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기 전에 봐야 할 걸?" 영화 <파파>를 두고 하고 싶은 말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간만에 두고두고 볼만한 가족영화라는 것. 그리고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화두를 제법 진지하고 진정성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다.

우선 <파파>가 지닌 태생적 특징부터 언급해야겠다. 필연적으로 영화는 가족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어린 아이와 철없는 어른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예상 가능한 드라마다.

그러니까 넓디넓은 미국 땅을 무대로 도망간 자신의 담당 가수를 쫓는 전직 매니저와 미국 사회에 부적응한 어린 소녀의 만남에서, 각자 부모에게 버림받은 어린 아이들과의 만남에서 나올 수 있는 얘기는 제한적이란 말이다. 장르적으로 봤을 때도 분명한 틀을 가질 수밖에 없는 영화다.

<파파> 기존 가족 영화보다 조금은 더 특별하다

관객들의 눈물을 자극하는 신파적 요소도 같은 이유로 예상 가능했다. 웃음과 함께 짠한 감동을 준다는 건 대중의 취향에 부합하기에 많은 장르 영화에서 안전한 장치로 사용하곤 했다. 그렇기에 한편으론 신파적이란 이유로 작품성면에선 다소 점수를 깎이기 일쑤였다.
  
신파라지만 <파파>를 통해 느껴지는 감동의 농도는 짙은 편이다. 이것은 드라마 전반에 흐르는 진정성의 힘이 아닐까 한다. 진정성은 바로 서로 다른 인종의 6남매와 '파파' 박용우의 유기적인 조화에서 비롯된다.

그 조화는 바로 우리에게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 다문화 가족 말이다.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민자들의 삶을 생각해보자. 영화 속 아이들의 갈등과 고민이 바로 그들의 현재임을 가늠하게 한다.

다문화 가족에 대한 묘사, <완득이>보다 진정성 있었다

2010 통계청 자료로 우리나라 국제결혼 커플의 비율은 10.5%. 이 수치는 빠르게 늘어 최근엔 9쌍 중 1쌍이 국제결혼으로 맺어진 커플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을 제대로 바라보고 다루는 문화 콘텐츠는 아직 걸음마 수준인 상황. <파파>의 존재는 그렇기에 특별하다.

북미와 남미대륙, 아시아까지. 다양한 출신성분으로 구성된 이 6남매를 보라. 서툴게나마 동생들을 보듬으려는 둘째, 가족과 좀처럼 어울리지 못하는 셋째, 자기들끼리만 즐거운 쌍둥이 넷째와 다섯째, 한없이 귀여운 막내까지. 그들이 소통하는 방식을 영화 배경인 미국에서 한국으로 가져와 보면 기름처럼 부유하는 이민자 가족과 상당 부분 일치함을 알 수 있다.   

물론 영화에선 이들이 고아로 설정이 돼 더욱 극적 느낌으로 다가올 수는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지 타자화 돼 있고 낯선 시선의 대상일 법 한 다문화 가족들의 단상이다.

그래서 어쩌면 다문화 관련 영화로 알려진 <완득이>보다 더 진정성 있어 보인다. <완득이>가 다문화 가정을 하나의 영화 소재로 툭 건드리듯 다뤘다면 <파파>는 다문화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를 향해 알아가고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을 제법 충실히 다뤘기 때문이다.

땀내 나는 연예가 실상...웃기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다문화 가족과 함께 <파파>는 우리나라 연예계 시스템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전직 매니저 춘섭(박용우 분)이 6남매 중 첫째이자 가장 역할을 하는 준(고아라 분)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를 캐어하는 방식은 다소 아날로그적이면서 매우 디테일하다.

일전에 박용우는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 중 "특정 매니저는 아니지만 그들 사이 공통의 정서를 뽑으려 했다"고 말한 바 있다. 20년 가까이 돼가는 연기경력에 그 역시 다양한 매니저를 만났을 터. 방식은 다양하지만 스타를 만들려는 매니저들의 정서는 그의 말대로 같을 것이다.
  
그렇기에 춘섭이 자신을 떠난 전 스타를 끈질기게 쫓기 위해 미국에 왔다는 설정부터가 극 사실적이다. 준에게 목숨이라도 바칠듯 세밀하게 챙겨주는 춘섭도, 춘섭의 약점을 이용해 준과 불공정 계약을 하려는 엔터테인먼트 대표 도 사장(손병호 분)의 흑심도 한국 연예계에 엄연히 존재하는 어두운 면이다. 마냥 웃고 넘길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현실에 비교적 충실한 진단과 웃음의 적절한 조화

<파파>가 의도한바 웃음과 눈물은 충분히 예상 가능이다. 다시 말하지만 분명 신파적 요소가 있다. 하지만 영화를 통한 감정의 부침이 전혀 불쾌하지 않다. 억지 눈물과 웃음을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시안, 아메리칸, 이슬람 그리고 히스패닉까지. 이 컬러풀한 조합이 만드는 감동은 영화 상영 시간인 두 시간이 지난 이후 더욱 잔잔하게 남는다. 결코 과자를 씹고 콜라를 마시며  즐기고 마는 팝콘 무비는 아닌 셈이다.

고아라 박용우 파파 다문화가족 완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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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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