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대표 예능 <무한도전>이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파업으로 인해 7주 째 결방 중이다. 현재 <무한도전>은 정규 편성을 중단하고, 스페셜 방영을 하고 있다. <무한도전> 연출을 맡고 있던 김태호PD는 잠시 본업을 떠나 파업 동료 노조원과 함께 MBC 및, KBS, YTN 정상화를 위해 노래를 불렀다.

MBC, KBS, YTN. 대한민국 건국 역사상 방송3사가 공동 파업에 돌입하는 초유의 사태. 하지만 내심 반사이익을 기대했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시청률은 반등은커녕 여전히 평균 0%대 기록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답보 중이다. 최근 TV조선이 제작비 총 100억을 투입한 블록버스터 <한반도>, JTBC가 불륜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아내의 자격> 등 킬러콘텐츠로 화제몰이를 기대했으나, 정작 시청자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낙하산 사장 퇴진을 내걸고 기약 없는 파업에 돌입한 방송 3사와 이런 절호의 기회(?)에 좀처럼 올라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종편4사의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 흥미롭게도 지난 11일, 17일 <무한도전> 스페셜을 통해 연이어 방영된 특집은, 작년 11월 중순 방영된 이후, 종편 개국 이후 예상되는 방송계를 풍자했다고 화제를 모은 'TV 전쟁'이었다.

 방송계의 시청률 전쟁을 풍자하여 화제를 모았던 <무한도전-TV전쟁편>

방송계의 시청률 전쟁을 풍자하여 화제를 모았던 <무한도전-TV전쟁편> ⓒ MBC


유재석TV와 하하TV의 전쟁, 다시 돌아보니...

우여곡절 끝에 일산의 모처 공원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방송국을 개국하는 행운을 얻게 된 유재석과 하하. 개국을 몇 시간 앞둔 짧은 시간에도 그럴싸할 콘텐츠와 내실로 승부를 보려는 유재석TV와, 오직 톱스타 섭외에 열을 올리는 하하TV의 준비 과정은 너무나도 상반되어 보였다.

일단 남녀노소 인기 있는 국민MC 유재석의 사전 채널 선호도가 앞서긴 했다. 하지만 하하TV가 송중기 섭외에 성공하자, 수많은 여성 시청자들이 하하TV로 채널을 금세 바꿔 상황이 역전되는 듯 했다. 그러나 핫 피플 송중기를 두고, 복근과 키스한 여배우를 향한 난감한 질문 등 자극적인 폭로와 선정적인 방송을 이어간 하하TV는 금세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다.

계속되는 경쟁방송국의 톱스타 섭외에 패닉에 빠진 유재석TV. 그간 야심하게 준비한 방송 기획 의도를 과감히 버리고,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게 코너를 급조하는 임기응변식 방송을 선보인다.

하지만 진행 능력이 입증된 유재석을 앞세워,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내실 있고 짜임새 있는 방송을 이어나가며 시청률 회복에 성공한 유재석TV. 방송 막판에 막 수능을 끝낸 수험생의 마음을 대변하는 코믹 '수능송'으로 막판 시청률 굳히기에 성공을 거둔다. 결국 하하TV는 폐국하고, 살아남은 유재석TV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독점하는 미디어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한다.

 <무한도전-TV전쟁편>에서 송중기 복근 등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방송을 벌여 결국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던 하하TV

<무한도전-TV전쟁편>에서 송중기 복근 등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방송을 벌여 결국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던 하하TV ⓒ MBC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했지만

<무한도전-TV 전쟁 편>이 곧 개국할 종편을 겨냥해, 무분별한 방송국 개국과 앞으로 벌어질 시청률 전쟁을 풍자한 것 아니냐는 네티즌의 해석에 당시 김태호PD는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경쟁 속에 드러난 우리의 모습, 이에 대한 자기반성과 의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무한도전-TV 전쟁 편>에서 보여준 유재석TV와 하하TV 간의 시청률 전쟁과 그에 따라 불붙은 선정성 경쟁은, 비단 작년 12월 1일에 개국한 종편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공영방송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점잖고 시청자들에게 유익한 방송을 기획했다가도, 저조한 시청률을 이유로 폐지 혹은 대폭 수정이 이뤄지는 오늘날 방송계 현실. 그리고 여과 없이 방영되는 낯뜨거운 베드신과 무분별한 사생활 폭로전은 공중파에서도 종종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명색이 공영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보도, 시사 프로그램에 있어서 최소한 기계적인 중립성도 지키지 못하는 공중파 방송국의 몰락이다. 오죽하면 보도국 기자는 물론, 예능 PD, 심지어 드라마 PD들까지 제작하고 있는 드라마를 중단하고 파업 전선에 뛰어들었을까.

 작년 11월 방영됐던 <무한도전> 'TV전쟁' 특집

작년 11월 방영됐던 <무한도전> 'TV전쟁' 특집 ⓒ MBC


김태호 PD도 '리얼 TV 전쟁'에 참여한 그 이유

이제부터라도 정상적인 방송국으로 거듭나겠다면서 해고와 가압류를 각오하고 거리로 나선 방송 3사 노조원들. 반면 온갖 특혜 의혹을 등에 업고 개국 첫날부터 강호동 야쿠자 설, 모 정치인을 향한 낯  뜨거운 찬양, 끊임없는 방송사고, 자극적인 노출 등으로 외면 받는 종편.

결국 치열한 TV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탄탄하면서도 유익한 콘텐츠와 언론으로서의 최소한의 중립성, 시대정신의 적절한 반영이라는 숙명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개국 초 송중기, 소녀시대 써니 등 이름만 들어도 황홀한 스타를 대거 투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싸늘하게 폐국의 수순을 밟았던 하하TV의 몰락이 마냥 <무한도전> 속 가상의 이야기로만 보여 지지 않는 2012년 3월. 지금 김태호 PD가 참여하고 있는 '리얼 TV전쟁'에 더욱 주목해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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