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4월 이야기>의 포스터.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4월 이야기>의 포스터. ⓒ 자료사진

어느새 4월이다. 이럴 때 반드시 생각나는 것은 당연히 벚꽃이다. 올해는 근 몇 십 년 만에 진해 벚꽃축제에 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10일에서 12일 경이면 그 절정을 이룬다는 말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인다.  김하늘 주연의 드라마 <로망스> 촬영지에서 '로망스 다리' 주변의 벚꽃과 그 아래로 만개한 유채꽃까지 함께 보려면 그때가 딱 좋은 날짜라고 한다. 그렇게 봄을 상상하다보니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4월이야기>도 마구 떠오른다.

<4월 이야기>. 대학 신입생의 설렘과 분주함... 그리고 사랑으로 옮겨가는 4월을 다룬 이영화는 어느날 문득 책상 구석에서 발견한 사진엽서같은 편안한 추억을 앉겼다. 큰 줄거리는 없지만 그 덕에 아름다운 영상이 더욱 돋보일 수 있었다고나 할까? 원래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던 이와이 슌지는 소설가가 되었을 때 필요치 않을까 하고 그림 공부를 했다고 한다. 정작 영화감독이 되어 그것을 포함한 모든 영역을 전부 다루게 되었다. 시나리오, 영상, 작곡까지...

이와이 슌지는 사물을 통해 언어를 대신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감독 중 하나다. 4월이 가지는 생동감과 열정의 이미지를 대학 신입생의 일상에 비유한 그의 관점은 참신했다. 관객이 영화 속에 직접 이입되어 결말 이후를 생각하게 한 것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렇게 그리워하던 짝사랑을 만났는데...과연 우즈키는 선배에게 고백을 할까?', 고향 훗카이도에서 입시의 추위를 이겨내고, 도쿄의 대학에서 벚꽃과 함께 봄의 향기를 맡더니...봄비 속에서 싱그러움을 머금은 벚꽃처럼 사랑의 희망에 설레어 본단 거지?' 등등.

4월은 대학신입생에겐 그제야 한숨 돌리는 달이다. 그런 한가함을 보여주기 위해 감독은 그와 반대였던 3월의 모습을 살짝 비춰본다. 막 학교에 입학해서 미팅이나 학과 행사 등으로 바쁘기가 이루 말할 것이 없고, 때로 깍쟁이 친구에게 속아서 동아리 머릿수 채우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족히 한 달은 걸려서 자취방 짐 정리하느라 진이 다 빠지는가 하면, 낯선 도시에 와서 문득 밀려드는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이웃집 문을 두드리며 저녁을 같이 먹자고 청해보기도 한다. 3월은 극복과 인고의 달이었단 것을.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4월 이야기>의 주인공은 마츠 타카코가 맡아 열연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4월 이야기>의 주인공은 마츠 타카코가 맡아 열연했다. ⓒ 자료사진


이윽고 4월이 되면 그 모든 것이 자리를 잡게 되어 봄바람에 떨어지는 벚꽃에 설렘의 향기도 문득 느끼게 된다. 고교시절, 공부를 못했던 주인공 우즈키는 짝사랑 선배가 다니는 무사시노대학에 가려고 미친 듯이 공부하더니, 드디어 뜻한 바를 이룬 지금은 그것을 '사랑의 기적'이라 부르고 싶다며 4월의 빗속에서 활짝 미소 짓는다.

이 영화에서 이와이 슌지는 봄을 비유하는 코드를 여러 개 내세웠다. 특히 '카레라이스'를 통해 봄의 속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상당히 이색적이다. 자취방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분주한 우즈키에게 감독은 도시 생활의 소외감이 정과 더불어 살짝 녹아내리는 장면을 얹음으로써 봄의 상징적 의미를 더욱 강화시켰다. 저녁을 먹었다며 초대를 거절하던 냉정한 얼굴의 옆집 독신녀가 자신 역시도 우즈키와 같았던 시절이 떠올랐던지, 내내 맘이 편치 않다가 용기를 내어 카레라이스를 먹으러 오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대학 구내식당에서 흔히 먹던 메뉴, 누구나 솜씨 발휘해서 만들 수 있는 간편한 음식, 결국 이웃과의 소통 계기를 만들어준 이 음식 카레라이스는 지난겨울 얼은 냇물이 봄과 함께 녹아내리는 것처럼 이 봄의 힘을 비유한 음식이다. 그리고 감독 이와이 슌지의 섬세한 감각이 돋보이는 작은 소품이다.

이와이 슌지 4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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