맞아 회사를 다시 반석에 올려놓기 위해 공격적 경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 경쟁력을 끌어올려 시청률도 매출도 1등을 만드는 것이 사원 여러분과 시청자로부터 신임을 받는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주말도 휴일도 공휴일도 없이 바쁘게 업무에 매진했습니다. 사내 각 부서원들을 만나 격려하고 독려했고, 지역사도 수십 차례 방문해 MBC의 비전을 전파하고 공유했으며, 사외의 수많은 각계 인사를 만났습니다. 콘텐츠 중심의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실현하기 위해 외국도 많이 다녔습니다.

 

드라마, 예능 등 핵심 콘텐츠 경쟁력 회복을 취해 다양한 시도를 했고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니가타, 시드니 등 K-POP 공연을 선도해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했습니다. 또한 국내 언론사 최초로 사회적 기업 MBC나눔을 설립해 공영방송의 가치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모두 사원 여러분이 밤낮없이 땀으로 일구어낸 성과이며, 덕분에 회사는 작년에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렸습니다. 연간 시청률 1위를 탈환한 것은 물론 그룹 매출 1조8천억 원, 영업이익 1천3백억 원의 실적을 올렸습니다. 시청률이 바닥에 떨어지고, 각종 수당을 깎고 이런저런 절감 대책을 총동원했던 2009년 본사의 영업이익은 60억 원이었습니다.

 

사원 여러분, 올해에도 저는 회사 발전을 위한 길이라면 서슴지 않고 곧장 달려갈 것입니다. 5월에 구글 본사에서 개최할 K-POP 공연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하기로 했고, 런던 올림픽 때에도 한류 콘텐츠의 성숙한 발전상을 MBC가 선도해서 보여 줄 것입니다. 아시아인이 함께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채널을 설립해 MBC의 강력한 한류 콘텐츠를 보급하기 위하여 소프트뱅크와 실무적인 협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장과 경영진은 회사 발전을 위한 사원 여러분의 기탄없는 의견을 듣고 반영할 것입니다.

 

사원 여러분의 충정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장기간에 걸친 파업은 여러 가지 면에서 저를 마음 아프게 합니다. 스스로 세운 뜻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선택한 파업이겠습니다만, 그로 인해 시청률이 떨어지는 등 회사도 상처를 받고 있고, 언론인이자 생활인인 여러분도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오래도록 지켜 온 '선거방송은 MBC'의 전통마저 흔들릴 심각한 상황이 눈앞에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국민의 대표를 뽑는 19대 총선 선거방송에서 공영방송 MBC의 설 자리는 없어질지 모릅니다.

 

사원 여러분, 이견이 있으면 있는 대로 우리 내부의 갈등을 풀어 소통과 대화합의 길을 함께 찾았으면 합니다. 저는 언제라도 여러분과 진심으로 대화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이런저런 앙금을 서둘러 풀어내 다시 한 번 MBC의 미래 50년을 힘차게 만들어 가기 위하려 저와 경영진은 여러분과 머리를 맞대고 힘을 보탤 것입니다. 그리하여 공영방송 MBC가 그려내는 미래상이 여러분 모두에게 자부심을 안겨주고, 시청자에게는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참다운 우리 모두의 봄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파업 68일을 맞아 4월 6일(금) 김 재 철 드림

 

 

2012.04.06 12:08 ⓒ 2012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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