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신: 29일 오후 11시 15분]

MBC 파업 문화제 <촛불이 빛나는 밤에>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MBC 노동조합의 촛불문화제 <촛불이 빛나는 밤에>를 찾은 관객들이 무대를 지켜보고 있다.

▲ MBC 파업 문화제 <촛불이 빛나는 밤에>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MBC 노동조합의 촛불문화제 <촛불이 빛나는 밤에>를 찾은 관객들이 무대를 지켜보고 있다. ⓒ 이미나


MBC <촛불이 빛나는 밤에>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MBC 노동조합의 촛불문화제 <촛불이 빛나는 밤에>를 찾은 밴드 크라잉넛이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노래를 시작하기 전 "여러분들의 촛불이 진실을 전해주길 바란다"며 지지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 MBC <촛불이 빛나는 밤에>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MBC 노동조합의 촛불문화제 <촛불이 빛나는 밤에>를 찾은 밴드 크라잉넛이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노래를 시작하기 전 "여러분들의 촛불이 진실을 전해주길 바란다"며 지지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 이미나


3월을 하루 앞둔 2월 29일. 봄볕처럼 따뜻했던 날씨는 해가 지자 다시 쌀쌀해졌다. 준비된 자리에 옹기종기 앉은 이들은 손에 쥔 촛불을 들고 온기를 나눴다. 이들은 오후 7시 30분경 시작된 MBC 노동조합의 촛불문화제 <촛불이 빛나는 밤에>를 보러 온 노조원들과 시민들이었다.

이근행 전 MBC 노조위원장 "결연함으로 싸워 이기자"

28일에 이어 29일에도 크라잉넛, 바비빌. 배우 정찬, 지지성명을 낸 영화감독들 중 5인(권칠인 이난 임찬상 임찬익 장항준) 등이 현장을 찾았다. 또한 이날 <뉴스타파>를 제작하고 있는 이근행 전 MBC 노동조합 위원장과 노종면 전 YTN 노동조합 위원장도 응원의 뜻을 전했다.

지난 2010년 MBC 파업을 이끌다 해고된 이근행 전 위원장에게는 남다른 자리였다. 이 전 위원장은 "(2010년에) 이 문제를 다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 우리 조합원들 모두에게 (이 문제를) 남겨뒀다는 사실이 괴로웠다"며 말문을 열었다.

"오늘 박성호 기자회장이 해고됐다"고 말을 이어간 이 전 위원장은 "제가 위원장을 할 때에는 그래도 예의도 지키고 관계도 중시하며 살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지면 죽는구나', '나를 대신해서 짐을 진 자가 저들에게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동지가, 친구가 죽는다는 사실, 그 냉혹한 현실을 (오늘) 다시 느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MBC <촛불이 빛나는 밤에>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MBC 노동조합의 촛불문화제 <촛불이 빛나는 밤에>를 찾은 이근행 전 MBC 노조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격려 발언을 하고 있다.

▲ MBC <촛불이 빛나는 밤에>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MBC 노동조합의 촛불문화제 <촛불이 빛나는 밤에>를 찾은 이근행 전 MBC 노조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격려 발언을 하고 있다. ⓒ 이미나


이 전 위원장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이겨서 정의도 동지도 지켜야 한다"며 "다른 이들이 다시 김재철의 칼날에 목이 날아가지 않도록 싸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 주위에 있는 선배나 동료에게도 어느 쪽에 설 것인가를 분명히 요구할 때가 왔다"며 보다 많은 이들이 MBC 파업에 참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이제 우리가 사느냐 죽느냐 하는 처절한 고비에 서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결연함으로 싸워서 이기자"고 재차 강조한 이근행 위원장은 "이겨서 더 이상 동지들이 짤려나가는 일이 없도록 하자"며 말을 마쳤다.

노종면 전 YTN 노동조합 위원장 역시 "제가 응원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에너지가 끓는 것 같다"며 "이길 수밖에 없다는 기운이 느껴진다"는 말로 기운을 북돋웠다.

이날 노 전 위원장은 현재 YTN의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노 전 위원장은 "오늘 YTN 노동조합의 파업 찬반투표 결과가 나왔는데, 가결됐다"며 "배석규씨(배석규 YTN 사장)가 걱정을 했는지 월급을 왕창 올려주겠다 했다는 첩보가 있었는데, (노사간) 조정중지 결정이 나왔다, 여러분 곁으로 달려오겠다"고 전했다. 두 동료 언론인을 맞이한 MBC 노동조합원들은 여느 때보다 커다란 함성과 박수로 화답했다.

"<무한도전> 좋아하지만... 방송 안 되면 어떠냐"

MBC <촛불이 빛나는 밤에>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MBC 노동조합의 촛불문화제 <촛불이 빛나는 밤에>를 찾은 영화감독들이 지지발언을 하고 있다. 마이크를 잡은 이는 영화 <원더풀 라디오>를 연출한 권칠인 감독이다.

▲ MBC <촛불이 빛나는 밤에>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MBC 노동조합의 촛불문화제 <촛불이 빛나는 밤에>를 찾은 영화감독들이 지지발언을 하고 있다. 마이크를 잡은 이는 영화 <원더풀 라디오>를 연출한 권칠인 감독이다. ⓒ 이미나


29일 <촛불이 빛나는 밤에>에서는 조합원들과 시민들이 어울리는 자리도 마련됐다. 사회를 맡은 서인 아나운서와 허일후 아나운서가 대결을 펼치고, 시민들이 누가 승자가 될지를 예측하는 행사가 마련되기도 했다. 또한 조합원들과 시민들이 한데 섞여 앉아 문화제를 즐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이정림씨(50)는 딸과 함께 촛불을 들고 문화제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씨는 "인터넷으로 문화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며 "솔직히 말해 '왜 정권이 끝날 때쯤인 이제 와서 파업을 하나'라는 생각도 했지만, 파업이 시작된 만큼 MBC 노동조합을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장이 물러난 것처럼, 김재철 사장도 어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파업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이씨와 그의 딸처럼 소식을 듣고 온 시민들 외에도, 근처를 지나가던 중 현장이 눈에 띄어 머무르게 됐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상기된 얼굴로 무대를 바라보고 있던 신아무개씨(18)와 소아무개씨(18)는 "이제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학생"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언론인이 되는 것이 꿈인데, 오늘 행사를 보고 MBC에 꼭 들어오고 싶어졌다"는 신씨는 "파업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사실 왜 하는지 잘은 몰랐는데 이곳에 오니 이해가 된다"며 MBC 노동조합의 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신씨는 "<무한도전>을 좋아하긴 하지만 방송이 안 되면 또 어떠냐, 못 봐도 된다"고 반문하며 "인터넷에 (MBC 파업을 설명하는) 만화 같은 것들이 많이 올라와 이를 보고 MBC 파업을 응원한다는 친구들도 많다"고 전했다.

박성호·양동암 기자 징계에 MBC 내부도 들썩

한편 이틀 간의 문화제를 마친 MBC 노동조합은 계속해서 강경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29일 박성호·양동암 두 기자들에 대한 징계가 결정되면서, MBC 내에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던 구성원들도 서서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9일 MBC 노동조합은 "사측의 박성호 MBC 기자회장 해고 등 중징계에 보도국 국장급 간부 사원 등 65명이 기명 성명을 통해 김재철 사장 퇴진을 촉구했다"며 "(이번 성명은) 공정방송을 향한 후배들의 충정에 대한 강력한 동참의 표시로 이제 김재철 사장 체제 하의 MBC가 더 이상 존속될 수 없다는 현실을 엄중히 보여준 것"이라고 평했다.

또한 MBC PD협회 역시 같은 날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전체 PD 295명 가운데 261명의 이름을 내걸고 김재철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김 사장이 사퇴를 거부할 경우 "보직 간부를 포함한 모든 피디들이 MBC 정상화를 위한 투쟁의 대열에 동참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2신 보강 : 29일 오후 8시 20분]
MBC 노동조합 "기자 해고, 김재철 퇴진 앞당기는 일"

박성호 "말 안 들으면 목치겠다는 것"
"꼭 일터로 돌아가겠습니다." (박성호 기자회장)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양동암 영상기자회장)

MBC가 29일 징계인사위원회를 열고 기자들의 제작거부를 주도한 박성호 기자회장과 양동암 영상기자회장에게 각각 해고와 정직 3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박성호 기자회장은 29일 오후 <오마이스타>에 "이번 징계는 개인에 대한 탄압을 넘어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이들에 대한 탄압이다"라며 입을 열었다.

MBC가 박성호 기자회장을 징계한 사유는 '사내 질서 문란'. MBC 기자회는 지난 1월 6일 보도국 인적쇄신과 뉴스 공정성 회복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진행했고, 25일에는 본격적인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기자회의 행동에 이어 MBC 노동조합도 30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박성호 회장은 "기자들의 제작거부는 인적 쇄신과 뉴스 공정성 회복을 위한 것이었다"며 이번 징계는 "(사측은) 공정방송에 대한 구성원의 열망을 인정하지 않고, '말을 듣지 않으면 목을 치겠다'는 표현을 한 것"이라고 평했다.

MBC 창사 51년 이래 기자회장이 '해고'된 건 초유의 사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노동조합 집행부도 아니고, 비리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해고된 사례는 내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김재철 사장의 취임 이후 MBC에서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 종종 일어나 왔기 때문에 (해고를) 예상은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17일 열린 MBC 파업콘서트 <으랏차차 MBC>에서 박성호 기자회장은 "부부가 그간 숨겨뒀던 비자금을 공개했다"며 가족의 응원을 받았던 사연을 재치있게 전한 바 있다. 박 회장은 "아내가 오늘을 계기로 더욱 깊은 안목을 갖는 '능력자'가 되길 바란다더라"며 한결 같이 지지를 보내는 부인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해고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바로 김재철 사장"이라며 "꼭 승리해 다시 일터로 돌아가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박성호 기자회장은 "징계의 칼날에 꺾이지 않고 의연하게 헤쳐 나가겠다"며 시청자들에게 "끝까지 응원을 부탁드린다"는 말을 전했다.

양동암 "징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을 것"

박성호 기자회장과 함께 제작거부를 주도했던 양동암 영상기자회장 역시 담담한 모습이었다.

29일 오후 여의도 MBC에서 만난 양동암 회장은 "회사에서 '기자들이 인사권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이해할 수 없다"며 사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MBC는 공영방송"이라며 "공영방송이라는 특수성상, 공정한 보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구성원들이 나서서 의견을 밝힐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징계인사위원회의 통보 이후, 양동암 회장의 스마트폰에는 메시지가 쇄도하고 있었다. 모두 그를 응원한다는 내용의 메시지였다. 또한 두 사람에 대한 징계 통보 이후, 기자회는 총회를 열어 대책을 의논했다. 논설위원실에서도 이 같은 소식을 접하고 급히 회의를 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동암 회장은 "(동료들로부터) 응원을 많이 받고 있다"며 "'징계'라고 하지만, 나는 이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일을 잘 하고 있다는 칭찬으로 받아들이겠다"며 끝까지 동료들과 함께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한편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청계광장에서는 MBC 노동조합의 주최로 촛불문화제 <촛불이 빛나는 밤에>가 열리고 있다. 이날은 배우 정찬, 밴드 크라잉넛, 바비빌 등을 비롯해 신경민 전 MBC 앵커(현 민주통합당 대변인)과 이근행 전 MBC 노조위원장,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해 파업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힐 예정이다.

MBC가 파업의 시발점이 된 기자들의 제작거부를 이끈 박성호 기자회장·양동암 영상기자회장에게 해고·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기자회장에 대한 해고 조치는 MBC 창사 이래 전례가 없는 일이다.

29일 오전 MBC는 징계인사위원회를 열고 두 기자에 대한 징계 처분을 확정했다. 김재철 사장은 징계인사위원회의 보고를 받고 이날 오후 이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MBC 노동조합은 "해고의 칼부림은 종결을 앞당길 뿐이다"라며 크게 반발했다. MBC 노동조합은 긴급 성명을 통해 "이들을 해고한 것은 우리 모두를 해고한 것"이라며 "이들은 오직 MBC만을 생각하는 구성원들의 충정을 듣고, 이들의 결정을 따랐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우리를 일터에서 떠나도록 부추긴 사람은 다름 아닌 공정방송을 붕괴시키고 조직문화를 망쳐놓은 김재철 사장 본인이다"라며 "MBC에서 가장 먼저 해고당해야 마땅한 이는 김재철 사장 바로 당신이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파업에 참가하지 않고 있는 이들에게도 "일말의 양심이 남아 있다면 이제 결단해야 할 때"라며 결단을 촉구한 이들은 마지막으로 "당신들의 칼부림은 우리를 더욱 치열하고 강하게 할 뿐이다. 김재철 사장 퇴진의 그날을 스스로 앞당기고 있음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한편 MBC는 오는 5일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였던 최일구 앵커를 비롯해 김세용 앵커, 김정근 아나운서 등 8명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앞서 MBC 노동조합은 29일 발행한 총파업특보를 통해 "모두 인사위원회 참가를 거부하기로 했다"며 "중징계와 고소로 파업 열기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1신 : 29일 오후 4시 45분]
MBC, 박성호 기자회장 해고

 지난 1월 9일까지 MBC <뉴스투데이>를 진행한 박성호 기자(왼쪽).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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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파업의 시발점이 된 기자들의 제작거부를 이끈 박성호 기자회장·양동암 영상기자회장에게 해고·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29일 오전 MBC는 징계인사위원회를 열고 두 기자에 대한 징계 처분을 확정했다. 김재철 사장은 징계인사위원회의 보고를 받고 이날 오후 이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1월 MBC로부터 '사내 질서 문란'을 이유로 인사위원회에 출석할 것을 요구받았으나, 거부한 바 있다. 또한 박성호 기자회장은 기자회의 투표 결과가 공개되자 자신이 진행하던 평일 <뉴스투데이> 앵커직에서 물러날 것을 통보받기도 했다.

박성호 양동암 MBC 파업 김재철 제대로 뉴스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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