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산티아고 공연장 앞에서 만난 JYJ의 현지 팬들.

칠레 산티아고 공연장 앞에서 만난 JYJ의 현지 팬 ⓒ 이언혁


"JYJ 미안해. JYJ 사랑해."

이 소리는 대한민국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나는 것이 아니다. 꼬박 30시간 비행기를 타고서야 도착할 수 있는 칠레, 우리에게 '와인'으로 잘 알려진 그곳에서 울려퍼진 소리다. 

노숙은 기본 "스페인에서 16시간 걸려 왔어요"

9일 오후(현지시간)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테아트로 콘포리칸(TEATRO CAUPOLICAN). 120년의 역사를 가진 이 공연장의 무대에 JYJ(김재중 박유천 김준수)가 등장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월드투어의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서였다.

한국말은 커녕 영어도 서툰 칠레 팬은 무대 가까이에서 JYJ를 보기 위해 지난 5일부터 공연장 앞에서 노숙을 했다. 칠레에서만 온 것이 아니었다. 브라질과 페루,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 인접한 남미 국가에서 온 팬도 많았고, 스페인에서 온 팬도 있었다.

다마라(25, 여), 오사리오(18, 여) 자매는 JYJ의 공연을 보기 위해 스페인에서 16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칠레를 찾았다. 2011년 10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공연도 봤다는 두 사람은 11일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공연도 본다고 했다. 그들은 "준수의 목소리와 재중의 카리스마가 좋다"면서 "유천은 감동을 준다"고 강조했다. 

 칠레 산티아고 공연장 앞에서 만난 JYJ의 현지 팬들.

칠레 산티아고 공연장 앞에서 만난 JYJ의 현지 팬 ⓒ 이언혁


스웨덴에서 마드리드를 거쳐 칠레까지 15시간에 걸쳐 왔다는 안드레아(19, 여, 학생)는 "유럽 콘서트를 놓친 것이 너무 아쉬워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JYJ의 공연을 보러 왔다"면서 "내 꿈은 죽기 전에 JYJ와 함께 노래하는 것"이라고 했다.

6년 동안 JYJ의 팬이었다는 마이콜(19, 남)은 "오늘이 생일이다. JYJ의 공연은 내 인생 최고의 생일 선물"이라며 "3일 동안 공항에서 그들을 기다렸는데 실제로 보다니 믿을 수 없다"고 감격했다.

칠레 태생 까롤리나(18, 여)는 "유투브를 통해 JYJ를 알게 됐다"고 했다. 까롤리나는 "JYJ의 목소리는 귀엽고 매력적이다"면서 "퍼포먼스 또한 아름답다"고 평했다. 현지 신문에 난 JYJ 관련 기사를 직접 보여주기도 한 아비에라(19, 여)와 라울(18, 남)은 "유천의 독특한 목소리가 좋다"면서 "퍼포먼스도 다양한데 노래도 참 잘한다. 가사도 좋더라"고 전했다.

관객 중 3명 실신하기도...무대 즐긴 JYJ

팬들의 함성을 뒤로하고 무대에 등장한 JYJ는 어느 때보다 들떠 있었다. 'Empty'(엠티)를 시작으로 새로 편곡된 'Ayyy Girl'(에이걸)과 'Be My Girl'(비 마이 걸) 'I.D.S-Be the one'(I.D.S-비더원) '낙엽' 'Mission'(미션) 'In Heaven'(인 헤븐) 등을 부른 JYJ는 새롭게 리믹스한 'Get Out'(겟아웃)을 앙코르곡으로 택했다. 셔플댄스를 추는 JYJ의 모습에 팬들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그들에게는 음악과 열정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박유천의 솔로 무대 'I Love You'(아이러브유)는 여성 댄서와 함께하는 안무가 돋보였고, 김재중은 <보스를 지켜라> O.S.T '지켜줄게'를 열창했다. 김준수의 솔로곡 'Intoxication'(인톡시케이션)은 가장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가 골반을 움직일 때마다 여성 팬들의 함성이 쏟아졌다.

 칠레 산티아고 공연장 앞에서 만난 JYJ의 현지 팬들.

칠레 산티아고 공연장 앞에서 만난 JYJ의 현지 팬 ⓒ 이언혁


칠레에서 함께한 2시간은 JYJ에게뿐만 아니라 유투브로 영상편지를 띄우던 팬들에게도 꿈 같은 순간이었다. 열띤 반응에 관객도, 아티스트도 한껏 즐거운 모습이었다. 스페인 공연에서 한 차례 경험한 덕에 팬들을 위해 준비한 짧은 스페인어도 한층 자연스러웠고, 팬들의 주문에 엉덩이를 흔드는 여유까지 보였다. 

이날 공연을 보던 3천 명의 관객 중, 스탠딩석에 있던 3명은 공연 중 실신하기도 했다. 이들은 대기하던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리스티나(25, 여)는 "지금까지 본 공연 중 최고였다.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면서 "JYJ의 노래와 퍼포먼스는 완벽했지만 LED 스크린 화질이 좀 더 선명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JYJ가 마이클 잭슨을 뛰어넘는 아티스트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엄마 안나(54, 여)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이잘(16, 여)은 "JYJ를 알기 전엔 한국에 대해 '남북으로 갈린 나라'라는 정도만 알았는데 이제는 그들이 어떤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랐는지 궁금해서 한국어 학교도 다녔다"면서 "JYJ는 단지 노래만 하는 그룹이 아니다. 그들의 노래에는 특별한 느낌이 있다. 실제로 공연을 보는 것을 6년 내내 꿈꿨는데 꿈이 현실이 됐다"고 했다.

지난 2011년 4월 월드투어를 시작한 JYJ는 아시아와 미주, 유럽을 거쳐 남미로 향했다. 산티아고에 이어 11일 페루 리마 공연을 끝으로 첫 번째 월드투어는 막을 내린다. 뜨거운 반응 속에서 첫 월드투어를 마무리한 JYJ가 또 어떤 도전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한국인들이 여기(칠레)에 왔다"

 칠레 무가지 'La Hora'(라 오라)에 실린 JYJ.

칠레 무가지 'La Hora'(라 오라)에 실린 JYJ. ⓒ 이언혁


칠레 무가지 'La Hora'(라 오라)는 9일자에 JYJ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기사에는 8일 칠레 기자단을 상대로 열린 기자간담회 소식과 함께 이들의 공연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칠레 무가지 'La Hora'(라 오라)에 실린 JYJ.

칠레 무가지 'La Hora'(라 오라)에 실린 JYJ. ⓒ 이언혁


'JYJ의 팬'이라는 제목이 눈에 띄는 가운데, 소제목은 'K-POP 현상의 스파크를 일으키다'는 뜻이다. 오른쪽에서 8일 오전 칠레 입국 당시 김재중과 그를 둘러싼 팬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칠레 산티아고의 한 빵집에 붙어 있는 JYJ의 공연 포스터.

칠레 산티아고의 한 빵집에 붙어 있는 JYJ의 공연 포스터 ⓒ 이언혁


산티아고 거리를 걷던 중, 한 빵집 앞에서도 JYJ의 콘서트 포스터를 볼 수 있었다. 빵집 문 앞에 붙어 있는 이 포스터는 지나가는 이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JYJ 칠레 월드투어 페루 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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