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승승장구>에 출연해 강용석 의원에게 고소당한 심경을 고백한 개그맨 최효종

KBS 2TV <승승장구>에 출연해 강용석 의원에게 고소당한 심경을 고백한 개그맨 최효종 ⓒ KBS


최효종 바람이 거세게 불 때가 있었다. <개그콘서트>에서 그가 맡은 코너들이 인기를 끌면서, 그러니까 개그맨의 본질대로 '웃겨서'다. 하지만 더 '솔직히는' 작년 11월 '사마귀 유치원'에서의 국회의원 비판 개그로 강용석 의원으로부터 고소당한 시점부터일 것이다.

최효종은 굴하지 않았다. 고소 이후 첫 심경을 남겼던 <승승장구>에서 "개그는 뼈가 있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어록이 됐다. <개그콘서트>도 마찬가지였다. 강용석을 겨냥한 개그를 전면에 배치한 융단폭격에 감복(?)한 강용석은 최효종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고, 대중들은 최효종을 '개념 연예인' 리스트에 올렸다.

하지만 영광의 배지를 오래 달지 못했다. 최근 최효종이 글을 게재하는 공간인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자신의 쥬얼리숍을 홍보하는 글을 올리면서부터 비난이 거세졌기 때문. 네티즌과 소통하는 개그맨이 되겠다며 '네그맨' 선언을 해 '개념'이라는 수식어를 선사받았던 최효종은 그렇게 '무개념'이 됐다.

개념이 되기도, 무개념이 되기도 쉬운 세상이다. 대체 '개념 연예인'이라는 게 뭘까. 대중이 붙이고, 언론이 명명한 개념 연예인은 대개 사회성 있는 문제와 관련 발언한 스타들을 정의하는 말로 쓰였다. '소셜테이너'와 함께 사회적 발언 연예인을 아우를 때 가장 쉽게 쓸 수 있는 용어다.

 동물자유연대 후원의 밤에 참석한 이효리

동물자유연대 후원의 밤에 참석한 이효리 ⓒ 동물자유연대


대표적인 사례가 배우 김여진이다. 그는 '반값등록금' '한진중공업 사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시위 현장에 직접 참석하며 '개념 연예인'으로 등극했다.

이외에도 김제동·김미화·박혜경·권해효 등이 광우병 사태·한미 FTA 비준·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해고 노동자 문제 등 거대 권력과 자본에 반기를 들어야 하는 일에 목소리를 높여 왔다. 최근에는 유기동물보호에 앞장 선 가수 이효리도 개념 연예인에 이름을 올렸다. 

반대 여론도 있었다. 소위 "연예인이면 연예인답게"를 외치는 명분론이다. 홍보대행사 대표 황의건은 김여진에 "연예뉴스에 한 번도 못나온 대신 뉴스에 매일 나오는 밥집 아줌마처럼 생긴 여진족"이라고 막말했다. 공교롭게도 연예인들이 소신을 밝힌 문제 중 일부가 야당의 의견과 부합하다보니, 정치적 잣대까지 등장했다. '개념 연예인'의 '좌파 연예인'으로의 비화다. 실제로 이효리의 연관검색어로 '좌파'라는 단어가 나붙는 걸 볼 수 있다.

하지만 좌파 낙인보다 무서운 것은 빈대떡 뒤집듯 쉽게 바뀔 수 있는 '개념'의 무게다. 그 수식어를 선사한 대중들의 생각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경우 언제든 앞에 '무'를 추가할 수 있다. 개념 연예인을 만들 때처럼 무개념 연예인도 대중이 심판하고 언론이 받아 적으며 기정사실화된다.

 배우 김여진씨가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 하는 언론자유 문화제'에서 "한진중공업 노조원들이 끌려나가던 바로 그 순간 현장에서 접한 언론의 '한진중공업 노사 극적 합의' 보도를 보고 살의를 느꼈다"며 언론의 공정보도를 당부하며 흐르는 눈물을 참고 있다.

작년 8월 '시민과 함께 하는 언론자유 문화제' 참석 당시 배우 김여진 ⓒ 유성호


모든 사회적 발언에 '좌빨' 운운하는 자들이 얕은 수로 들이대는 정치적 잣대보다, 이들의 개념을 암묵적인 연대로 이용하려는 수는 더 명백한 '딱지 붙이기'가 될 수 있다. 추후에라도 연대를 원하는 일에 연예인이 침묵한다면 '개념'이라는 자격을 박탈할 것인가.

연예인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사회 참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들의 적지 않은 영향력 덕분에 그 행보는 순기능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문제는 이들의 행보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쉬운 정의다.

그렇게 쉽게 붙여진 소셜테이너와 개념 연예인의 무게는 참을 수 없이 가볍지만, 연예인에게는 더없이 무거울 수 있다. 이대로 라면, 오늘의 개념 연예인은 언제든 내일의 무개념 연예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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