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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5일 저녁 북아현뉴타운 지역에서는 세 달째 노숙투쟁 중인 상가세입자 이씨 부부의 농성을 지원하는 정당 시민단체의 촛불행진 행사가 열렸다.
 지난 2월 15일 저녁 북아현뉴타운 지역에서는 세 달째 노숙투쟁 중인 상가세입자 이씨 부부의 농성을 지원하는 정당 시민단체의 촛불행진 행사가 열렸다.
ⓒ 전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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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8시, 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 뉴타운 1-3구역에서는 3개월째 천막농성중인 상가세입자 이씨 부부의 농성을 지원하고 알리기 위한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촛불 가두행진이 있었다.

지역 정당과 시민단체 활동가들 20여명은 촛불과 북아현뉴타운 상가세입자 농성장에 붙어있던 펼침막 중 한 개를 들고, 한 시간 반 동안 노래를 하거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농성장에서 추계예대 입구 근처까지, 다시 농성장을 지나 아현역까지 행진한 후 농성장으로 돌아왔다.

이날 행사에는 지난 7주 동안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두 시간동안 농성장을 방문해 기도모임을 진행해 온 '혁명기도원' 회원들과 사회당 서울시당, 진보신당 등이 참여했다.

여정훈(29) 혁명기도원 원장은 "민중신학 책읽기 모임에서 시작된 혁명기도원 모임은 2011년 고려대에서 연 노동절 전야제에서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처음 만들어졌으며, 이후 한진중공업 등의 투쟁현장에서 연대를 해 왔다"고 소개했다.

여 원장은 북아현뉴타운 상가세입자 투쟁에 함께 하게 된 연유를 묻자 "작년 명동마리 철거현장에서 12주 정도 연대 후, 향린교회에서 그곳의 수요예배를 드리게 되자, 현대차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했다"며 "그 문제가 해결된 후 아현동에 살고 있는 회원의 제안으로 북아현뉴타운 상가세입자를 지원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여 원장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문제를 알리고, 조속히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촛불행진의 목표다"라고 덧붙였다.

또, 진보신당 서대문 당원협의회의 정성만(33) 사무국장은 "북아현 상가세입자 이씨의 가게가 명도를 당하고, 굴착기가 부순 벽에 부인 박씨가 깔려 사고를 당했을 때 연락을 받았다"며 "북아현뉴타운 1-3 상가세입자 분들이 서대문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도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주 전부터 정당과 시민단체들이 참여해 대책위 준비위원회가 만들어졌고 다음 주에는 또 다른 촛불집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회당 서울시당의 김성일(34) 연대사업국장은 "혁명기도원 회원들과 함께, 명동철거민 투쟁, 현대차 성폭력 피해자 지원 등에 함께 해왔다"며 "북아현뉴타운 상가세입자 문제가 언론에 많이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큰 힘을 받지 못하고 있어 연대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 사업국장은 "북아현뉴타운 상가세입자 투쟁은 점거된 공간이 없어 힘들지만, 투쟁 주체가 지치지 않게 힘을 북돋아주고, 많은 사람들과 단체들이 연대하게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부모님과 외출을 나왔다가 거리에서 젊은 형님들의 거리행진을 지켜본 황지민(9·추계초)군은 "처음에는 형들의 낯선 모습에 '도둑'인 줄 알았다"며 웃었다. 곱창집 부부의 사연을 소개하자, "아줌마 아저씨의 가게가 다시 살아났으면 한다"고 소망을 밝혔다.

박군은 2년 전 5월에 엄마 아빠와 함께 '미꾸라지'를 먹으러 그 가게에 갔던 것을 기억해 냈다. 박군은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데, 부동산이 생겨나고, 갑자기 모르는 사이에 (가게 앞에) 뭐가 다닥다닥 쳐져서, '맛있었는데 왜 닫았지?'하며 궁금해 했었다"며 "'손님이 없어서 그랬나, 아니면 너무 힘들어서 그랬나?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농성중인 상가세입자 이씨는 "어제 철거업체가 농성장 뒤편 건물 두 채를 한꺼번에 없애고, 가게가 있던 건물마저 부수려 한 것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서 밤에는 작은 소리에도 깜짝 깜짝 놀라며 잠을 설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씨는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 연대를 하러 달려온 젊은이들에게 한 없이 고마움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참가자 대부분이 기독교인이었던 이날 촛불행사는 일반적인 집회형식을 벗어나 기독교 노래를 부르면서 행진을 했고, 사이사이에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들은 그동안 농성장 투쟁에 대해 주민들에게 정기적인 유인물을 만들어 배포하지는 않았지만, 거리행진을 지켜본 대부분의 주민들은 농성장 투쟁에 대해 알고 있었고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이날 촛불행진은 지난해 11월 11일 상가세입자 박씨가 자신의 가게에서 철거업체가 부순 벽에 깔려 다리에 대못이 박히는 사고를 당한 후, 11월 22일에 상가세입자 대책위가 연 첫 촛불집회 이후 세 달 만에 열린 두 번째 행사였다.


태그:#재개발, #뉴타운, #세입자, #북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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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동네의 성미산이 벌목되는 것을 목격하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이주노동자방송국 설립에 참여한 후 3년간 이주노동자 관련 기사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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