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YG의 독특한 행보와는 반대로 YG가 방송사의 요구와 입장을 잘 따른다면? 방송사와의 유대 관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더 수월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편한 생각이 듭니다만, YG가 이 모든 것들을 잘 알면서도 힘들 길을 선택하는 이유는 많이 보여서 성공하는 프로모션이 있는 반면 아끼고 잘 다듬어서 그 가치를 더욱 인정받는 프로모션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양현석 사장의 선택은 결국 가시밭길이 되어버린 걸까?

2010년 12월,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는 KBS와의 불화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YG 공식블로그에 'YG가 방송을 자제하려는 이유?'란 제목으로 올린 글의 일부다. 이 글에서 양 대표는 "YG의 더 큰 고민은 가수들에게 다음 무대를 위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전혀 배려하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방송출연을 위해 소속 가수들에 대한 배려를 잃는 '소탐대실'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사단이 났다.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왔던 KBS 2TV <연예가중계>가 26일 '빅뱅 컴백, 용서받은 복귀인가'란 꼭지를 통해 빅뱅과 YG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팬들은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보도라고 즉각 반발하고 있고, 왜곡보도가 아니냐는 일부 언론의 문제 제기 또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YG는 공영방송 KBS와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 왔던 것일까.

 25일 방송된 <연예가중계>의 한 장면

25일 방송된 <연예가중계>의 한 장면 ⓒ KBS


<연예가중계>는 YG와 KBS 불편한 관계 '인증샷'?

"우리 콘텐츠가 아무리 인기를 얻는다 해도 사실 일개 기획사에 불과하다. 거대 공영방송과 불편한 관계를 갖는다면 우리만 손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양 대표는 2011년 3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KBS와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하지만 그 손해는 결국 29일 미니앨범을 발매와 함께, 3월 2일 사흘간의 단독콘서트와 3월 11일 SBS <인기가요>를 통해 컴백 무대를 갖는 빅뱅에게 불똥이 튀게 됐다. 

잘 알려진 대로 YG 엔터테인먼트와 KBS는 수년 째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 오고 있는 상태다. 2010년 컴백 당시 YG는 빅뱅의 <뮤직뱅크> 출연 분량을 놓고 KBS와 마찰을 빚었으며, 그해 KBS 연말 시상식에 불참했다.

<연예가중계>가 그간 YG와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이례적인 15분의 리포트로 빅뱅과 YG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연예가중계>는 자사 방송문화연구소의 설문조사, 비전문가들과 대성 교통사고 사망자의 어머니와의 인터뷰를 통해 빅뱅의 컴백시기와 더불어 대성의 사과와 지드래곤의 대마 흡연 혐의에 대해 의혹을 증폭시켰다.

컴백 시점에 맞춰 이미 법적으로 마무리 된 사안에 대해 주관적이고 윤리적인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연예가중계> 제작진은 "의도적으로 YG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 SM, JYP 등 연예계 전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힐링캠프>에 출연한 빅뱅 대성과 지드래곤

<힐링캠프>에 출연한 빅뱅 대성과 지드래곤 ⓒ SBS


방송사와 기획사 간의 힘겨루기, 길들이기에 승자는 없다

YG의 팬들을 비롯해 일각에서는 <연예가중계>의 이번 이례적인 빅뱅 관련 탐사보도(?)가 거대 방송사의 소속사 길들이기 측면의 연장선상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불편한 관계의 KBS와 달리, SBS는 20일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를 시작으로 3월 중 <강심장> 'YG 특집'이 예정돼 있고, 또 빅뱅의 첫 방송 무대 또한 <인기가요>를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그간 <강심장>을 비롯해 <절친노트> 등 꾸준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던 SBS와의 밀월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방송국과 거대 기획사와의 힘겨루기는 KBS와 빅뱅 만의 예는 아니었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는 2009년 Mnet이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이하 MAMA)에 JYJ를 출연시킨 데 대해 불만을 품고, 2년간 MAMA에 불참시킨 것을 비롯해 <엠카운트다운> 등의 프로그램까지 보이콧 했다. 결국 작년 CJ E&M이 출범하면서 Mnet과 SM과의 갈등이 무마된 이후에야 비로소 소녀시대를 비롯한 SM 가수들이 MAMA에 출연할 수 있었다.

방송국이냐 기획사냐. 공룡의 힘겨루기에는 승자도 패자도 있을 수 없다.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에서 만날 수 없는 JYJ 또한 개인 연기활동으로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다. 방송국 내에도 예능국과 드라마국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개별 방송국으로 확장해 보자. 마찬가지로 YG와 빅뱅의 경우, KBS를 버리고 SBS와 MBC를 파트너로 선택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다매체 시대를 맞아 케이블도 생겼고, 이제는 종합편성채널(종편)까지 출범해 버렸다. 일각에서 <연예가중계>의 '빅뱅 논란' 보도가 이런 위기의식과 괘씸죄 적용의 시기에 맞아떨어진 것이 아니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결국 피해는 팬과 시청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자사의 입장과 입맛에 맞게 변용된 띄어주기와 죽이기 방송은 재미도, 공정성도 획득할 수 없다. 이를 입증한 예가 바로 빅뱅 출연으로 논란의 도마에 오른 <힐링캠프>와 <연예가중계>였다. 논란은 결코 방송사나 기획사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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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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