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언터처블:1%의 우정>의 포스터

영화<언터처블:1%의 우정>의 포스터 ⓒ 영화<언터처블:1%의 우정>

도심의 새벽, 도로에서 아슬아슬하게 질주하는 한 대의 차가 있다. 차 안에는 스피드를 즐기는흑인 남자와 다 귀찮아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있다. 그들이 광란의 질주를 하는 사이 어디선가 경찰차가 따라 붙고, 그 상황이 재밌는 흑인 남자는 '경찰 차의 호위를 받게 된다'에 내기를 건다. 곧이어 심드렁해 보이는 중년 남자와 함께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사기극(?)으로 두 남자가 탄 차는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달린다. 그것도 경쾌한 음악에 맞춰 고개까지 '까딱'이며 말이다.

7분 15초에 달하는 영화 <언터처블:1%의 우정>(이하<언터처블>)의 오프닝. 스크린에서 보이는 두 남자의 모습은 '대책없이 낙천적이다'는 말의 샘플을 보듯,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는 사이, 썩 어울리지 않는 두 남자는 도대체 어떤 사이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져 스크린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장애를 가진 부자와 무일푼 전과자가 만나다

승무원이 딸린 전용기와 전시용인 억 대의 차가 6대 정도 있는 최상류층 필립(프랑스아 클루제)의 삶은 무기력하다.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목 아래로 감각을 잃어버리고, 뒤이어 아내까지 잃었기 때문이다. 또한 연민 섞인 시선으로 비유를 맞추려는 사람들에게 신물이 난다. 자신의 손·발이 돼 주는 24시간 도우미가 두 달을 넘지 못하는 이유도 뻔하겠지만 매몰차게 대하기 때문이다. 또다시 도우미를 뽑는 자리. 그곳을 찾은 드리스(오마 사이)는 필립의 상대가 될 만해 보인다. 눈치 따위는 보지 않는 당당함에, 도전적이기까지 하다.

못 배우고, 예의도 없어 보이는 드리스가 그곳을 찾은 이유는 면접에 응했다는 서명을 받아 실업 수당을 타기 위해서다. 그는 두 시간을 기다린 끝에 견디지 못하고, 면접실 문을 박차고 들어가 서명을 해 달라고 한다. 한마디로 열 받은 거다. 건강하고 막무가내인 드리스의 모습은 오히려 필립의 마음을 움직였다. 돈 많은 장애인을 향한 조심스러운 모습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분을 맞추기 위한 어설픈 위로는커녕 자신을 만만하게 보는 듯한 농담까지 던진다.

드리스는 자신의 집 거실보다 넓은 개인용 욕실에 반해 필립의 도우미가 된다. 그 둘의 관계는 그렇게 시작한다. 하지만 드리스 역시 남들과 다르다. 딸린 동생이 여섯이나 되는 가난한 집에 엄마는 친엄마가 아닌 가정환경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자신은 백수에다 전과까지 있다. 가난해도 굉장히 가난한 드리스와 끝내주게 부자인 필립. 그 둘의 관계는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소통의 거리를 유머와 예술로 채운 우정

 드리스가 도우미 면접을 보기 위해 이야기 하는 모습

드리스가 도우미 면접을 보기 위해 이야기 하는 모습 ⓒ NEW


사실 그들의 소통은 원만하지 않다. 드리스는 억 대의 그림을 보고 하얀 종이에 코피 쏟은 것 같다고 하고, 발 크림을 머리에 발라 왜 거품이 나지 않는다며 불평을 하거나 4시간짜리 클래식 공연에서 박장대소한다. 또한 필립의 생일에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을 듣고, 톰과 제리를 떠올리거나 관공서 통화대기용 음악이라며 반가워한다. 그런 드리스의 모습에 조용히 미소 짓는 필립.

필립은 변하고 있었다. 그것은 드리스의 모습이 남들과 달랐기 때문이다. 드리스는 필립을 짐짝처럼 장애인용 차에 태우지 않겠다며, 일반 자동차 옆자리에 태운다. 또 새벽이면 고통에 시달리며 호흡하기 힘든 필립을 데리고 나가 산책을 시키고 담배로 고통을 잊게 한다. 유일한 감각이 살아있는 귀를 마사지 받게 하고, 집 앞에 차를 대는 이웃집 남자에게 기분 좋게 한 방을 먹여 준다.

다른 도우미들은 상상도 못 할 행동을 보이는 드리스. 그런 드리스에게 조금씩 의지하기 시작하는 필립. 두 남자의 소통의 벽을 허무는 드리스의 악의 없는 유머는 때로 필립 자신마저도 장애인이 아닌 보통의 사람으로 느끼게 한다. 그것은 오랫동안 열리지 않았던 필립의 마음에 문을 여는 계기가 된다.

'한 방' 없어도 통하는 진심... '실화'의 힘

필립이 드리스가 그린 그림으로 돈을 벌게 해 준다. 또 필립의 생일에 드리스가 좋아하는 팝으로 춤을 추며 분위기를 바꾼다. 이 장면은 취향이 다른 그림이나 음악을 서로가 어떻게 공유하고 나누며, 소통하는 지 보여주는 기분 좋은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억대 부자인 장애인과 가난한 전과자를 보통사람처럼 바라 본 그들의 시선은 '인간 대 인간'으로의 소통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감독은 이 영화에 감동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두 남자의 이야기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실화이기에 전달되는 '진심' 때문이다. 극중 두 주인공의 뛰어난 연기 또한 한 몫한다. 시종일관 낙천적인 웃음기를 머금은 오마 사이의 모습은 천진난만해 보이고, 필립으로 분해 얼굴 표정 하나로 디테일하고 세심함을 표현한 프랑스의 국민 배우 프랑스아 클루제의 모습은 멋있어 보이기까지 하다.

다른 두 남자가 진정한 소통을 통해 삶을 긍정으로 채워가는 이야기<언터처블>. 영화 후반부 필립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선물하는 드리스와 감동받은 필립. 그 모습을 통해 관객은 '훈훈하다'는 말이 영화로 어떻게 펼쳐지는지를 느끼게 될 것이다.

 드리스가 달아 준 가속 페달을 밟으며 즐거워 하는 필립

드리스가 달아 준 가속 페달을 밟으며 즐거워 하는 필립 ⓒ NEW


언터처블:1%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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