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빠릅니다. 상암동에 온 지도 벌써 4년이 지났습니다. 2007년 크리스마스에 <오마이뉴스>가 이 곳으로 이사왔거든요. 더 정확히는 상암동 DMC(디지털미디어시티) 누리꿈스퀘어, 처음 여기 왔을 때만 해도 주위가 거의 '황무지' 수준이었습니다.

이제는 큰 회사들이 하나 둘 옮겨오면서 제법 '디지털미디어시티' 모양이 갖춰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출퇴근을 거듭하며 주위 변화를 어느 정도 꿸 수 있게 됐습니다. 그 변화가 잘 보이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누리꿈스퀘어 18층 야외 휴식 공간이랍니다.

멀리 북한산 국립공원도 보입니다. 건물 측에서 친절하게도 보현봉, 향로봉, 용혈봉 등 북한산 안내도도 설치해놨는데요. 아래 사진, 우뚝 서 있는 타워 크레인 보이시죠? MBC 신사옥 건설 현장 장비입니다. 18층에서 바람 한 번 쐴 때마다, 공사 진행상황을 본의 아니게 '감독'할 수 있는 셈이죠.

 회사 건물 18층에서는 멀리 북한산 국립공원이 보입니다

회사 건물 18층에서는 멀리 북한산 국립공원이 보입니다 ⓒ 이정환


 18층에서 내려다 본 MBC 신사옥 공사 현장

18층에서 내려다 본 MBC 신사옥 공사 현장 ⓒ 이정환


응? MBC 신사옥 현장 대형걸개...'通 MBC. 통통!'

아마 작년 언젠가부터 공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을 겁니다. 몇 년 동안 놀리는 '공터'를 바라보며 무지 아깝다는 생각도 하곤 했었는데, 어느새 철골 구조물들이 '턱턱' 세워지더군요. 그런데 오늘 다시 보니까 하얀 바탕에 뭐라 써놓은 대형 걸개가 눈에 띄더군요.

'通 MBC. 통통! 대한민국. 당신과 나를 이어주는 소통'. 아하, MBC가 올해 진행하는 연중 기획 제목이군요. 그런데 저렇게 공사 현장에 붙여 놓은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현장이 모두 공사 펜스로 둘러 쌓여 있는 터라, 2층 높이에 부착된 걸개가 잘 보이지 않을 것임에 분명하거든요.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잘 통하라는 건지, 어쨌든 노조가 총파업 중인 지금, '통(通)'이란 저 글자, 참 씁쓸하게 눈에 박힙니다. 닥.치.시.고! 공영방송, 정론, 그리고 이를 바라는 국민과 좀 통하자, MBC! 속으로 내뱉은 말입니다.

 MBC 신사옥 공사 현장에 붙어 있는 2012 연중기획 걸개

MBC 신사옥 공사 현장에 붙어 있는 2012 연중기획 걸개 ⓒ 이정환


SBS는 우뚝? MBC는 아직, 어째 모양새가 요즘과 닮았네

그리고 오른쪽으로 약 15도 정도 고개를 돌리면, 그곳에 SBS 미디어센터가 서 있습니다. MBC 쪽과는 달리 공사가 많이 진척돼서, 외양은 이미 어느 정도 '완성형'입니다. 다만 직사각형, 이건 뭐, 물론 개인차가 있겠습니다만, 주위 건물들과 비교하면, 참 '뻔대가리' 없게 올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그래도 '포장'은 번쩍번쩍합니다. 18층에서 두 현장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도 그래서 지금 양 방송사 상황과 참 닮았다는 것입니다. 이 정권 들어 SBS 잘 나가잖아요, 반대로 MBC는 이건 뭐... 아, 참 SBS 미디어센터 시공업자는 태영건설입니다. SBS와 어떤 관계인지 굳이 말씀 안 드려도 되겠지요?

내친 김에, 아예 다른 미디어 건물들도 돌아볼까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습니다. 누리꿈스퀘어 맞은 편,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은 CJ E&M 센터입니다. 2010년 완공된 걸로 기억합니다. CJ E&M, CJ CGV 등이 있어, 덕분에 말로만 듣던 '오빠 부대'도 심심찮게 볼 수 있게 됐지요.

좀 걸어볼까요? 그 다음 눈에 띄는 건물, 아니 현장은 YTN 미디어센터입니다. SBS 미디어센터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시공자는 서희건설. 연면적 60,821,38㎡(18,398.38평) 규모입니다. 작년 4월 기공식은 마쳤다는데, 외견상으로는 공사가 많이 진행되지 않은 듯 보입니다.

 회사 건물 18층에서 내려다 본 SBS 미디어센터

회사 건물 18층에서 내려다 본 SBS 미디어센터 ⓒ 이정환


 SBS 미디어센터와 비교되는 외양을 갖춘 CJ E&M 센터

SBS 미디어센터와 비교되는 외양을 갖춘 CJ E&M 센터 ⓒ 이정환


그리고 뜻밖의 건축주, '고려대학교'

그리고 YTN 미디어센터 바로 옆에 또, 짠∼,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 현장이 나타납니다. 이곳도 MBC처럼 오랫동안 '공터'로 있었는데, 작년 말부터 터파기 공사를 시작하더군요. 연면적 97,772,18㎡(29,576평), YTN 신사옥보다 더 큰 규모임을 알 수 있죠?

한국 미디어산업의 핵심이 될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 신축 공사 기공식이 7일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서 열렸다. DDMC는 동아미디어그룹, LG CNS, KT 스카이라이프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짓는 총면적 9만7772㎡, 지하 6층, 지상 19층 규모의 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으로 대우건설이 시공한다. (2011년 12월 8일자 동아일보)

그런데 말입니다. 공사 현장에서는 위 <동아일보> 기사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또 다른 건축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주 '의외'의 건축주가 등장하거든요.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 신축공사 개요'를 살펴보실까요.

일단 동아일보·동아닷컴·디유넷(온라인교육업체)·동아사이언스·스포츠동아, 이상 건축주는 모두 <동아> '직속 계열'사들입니다. <동아> 보도처럼 KT 스카이라이프, LG CNS도 나타납니다. LG CNS? 내심 뭔가 걸립니다만, 일단 패스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응?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 공사 현장, 요즘 터파기가 한창입니다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 공사 현장, 요즘 터파기가 한창입니다 ⓒ 이정환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 신축공사 개요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 신축공사 개요 ⓒ 이정환


DDMC 핵심이 <채널A>, 그러니 고려중앙학원도 참...

예, 무슨 학원 이름이 아니죠. 고려대학교의 고려중앙학원, 맞습니다. 고려대와 <동아일보>의 특수관계, 대부분 아시겠습니다만, 그냥 간단하게,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이 현 고려중앙학원 이사입니다. 최맹호 <동아일보> 부사장도 고려중앙학원 이사입니다.

그러니 궁금합니다. 왜 <동아일보>는 DDMC 기공식 보도에서, 하필, 고려중앙학원만 쏙 빼놨을까요. 고려대와 <동아일보>의 특수관계 노출을 어쨌든 피하자는 의도였을까요? 아니면 학교법인을 DDMC 건축주로 소개하기에는 아무래도 좀 어색해서? '고거' 참.

그 이유, 정확히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만, 요거 하나는 짚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려대학교 입장에서는 <채널A>가 참...걱정되겠다는 것. 왜냐하면 DDMC는 <채널A>의 성공 여부와 직결된 곳이거든요. 2010년 4월 1일자 <동아일보> 90주년 기념 보도가 그렇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동아미디어그룹이)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선 유비쿼터스(ubiquitous) 미디어로 거듭나기 위해 방송은 필수 인프라입니다. 방송 사업을 위해 최근 수년간 인력과 기술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3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들어서는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는 최첨단 방송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2011년 12월 8일자 <동아일보>. 기공식 보도에서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 컨소시엄을 소개하고 있지만 고려중앙학원은 나타나지 않는다

2011년 12월 8일자 <동아일보>. 기공식 보도에서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 컨소시엄을 소개하고 있지만 고려중앙학원은 나타나지 않는다 ⓒ 동아일보 PDF


김재호 이사님이 <채널A> 회장님이시니...

결국 <채널A>가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의 핵심인 셈인데... 지금 종편 시청률 '신화' 아시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2014년 8월 31일에나 끝날 DDMC 공사(현장 개요에 따름)에 어떤 뜻밖의 변수가 생길지, 또 그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을지, 고려중앙학원으로서는 내심 초조하지 않을까요.

그러니 <동아일보> 못지 않게 <채널A>를 참 걱정할 것 같습니다. 고려대학교, 고려대 의료원, 고려대 안암병원, 고려대 구로병원, 고려대 안산병원, 고려대 사이버대학교, 중앙중학교, 중앙고등학교, 고려대부속중학교, 고려대부속고등학교 등이 말입니다. 게다가 김재호 이사님이, 또 <채널A> 회장님 아닙니까.

 고려대학교 홍보책자 PDF

고려대학교 홍보책자 PDF ⓒ 고려대학교


고려대 동아일보 채널A 김재호 D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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