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섭게 찬바람이 불던 날씨가 서서히 누그러지고 봄날이 왔는가 싶을 즈음 꽃샘추위가 닥친다. 다시금 겨울이 돌아온 것이 아닐까 의심해 보지만, 그렇다고 봄기운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이다. 겨울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의 지난 1년을 간단한 비유로 설명한다면 대략 요즘 날씨와도 같다. 처음 출발당시 독립영화진영이 크게 반기지 않았던 개관은 찬바람 부는 날씨와도 같았다.

<워낭소리> 열풍을 몰고 왔던, 잘 나가던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부당하게 간판이 내려진 후 '시네마루'란 이름으로 바뀌었을 때 독립영화인들의 상실감은 컸다. 논란 끝에 '인디플러스'로 이름 바꿔 문을 다시 열었지만 반길 수 없었던 것은 당연했다.

그렇지만 진정성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면서 날씨가 풀리듯 그 마음들이 조금씩 누그러졌고 점차 제 모습을 찾아갔다. 그러나 최근 논란을 빚은 <잼다큐강정> 상영 불허 문제는 꽃샘추위처럼 다시 상처를 건드리는 듯했다. 다행히 봄기운을 느끼고 싶었던 듯 갈등은 원만하게 마무리되면서 더 이상 커지지 않았다. 덕분에 편한 마음으로 첫 돌을 맞이하게 됐다.

독립영화관 위상 회복...지원 프로그램 강화로 역할 확대

 신사동에 위치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

신사동에 위치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 ⓒ 성하훈

지난해 3월 문을 연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직영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가 10일로 개관 1주년을 맞는다.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았던 출발이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반대로 우려보다는 기대가 높아지는 게 사실이다.

개관 첫 돌을 맞아 인디플러스에서는 지난 1일부터 기획전이 한창이다.

올해 주목될 독립영화들이 대거 소개됐고, 부산국제영화제의 지원을 받아 다큐멘터리 교류전도 열리고 있다. 제1독립영화전용관으로서 위치를 확고히 다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9일 오후에는 1년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전망에 대한 독립영화관 관계자들의 좌담회가 예정돼 있다. 저녁 7시에는 개관 1주년 기념식과 함께 독립영화인 교류의 밤 행사를 겸한 리셉션도 개최된다. 첫 돌 잔치가 성대하게 차려지는 모습이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볼 때 '인디플러스'는 망가졌던 독립영화관전용관으로서 위상을 어느 정도 회복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이명박 정권 등장이후 영화계 갈등을 유발시키며 가장 망가졌던 것이 독립영화 정책이었다. 독립영화전용관은 그 대치전선으로서 상징성이 컸다. 독립영화관을 이명박 정부가 강탈했다는 의식이 컸던 탓에 운영진을 바꿔 문을 열었던 '시네마루'는 이름만 독립영화전용관이었을 뿐, 영화계의 외면 속에 전혀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

인디플러스는 이 갈등의 완충지대 역할을 담당하면서, 상대적으로 나은 모습을 나타냈다. 독립영화전용관으로서의 활동도 충실히 하면서 독립영화진영의 인정을 받는데 성공했다.

개관 이후 5차례의 기획전이 진행됐고, 다양한 독립영화들이 선보였다. 독립영화 지원사업을 통해 3편의 영화를 선정해 홍보마케팅을 도운 것은 의미 있는 모습이기도 했다. 제작 여건이 열악한 독립영화 환경에서 능동적 지원은 독립다큐영화들에게 적지 않은 힘이 됐다.

단순히 상영관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닌 독립영화 발전을 위해 역할을 확대해 나가는 모습은 긍정적 변화였다. 독립영화 저변 확대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 역시 안착에 도움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영화 상영 뒤 감독 또는 배우와 관객들이 만나는 시간이 빈번해졌고,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도 늘어났다.

 지난해 3월 인디플러스 개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의석 영진위원장

지난해 3월 인디플러스 개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의석 영진위원장 ⓒ 성하훈


"정부 비판 소재라도 상영 제한두지 않을 것"

개관 당시만 해도 불안하게 보였던 인디플러스가 자리를 잡게 된 것은 운영의 자율성이 보장된 덕분이었다. 영진위 직영체제라는 것이 단점이 될 수 있는 분위기였지만, 간섭을 자제하면서, 벌어졌던 독립영화진영과의 간극도 좁혀졌다. 독립영화계의 신뢰를 받는 인물을 프로그래머로 선정한 것도 주효했다.

최근 논란이 됐던 <잼다큐강정> 상영 불허 소동은 자칫 이런 안정감을 날려버릴 뻔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독립영화 진영이 술렁였지만, 다행히 영진위 쪽이 비판 여론을 수렴해 상영을 결정하면서 논란은 수그러졌다. 오히려 독립영화관 독립성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전화위복이 된 모습이다.

인디플러스 개관 1주년을 앞두고 지난 29일 <오마이스타>와 만난 김의석 영진위원장은 <잼다큐강정> 상영 불허 논란에 대해 "서로간의 의사소통이 원활치 못해 벌어진 문제였을 뿐 심각한 사안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작품 소재 때문에 의도적으로 막으려했던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작품 상영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라며, 독립영화인들로 구성된 인디플러스 운영위원회의 역할을 존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운영위의 비중을 늘리겠다면서 앞으로는 상영문제와 관련해 논란이 되는 일은 없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4대강 문제 등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소재일지라도 인디플러스에서 상영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인디플러스 개관식 당시 개관 테이프를 자르고 있는 영화계 인사들

지난해 3월 인디플러스 개관식 당시 개관 테이프를 자르고 있는 영화계 인사들 ⓒ 성하훈


용산참사와 4대강 문제, 독립영화 상영 가능할까?

이 같은 영진위 입장에 대해 독립영화진영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잼다큐강정> 논란 당시 강력히 반발하며 영진위 압박의 중심에 섰던 신은실 운영위원장 권한대행은 "앞으로 운영위원회가 막중해졌다"면서 영진위의 방향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영진위 관계자는 독립영화전용관을 "서울뿐만 아닌 광주 등 지방에서도 개관하는 방안도 구상"중이라며 독립영화관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도 갖고 있음을 내비쳤다.

독립영화관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영진위의 의지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다만 정부 기관으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할 것 같다. 민간독립영화관 설립 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바탕에는 정부 기관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권 입맛에 따라 달라지는 상급 기관의 눈치와 압력에 영진위가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진심이 평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용산참사와 4대강 문제 등을 비판한 독립영화들이 공언대로 인디플러스에서 제약 없이 상영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독립영화 인디플러스 영진위 김의석 잼다큐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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