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의사를 표명한 대전시티즌 김광희 사장(자료사진)

사퇴의사를 표명한 대전시티즌 김광희 사장(자료사진) ⓒ 대전시티즌

지난 14년 동안 대전 시티즌의 골문을 지켜온 '살아있는 전설' 최은성 선수를 공식 은퇴식도 없이 그라운드 밖으로 몰아낸 김광희 사장이 결국 '사퇴'했다.

김광희 사장은 8일 오후 대전 시티즌 구단주인 염홍철 대전시장에게 사의를 표했고, 염 시장은 이를 수리했다고 대전시가 밝혔다.

최근 김 사장은 궁지에 내몰렸다. 팀의 간판선수인 최은성 선수가 연봉협상이 결렬되면서 제주도로 전지훈련까지 다녀오고서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은퇴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언론을 통해 김 사장이 연봉협상과정에서 최 선수에게 막말을 퍼붓고 모욕을 줬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팬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더욱이 김 사장이 업무추진비를 신설하고 인쇄물업체 및 경호업체를 돌연 교체했으며 독단적으로 선수를 영입하는 등 구단운영에 있어서 부정 의혹이 잇따라 터져 나와 대전 시티즌은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급기야 팬들은 대전 시티즌 홈페이지로 몰려가 비난의 글을 올리는 한편, 오는 11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홈 개막전에 집단행동을 예고하기까지 했다.

사태가 이렇게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구단주인 염홍철 대전시장이 뒤늦게 수습에 나선 것. 염 시장은 이날 오전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대전 시티즌과 관련한 문제는 저도 잘 알고 있다"며 "어떤 방법으로든 수습하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 묻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 중에는 그 결과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그러나 지금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새 사장, 지역연고 관계없이 전국 공모로 선임 예정"

하지만, 이날 오후 전격적으로 김 사장이 전화를 걸어 염 시장에게 사의를 표했고, 염 시장은 대전시티즌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김 사장의 사표를 곧바로 수리했다. 결국, 대전 시티즌의 살아있는 전설 최은성 선수를 직간접적으로 그라운드에서 떠나게 했던 김 사장이 취임 8개월여 만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날 김 사장의 사표를 수리한 뒤 염 시장은 "김광희 사장은 지난해 프로축구 승부조작 파문으로 위기에 빠졌던 대전 시티즌을 정상화하고 쇄신시키는데 노력했으나, 최근 선수 재계약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으로 시민들에게 실망을 주었다고 판단하고 사의를 표명해 이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신임 사장이 결정될 때까지 시티즌의 최대주주인 대전시체육회 진장옥 사무처장(시티즌 이사)을 사장 권한대행으로 임명하고, 새로운 사장은 유능한 축구 스포츠 경영인을 지역연고와 관계없이 전국 공모를 통해 선임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염 시장은 "시티즌 이사회의 기능 강화 및 역할 증대로 자율적 운영체계를 확립하는 한편, 축구전용연습구장 및 선수숙소는 예정대로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염 시장은 "시민 여러분과 시티즌 팬들에게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시민에게 사랑받는 시민구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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