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단기간 우승, 역대 최소경기 우승, 역대 시즌 최다승 우승, 사상 최초 8할 우승, 역대 시즌 최다연승인 16연승, 역대 시즌 최소실점인 67.9점 달성. 정규리그에서 완벽 우승을 차지한 1위 원주 동부의 홈페이지 첫 화면에 나와 있는 문구들이다. 2011-2012 KBL 정규시즌은, 원주 동부로 시작해서 원주 동부로 끝났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이러한 최강 동부와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맞붙게 된 팀은 정규리그 5위 울산 모비스다. 모비스는 지난 2월 2일 SK전 승리를 시작으로 얼마 전 끝이 난 KCC와의 6강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최근 15경기에서 14승 1패를 기록하고 있다. 함지훈 합류 이후에는 10개 팀 중 최고 승률을 기록하며 정규시즌 막판 엄청난 상승세를 보였고, 모든 이들의 예상을 뒤엎으며 6강 플레이오프에서 전주 KCC에 3연승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최고의 상승세에 있는 두 팀이 제대로 맞붙었다. 챔피언결정전이 아닌, 4강 플레이오프에서. 두 팀의 이번 시즌 상대 전적은, 원주 동부가 5승 1패로 크게 앞섰다. 5라운드까지의 맞대결에서는 모두 동부가 승리를 거뒀고, 시즌 최종전이었던 6라운드에서는 함지훈이 복귀한 모비스가 승리했다.

그렇지만 사실 정규시즌에서 두 팀의 베스트 라인업이 맞붙은 적은 한 번도 없다. 1, 2라운드까지 모비스의 용병은 말콤 토마스였다. 3라운드부터 모비스에 레더가 합류했지만, 3~5라운드까지 모비스에는 함지훈이 없었다. 반대로 6라운드 맞대결 때 모비스에 함지훈이 가세했지만, 그 당시에는 동부에서 김주성과 윤호영을 출장시키지 않았다. 결국 두 팀의 제대로 된 승부는 4강 플레이오프가 처음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동부의 강동희 감독과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이 맞대결을 펼치기 시작한 것은, 강동희 감독이 원주 동부의 수장으로 취임한 2009-2010시즌부터다. 그 시즌에는 모비스가 4승 2패로 정규리그에서 앞섰지만, 지난 시즌에는 3승 3패로 동률을, 그리고 이번 시즌에는 동부가 5승 1패로 우위를 보였다. 정규시즌 전적만을 따진다면, 강동희 감독이 10승 8패로 근소하게 앞선다.

그렇다면 플레이오프 전적은 어떨까. 두 감독이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은 것은 2009-2010시즌이 유일하다. 그 당시 모비스는 1위로 플레이오프 4강에 직행했고, 정규리그 5위를 차지한 동부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창원 LG를 3승 무패로 이기며 4강에 올라갔다. 두 팀은 2차전까지 1승 1패로 대등한 승부를 펼쳤지만, 3차전부터 모비스가 분위기를 가져가면서 3승 1패로 동부를 물리쳤다. 그리고 모비스는 그 시즌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2009-2010시즌 당시 신임 감독이었던 동부의 강동희 감독. 2년 만에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에게 설욕할 기회를 잡았다. 두 팀 감독의 2년 만의 리턴 매치도 관심이 가지만, 각 포지션마다의 매치업도 흥미진진하다.

포지션마다의 '매치업', 경기에 흥미를 더하다

 양동근을 수비하는 박지현

양동근을 수비하는 박지현 ⓒ KBL

우선 가드 대결.

박지현, 안재욱, 황진원, 이광재의 동부와 양동근, 박구영, 이지원의 모비스다. 가드 대결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동부 이광재와 모비스 박구영의 슈팅 가드 대결이다.

이광재는 정규 시즌 막판 상무에서 전역한 이후 맹활약을 펼쳤다. 11경기에 출장해 평균 11.8점을 기록했고, 경기당 평균 1.7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다. 특히 3점 성공률이 무려 46.3%였다. 황진원 대신 슈팅가드 자리에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뽐냈다.

이에 맞서는 모비스의 박구영은 플레이오프에서 팀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6강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평균 17.3점 3.0리바운드 4.3어시스트 2.0스틸 등 만점 활약을 보였다. 특히 3점슛을 26개 시도해서 13개를 성공시키며 50%의 어마어마한 3점 성공률을 기록했다. 이 두 선수 중 어느 선수가 제대로 폭발해주느냐에 따라 양팀의 가드 라인 대결이 갈리는 것이다.

스몰 포워드 대결.

윤호영의 동부와 김동우, 박종천, 송창용의 모비스다. 동부의 백업 포워드에는 진경석과 석명준 등이 있지만, 이 두 선수가 코트에 있을 시간은 길어봐야 5분 남짓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선 맞대결들을 볼 때, 사실상 윤호영 홀로 스몰 포워드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MVP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윤호영은, 이번 정규 시즌에서 평균 12.0점 5.2리바운드 2.6어시스트를 기록했고, 무려 40.7%의 3점 성공률을 기록하며 공수에서 완전히 팀의 중심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모비스와의 1~5라운드까지 경기에서 평균 15.2점을 기록하며 모비스의 수비를 무력화시켰다.

이에 맞서는 모비스의 포워드진에서는 김동우가 25분가량을, 박종천과 송창용이 15분 정도를 분담할 가능성이 크다. 동부전에서 기록한 이 3명의 선수의 평균 득점은, 김동우가 7점, 박종천이 4.8점, 송창용이 4.4점이었다. 이 세 선수가 정규시즌 동부전에서 기록했던 평균 득점 정도를 매 경기마다 기록해준다면, 동부의 윤호영과 버금가는 맞대결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동부에서는 윤호영이 홀로 짊어질 체력적 문제를 얼마나 잘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 백업 선수들의 기량이 크게 차이나기 때문이다. 반면에 모비스로서는 주전으로 나설 가능성이 큰 김동우가 파울 트러블에 걸리지 않고 윤호영을 얼마나 잘 상대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보여진다.

김주성과 함지훈 파워포워드, 승패와 직결될 가능성 커

 골밑 대결을 펼칠 벤슨과 레더

골밑 대결을 펼칠 벤슨과 레더 ⓒ KBL


파워 포워드와 센터 대결.

김주성, 벤슨의 동부와 함지훈, 레더의 모비스다. 김주성과 벤슨은 윤호영과 함께 최강의 트리플 타워를 구성했다. 김주성과 벤슨 이 두 선수가 정규시즌 합작한 기록은, 평균 33.5점 18.7리바운드 4.9어시스트 2.4블록이었다. 모든 면에서 고른 활약을 보이며 팀에 안정감을 불어넣었다.

모비스의 골밑을 지키는 함지훈과 레더. 정규 시즌 막판 최악의 호흡을 보였지만, 6강 플레이오프에서는 최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두 선수는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평균 36.6점 17.4리바운드 7.6어시스트 3.0스틸을 합작했다. 레더는 득점에서, 함지훈은 어시스트에서 각각의 장점을 발휘하며, KCC의 골밑을 유린했다.

김주성과 함지훈은 시즌 첫 맞대결을 펼치게 됐지만, 레더와 벤슨은 3~6라운드까지 총 4번의 맞대결을 펼쳤었다. 벤슨은 3~6라운드 모비스전에서 평균 15점 12.8리바운드를, 레더는 동부와의 맞대결에서 평균 18.3점 11.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득점에서는 레더가, 리바운드에서는 벤슨이 앞서는 모습을 보였었다.

유일하게 맞대결을 펼치지 않았던 포지션은, 김주성과 함지훈의 파워포워드뿐이다. 이 두 선수의 맞대결 결과가 두 팀의 승패와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김주성과 함지훈 모두 득점력, 리바운드 능력, 어시스트 능력을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어느 선수가 좀 더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골밑에서 호흡을 맞추는 용병들의 활약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2년 전에 열렸던 플레이오프에서는 아쉽게 패했지만, 2011-2012 정규시즌에는 무적의 모습을 보여준 원주 동부. 반대로 이번 시즌 맞대결에서는 동부에게 끌려갔지만, 2년 전 플레이오프 맞대결 때는 승리를 거뒀던 울산 모비스. 모비스는 경기 감각 측면에서, 동부는 체력적 측면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반드시 잡아야만 하는 1차전을, 승리로 가져갈 팀은 과연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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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모비스 원주동부 KBL 4강플레이오프 김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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