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과소 납부로 추징금을 부과 받은 강호동이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세금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문제로 국민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사죄드린다"며 입장을 밝힌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작년 9월 강호동의 잠정 은퇴 선언 기자회견 ⓒ 유성호


'23만㎡대 1만9858㎡'

재벌가, 대주주 관련 인사들과 방송인 강호동이 산 평창 땅의 크기다. 28일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과 재벌닷컴 등의 보도를 통해 평창땅 투기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고 있다.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공을 들였던 지난 10년 간 롯데, GS, 쌍용 등 대기업 총수 및 대주주의 일가족과 삼성계열사 출신 최고경영자, 중견기업 최고경영자 등 재벌가 자녀들과 정·관계 고위 인사들이 평창 땅을 사들이는데 앞장섰다. 이운재 축구 전 국가대표, 이봉주 전 마라톤 국가대표의 이름도 포함돼 있다.

헌데 유독 강호동이다. '국민 MC' 이름값 때문이든 인터넷 포털을 점령한 연예매체 창궐 때문이든, 평창 땅 투기와 관련된 보도에도 강호동의 이름이 선두고 또 도드라진다. <시사기획 창> 또한 작년 9월 불거졌던 강호동의 땅을 프로그램 첫 머리에 내세웠다. 보도 이후 연이틀 강호동의 이름이 언론과 포털, SNS를 점령했다.

에둘러가지 말자. 탈루와 관련 추징금을 납부하고, 검찰 고발 건에 대해서도 각하 처분이 내려진 강호동 홀로 너무 큰짐을 짊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가 "불쌍한 강호동"이라며 애처로워 한 것도 무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재벌가 총수 일가들이 평창 땅 투기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고 있다. 사진은 알펜시아 리조트 전경

재벌가 총수 일가들이 평창 땅 투기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고 있다. 사진은 알펜시아 리조트 전경 ⓒ pyeongchang2018.org


서울대 이준구 교수 "불쌍한 강호동, 뭐하러 기부하나"

"내가 강호동씨 친구라면 그거 뭐 하러 재단에 기부하느냐고 말리겠습니다."

이준구 교수는 평창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29일 자신의 블로그에 '불쌍한 강호동'이란 글을 통해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안타까워하며, 당당한 기득권층과 달리 강호동이 부각되는 현실을 비판했다.

"많고 많은 사람들 중 유독 강호동씨만이 유탄을 맞은 것 같네요. 훨씬 더 부자이면서 훨씬 더 많은 땅을 사잰 사람은 당당하게 버티고 있는데 그만 인기인이라는 이유로 20억 원의 가치가 있는 땅을 재단에 기부하기로 했군요. 어마어마한 그 사람들에 비하면 강호동씨는 일개 소시민에 불과하게 보이는데요. 이게 바로 인기인의 설움이지요."

또 이준구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땅을 사고 파는 걸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라면서도 "종합부동산세가 무력화된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정책 수단으로는 땅 투기를 막을 적절한 방법이 없습니다"고 적었다.

이어 "그저 여론의 매를 드는 게 고작일 뿐인데, 그렇게 하면 또 일각에서는 '부자 때리기'라고 반발을 합니다"며 "부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천박한 국민성 운운하면서요"라고 비판의 화살을 기득권층으로 돌렸다.

이 교수 말마따나, '인기인의 설움' 탓인지 강호동은 소유한 평창 땅을 서울아산병원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과 2011년에 걸쳐 매입한 농지의 가격은 20억 가량.

이에 대해 강호동 측은 "장기적 투자 목적으로 땅을 샀지만, 논란이 될 수 있는 지역의 땅을 매입한 것만으로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라 생각한다"며 "지난해 잠정은퇴 선언 후, 부인과 평창 땅에 대해 논의했다. 어린이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기 위해 기부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강호동은 이미 수 년 전부터 아산병동 소아병동에 봉사와 기부를 해왔으며, 최근 병원과도 협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9월 은퇴 기자회견 당시 강호동의 모습. 최근 KBS <시사기획 창>이 재벌들과 강호동 등의 평창 땅 투기'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강호동은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다며 기부 의사를 밝혔다.

작년 9월 은퇴 기자회견 당시 강호동의 모습. 최근 KBS <시사기획 창>이 재벌들과 강호동 등의 평창 땅 투기'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강호동은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다며 기부 의사를 밝혔다. ⓒ 유성호


재벌은 모르쇠...해명과 기부 나선 강호동의 복귀?

기실 재벌도 꿈쩍 않는 개인 재산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강호동이 먼저 납작 엎드린 형국이 돼버렸다. 이 같은 보도가 나간 뒤, 작년 9월 세금 탈루와 관련 잠정 은퇴를 선언한 후 뒤늦게 평창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질 당시 싸늘했던 여론 또한 동정적으로 돌아서고 있는 중이다.

현재 강호동에게 법적 책임은 없다. 세금 문제도 이미 일단락 됐다. 함께 탈루 혐의를 받았던 어느 연예인도 은퇴라는 초강수를 두지는 않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만약 강호동이 평창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질 것을 예상하고 잠정 은퇴를 선언한 것이었다 해도, 이번 해명과 기부를 통해 여론의 추이를 지켜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호동의 방송 복귀 말이다. 방송인에게 복귀란 '여론'이 생명 아니던가. 최근 KBS <연예가중계>가 재점화한 '빅뱅 컴백' 논란처럼 인위적인 비판이 가하지 않는 이상, 강호동은 충분히 자숙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 기부를 통해 만천하에 알린 셈이 됐다.

특히 평창 땅 매입에 대해서도, 그것이 투기였든 투자였든 강호동은 <시사기획 창>을 통해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밝혔다. 재벌과 정·관계 인사도 하지 않는 기부와 반성을 일개 연예인 개인이 조용히 자청하고 나선 것은 분명 귀감이 될 만한 행동이다.

이번 재벌들의 '평창 땅 투기' 논란으로 강호동은 '불쌍한 강호동'으로 탈바꿈될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탈세 논란과 달리 이번 '평창 땅 투기' 논란은 재벌들의 해명과 반성을 더 주목해야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책임질 것은 책임지고 해명할 것은 해명하는 자세다. '5월 복귀설' 까지 흘러나왔던 그였기에 더더욱. 그럴 때야 비로소 '잠정 은퇴'를 번복하고 방송에 복귀한다 해도 잡음이 덜 할 수 있을 것이다.

강호동 개인으로서는 작년 가을부터 누구도 겪지 못했던 종류의 '인기인의 설움'을 톡톡히 치른 1년으로 기록될 것만 같다.

강호동 평창 시사기획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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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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