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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감독은 중앙대 52연승의 신화, 2010 대학농구리그 25전 전승 등 대학 최고의 감독으로 평가 받았다. 서울 삼성은 2011-2012 정규리그를 앞둔 지난해 4월6일 김상준 감독을 선임했다. 연봉 2억8천만 원에 3년 계약을 했다. 프로 경력이 전무후무한 감독을 뽑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이슈였다.

그랬던 김상준 감독이 지난 30일 자진 사퇴를 밝혔다.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는 김상준 감독은 3년 계약 중 1년 만에 팀을 떠난다. 올 시즌 삼성은 정규리그 최하위(10위)에 머물렀다. 농구 명가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을 남겼다.

김상준 감독에게 아쉬운 점은 팀 성적이 아니다. 1년 정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 나올 수 있다. 감독이 팀을 맡자마자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낼 수 있는 것은 감독 자체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구단의 지원, 선수 구성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삼성의 구단지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팀이다. 가장 운동하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고 선수들이 입을 모으는 곳이 삼성이다. 결국 선수 구성과 감독의 역량이 최하위 삼성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선수 구성 부분이 가장 큰 요인이다. 김상준 감독은 프랜차이즈 스타 강혁을 전자랜드에 내주고 김태형과 이병석을 영입했다. 붙박이 선수 강혁을 '사인 앤 트레이드(Sign & Trade)' 방식으로 내보냈다.

이 방식은 연봉 30위권 안에 드는 A를 B구단이 영입하고 싶지만 보상조건과 A의 연봉인상이 부담이 될 때, B구단이 A선수의 원 소속구단과 합의를 한다. 그리고 A선수의 원 소속구단은 A와 재계약 한 뒤 B구단으로 A선수를 트레이드하는 방식이다.

강혁은 연봉 30위권 안에 들어 타 구단이 영입하려면 보상 선수 1명과 직전 시즌 연봉 100%를 주거나 그게 아니면 직전 시즌 연봉 300%를 내줘야 했다. 그래서 사인 앤 트레이드 방식으로 내준 것이다.

덕분에 강혁은 11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진짜 플레이오프 사나이가 됐다. 강혁을 내준 것은 결국 삼성이 올 시즌 접전에 약하고 고비에 약한 모습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김상준 감독은 외국인 선수로 피터 존 라모스를 선택했다. 222cm의 라모스는 언론과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즌 초 김상준 감독은 "빠르고 강한 스피드를 앞세운 농구"를 출사표로 던졌다. "경기 내내 플코트프레스로 상대를 압박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보였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그럼에도 라모스를 뽑았다는 것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선택이었다. 코트 밸런스가 깨졌다. 스파게티에 피클이 아닌 김치를 가져다 놓은 것 같은 맛을 느꼈다. 결국 라모스는 시즌 중반 아이라 클라크로 바꿨다.

아직 선수 구성에서 판단을 늦춰야 할 부분도 있다. 김승현 영입 문제다. 허효진을 데려온 것은 "김상준 감독이 중앙대 선수들을 많이 뽑는다"는 일부 의견을 떠나 성공적이라 보인다.

NBA와 KBL의 한 가지 공통점은 대학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점이다. NBA는 최근 20년간 총 11명의 대학 감독들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성공한 감독은 래리 브라운 정도로 꼽을 수 있다. 래리 브라운 감독은 1988년 캔자스대를 NCAA 우승에 올려놨고 2004년에는 NBA 디트로이트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KBL에는 김태환 해설위원을 꼽을 수 있다. 1998~2000년 중앙대 감독을 맡았고 2001년부터 2003년까지 LG세이커스 감독을 지냈다. 당시 LG는 '신바람 농구'라는 별명을 얻었다. LG는 2000~2001시즌 평균득점 103.3점을 기록했다. 유일한 평균 100점대 득점 팀이었다.

수비도 공격적인 수비를 펼쳤다. "가로채기를 시도하는 등 정적인 수비가 아닌 동적인 수비를 강조한다"는 당시 김태환 해설위원의 말처럼 2000-2001 시즌부터 2002-2003시즌까지 세 시즌동안 LG는 스틸 부분 1위를 기록했다. 다만, KBL 우승 경험은 없어 조금 부족할 뿐이다.

래리 브라운과 김태환 해설위원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큰 틀을 짜고 선수 구성을 완벽히 틀에 맞췄기 때문이다. 래리 브라운 감독은 앨런 아이버슨을 슈팅가드로 돌리고 에릭 스노우를 포인트가드로 역할 분담했다. 김태환 해설위원은 당시 조성원, 조우현, 에릭 이버츠를 앞세워 빠른 템포와 공격에 강한 팀 컬러를 완성했다.

1년 만에 김상준 감독 체제는 무너졌다. 새로운 판을 짜는 과정에서 일관성이 없었다.

김상준 감독은 중앙대 시절 박상오(KT) 함지훈(모비스) 윤호영(동부) 강병현(KCC, 현재 상무) 박성진(전자랜드, 현재 상무) 안재욱(동부) 오세근(KGC인삼공사) 김선형(SK) 함누리(전자랜드) 등의 선수들과 함께 했다. 그때 영광을 두고 "선수 구성이 좋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맞받아칠 근거가 부족하다.

덧붙이는 글 http://blog.naver.com/komsy
서울 삼성 김상준 감독 KBL 프로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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