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을 국회로!"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나 거리 무대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아니다. 19일 방송되는 SBS <힐링캠프>에서 평소 기부와 봉사에 열심이며, 최근 탈북자 강제 북송 반대 콘서트도 주도했던 차인표가 진행자 김제동에게 했다는 말이다.

종종 정계 진출에 대한 질문을 받는 그가 역으로 김제동에게 출마를 권유한 것이다. 그는 지난주 방송에서 어머니의 1인 시위에 대한 얘기가 거론되자 "김제동씨 정도의 포스는..."이라며 재치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후 어색한 분위기는 편집으로 마무리 됐다.

연초 <힐링캠프>에 정치인 박근혜·문재인씨가 연이어 출연했을 당시, 일반인의 시선에서 격의 없이 질문을 던지던 진행자 이경규·한혜진에 비해 움츠려들었던 것은 오히려 김제동이었다.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문재인편> 녹화 당시 현장 모습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문재인편> 녹화 당시 현장 모습 ⓒ SBS


토크 콘서트에서 왜 마이크를 '탈 수 밖에' 없을까

허나 이렇게 발언 수위를 조절할 수밖에 없는 브라운관에서와 달리 마이크를 잡지 않고 '탄다'고 표현되는 김제동의 진면목은 지난 16일 열린 방송 3사 파업콘서트에서도 여지없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데만 나오면 종북좌파다, 친북좌파다 그럽니다. 미치겠습니다. 등록금 낮추자 그러면 빨갱이라 그럽니다. 애들 밥 주자 그러면 빨갱이라 그럽니다. 희한하죠? 빨갱이 같은 나라, 하나의 목소리만 나오는 세상 만들지 말자고 얘기하면 빨갱이라고 하니까요."

'언로'가 막혀버린 언론현실에 일침을 가하는 김제동의 입담은 신기에 가까웠다. 자신의 처지나 가족들과의 에피소드를 찰떡같이 엮어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토크스타일도 여전했다.

"나도 <1박2일> 5년 하고 물러났다. 떠나는 때를 알고 떠나가는 사람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며 낙하산 김인규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던 <1박2일> 나영석 PD와 함께 당시 콘서트 '토크'를 책임진 건 역시 김제동이었다.

 2009년 '노무현재단 출범기념 콘서트' 공연 당시 김제동

2009년 '노무현재단 출범기념 콘서트' 공연 당시 김제동 ⓒ 유성호


"아이들에게 서양동화,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이런 거 읽어 주면 안 됩니다. 자기 힘으로 한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신데렐라는 불쌍한 척 하다가 밤에 클럽가지 않았습니까? 그게 정치인들이 표 받고 하는 행동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농협에 돈 수억이 예치돼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농협을 해킹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북한의 자금줄로 오해받고 있는 겁니다. 그런 걸 잡아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념문제는 이미 끝났습니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하면 어떤 언론에서는 이 부분만 편집해서 '김제동이 관객들에게 북한 가라 종용'이라고 나올지 모릅니다. 그런 방송 만들지 만들고, 그런 사람들 목소리 말고, 우리 목소리 당당히 낼 수 있는 방송 만들자고 하는 거 아닙니까?"

김제동의 토크는 신데렐라·콩쥐팥쥐로 출발해 가족들의 소소한 일상을 지나 '나 도지사 김문수요' 패러디와 농협 해킹을 거쳐 정권 비판과 방송사 파업 이슈까지 내달렸다. <힐링캠프>에서 철저하게 게스트를 배려하는 그가 어떻게 수다를 참을까 궁금할 지경이다. 그런데 김제동이 "미치겠다"는 말은 결코 엄살일 수 없어 보인다. 탈북여성 1호 박사로 알려진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과 같은 인물이 있어서다.

 19일 <동아닷컴> 기사 화면. <동아닷컴>은 이 기사를 "김제동, 구럼비 지키러 10번 갈 때 몇 번 쯤은 여기도 좀..."이란 제목과 함께 머릿기사로 편집했다

19일 <동아닷컴> 기사 화면. <동아닷컴>은 이 기사를 "김제동, 구럼비 지키러 10번 갈 때 몇 번 쯤은 여기도 좀..."이란 제목과 함께 머릿기사로 편집했다 ⓒ 동아닷컴 화면 캡쳐


진보의 대표로 '낙인'(?) 찍힌 그도 조용히 살고 싶다?

이애란 박사는 19일 이메일을 통해 김제동에게 북한 주민을 위한 휴먼콘서트의 공동 진행자로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고 한다. 이 콘서트는 북한 인권에 대한 청년층의 관심을 끌어내고자 31일부터 서울광장을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개최할 예정이란다.

탈북자 강제 북송 중단을 호소하며 18일간 단식 농성을 벌인 바 있는 이 박사는 왜 '크라이 포 어스' 콘서트를 주도했던 차인표가 아닌 김제동에게 제안한 걸까. 이 박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중적인 영향력을 가진 연예인이자 콘서트 전문가인 김씨가 탈북자의 고통을 몰라 아직까지 참여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된다. 정의에는 (진보와 보수) 편이 없는 만큼 꼭 동참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박사의 행보를 보수언론이 받아쓴다. '탈북자, 김제동에 北인권콘서트 진행 제안'과 같은 제목과 함께 말이다. <힐링캠프>에 출연 중이고, 시청률 높은 <나는 가수다>의 매니저로도 출연했지만, 그에겐 이렇게 '탈북자의 고통을 모른다'는 식의 딱지가 붙어 있다. 지난 2월 MBC 파업콘서트 '으랏차차 MBC'에서 김제동은 이렇게 말했다.

"조용히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필요로 하는 곳에는 가자, 내가 뭔데' 싶습니다. 진지하게 생각해 봤습니다 과연 나는 좌파인가 빨갱인가? 수해복구를 하고 있는데 어떤 기자가 왜 이렇게 정치적 행동을 하느냐 물어요. 곡괭이 들고 땅 판 게 무슨 정치적 행위예요. 사람들만 모이면 무조건 정치적인 행위냐고들 하는데..."

 2010년 '꿈꾸는 소년 - YB의 미국 워프트 투어 이야기' 출간 기념 북 콘서트 당시 김제동과 윤도현

2010년 '꿈꾸는 소년 - YB의 미국 워프트 투어 이야기' 출간 기념 북 콘서트 당시 김제동과 윤도현 ⓒ 유성호


<힐링캠프>, 김제동의 '물음표'부터 힐링하라

수해복구만 나서도 '정치적 행위'로 오해받는 대한민국에서, 지금 <힐링캠프>가 먼저 나서서 모셔야 할 게스트는 아마 김제동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정권 들어 낙인찍히고, 오해받고, 일자리를 잃은 이가 바로 그 아니던가. 김제동에게 필요한 건 '쫄지마'를 외쳐줄 더 많은 관객들과 시청자들일 터다.

"쫄리는데 어떻게 안 쫍니까. 난 <나는 꼼수다>처럼 강력하게는 못합니다. 겁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얘기하는 건, 이것이 저의 본분이고 살아가는 길이 아닐까..."

김제동 파업콘서트 이애란 힐링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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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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