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MBC 김재철 사장의 연례 업무보고가 예정된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앞에서 총파업중인 MBC노조원들이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1일 오후 MBC 김재철 사장의 연례 업무보고가 예정된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앞에서 총파업중인 MBC노조원들이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와아아아아~"

1일 서울의 기온은 영하 10도 안팎을 오갔다. 여기에 칼바람까지 더해져 문자 그대로 '살을 에는 추위'였다. 이 가운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건물 앞에선 난데없는 함성이 터졌다. 30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MBC 노동조합원들이 내는 소리였다.

영하 10도 안팎 날씨...400여명이 방문진 앞을 가득 메웠다

1일 오후 3시는 김재철 사장이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에 출석해 이사진들 앞에서 업무보고를 하기로 예정된 시각이었다. 이에 앞서 오후 2시 30분경 MBC 노동조합 조합원 400여명이 방문진 건물 앞에 모였다.

먼저 노조 집행부가 방문진을 찾아 노조가 조합원과 언론학자를 대상으로 각각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및 노조의 의견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정영하 노조위원장은 "노조의 의견을 담아 MBC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대해 전달하러 왔다"며 "공영방송 MBC가 완전히 몰락해 있다, 방문진이 지켜줘야 한다"는 뜻을 함께 전했다.

 1일 오후 MBC 김재철 사장의 연례 업무보고가 예정된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사무실에 총파업중인 MBC노조 정영하 위원장(왼쪽)을 비롯한 집행부가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방문했다.

1일 오후 MBC 김재철 사장의 연례 업무보고가 예정된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사무실에 총파업중인 MBC노조 정영하 위원장(왼쪽)을 비롯한 집행부가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방문했다. ⓒ 권우성


이어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시작은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의 지지 발언이었다. 박 대표는 "파업을 하면 비판적인 여론도 있게 마련인데, 이번엔 대부분의 시청자가 지지하고 있다"며 "이 투쟁이 MBC를 다시 살려낼 것이라 확신한다"고 운을 뗐다.

박 대표는 "MBC의 막강했던 프로그램이 무너졌고, 보도 부문은 개판이 됐다"며 김재철 사장하의 MBC를 평가했다. 이어 그는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까워졌다는 뜻이고, 추위가 더해갈 수록 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MBC 노동조합의 파업을) 시민사회단체는 열렬히 지지할 것"이라고 연대의 뜻을 밝혔다.

기자회견 도중 조합원들은 "MBC가 무너졌다, 김재철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방문진 이사들이 조합원들 틈을 지나 건물로 들어갈 때에는 간헐적으로 "도와주십시오"라는 말도 들려왔다.

정영하 노조위원장, 방문진과 여권에 쓴소리 남겨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MBC노조원들이 1일 오후 김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연례 업무보고가 예정된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사무실에 기자회견문을 전달하기 위해 방문했다.?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MBC노조원들이 1일 오후 김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연례 업무보고가 예정된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사무실에 기자회견문을 전달하기 위해 방문했다.? ⓒ 권우성


이어 정영하 노조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정 위원장은 "우리가 선전 도구가 아니며, 구성원들이 그런 방송은 하지 못하겠다고 밥그릇을 던진 것이 이번 파업"이라며 방문진과 여권을 향해 매서운 비판을 이어갔다.

정 위원장은 먼저 방문진을 향해 "방문진은 병풍같은 존재여야 한다"며 "정권으로부터 내려오는 외압을 막으라는 국민의 염원을 받들어 (MBC의) 대주주가 된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동안은 나름의 역할을 해 왔으나, MB정권에 들어서 무너졌다"며 "여당 성향의 인사가 친여방송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여권인 한나라당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그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년 간의 MB정권의 잘못을 쇄신중이나, 단 한군데는 쇄신하고 있지 않다"며 "그것은 언론이다"라고 지적했다.

 1일 오후 MBC 김재철 사장의 연례 업무보고가 예정된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앞에서 문지애 아나운서(오른쪽)를 비롯한 총파업중인 MBC노조원들이 "김재철 퇴진!" 구호가 적힌 마스크를 쓴 채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1일 오후 MBC 김재철 사장의 연례 업무보고가 예정된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앞에서 문지애 아나운서(오른쪽)를 비롯한 총파업중인 MBC노조원들이 "김재철 퇴진!" 구호가 적힌 마스크를 쓴 채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정영하 위원장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사퇴 역시 명분은 측근 비리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었지만, 사퇴의 첫 번째 이유가 언론장악이라는 것은 국민이 안다"며 "한나라당은 총선을 의식해 '눈 가리고 아웅'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마지막으로 정 위원장은 "나라 걱정을 한다면, 한나라당은 제대로 쇄신해야 한다"며 "당신들의 손으로 하지 않으면 우리 손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MBC 노동조합은 "김재철 MBC 사장은 공영방송을 위해 퇴진해야 한다"는 요지의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후 여의도 MBC 사옥으로 돌아갔다. 

한편 파업 4일째를 맞는 2일에는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 등이 파업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또한 같은 날 인디밴드 브로콜리 너마저가 방문해 지지의 뜻을 담은 공연을 펼친다. 이후에도 MBC 노동조합은 시내를 찾아 직접 시민들을 만날 계획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오후 MBC 김재철 사장의 연례 업무보고가 예정된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앞에서 총파업중인 MBC노조원들이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1일 오후 MBC 김재철 사장의 연례 업무보고가 예정된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앞에서 총파업중인 MBC노조원들이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MBC 노동조합이 1일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
"김재철 사장은 MBC를 위해 퇴진해야 합니다."

MBC 노동조합은 지난 30일자로 총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총파업의 목적은 공영방송 MBC를 정상화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MBC를 망가뜨린 김재철 사장의 퇴진이 이뤄져야 합니다.

김재철 사장이 2년 전 청와대의 낙하산 사장으로 투입된 뒤 MBC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을 잃고 한없이 추락했습니다. 보도 부문의 핵심 요직은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물들로 대체하고, 바른 말 하는 기자들을 한직으로 내쫓아 뉴스를 장악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성역 없는 비판을 해온 <뉴스후>는 폐지되었고, <백분토론>은 자정 이후 시간대로 밀려났습니다. MBC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인 <PD수첩> 역시 솎아내기 인사와 아이템 검열로 무력화 되었습니다.

그 결과 MBC는 시청자들의 조롱과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했습니다. 그나마 MBC에 일말의 기대를 갖고 있는 국민과 시청자들은 지금 MBC를 향해 외치고 있습니다. "마봉춘, 제발 돌아와 줘요." MBC 기자와 PD, 아나운서, 경영직, 엔지니어, 영상미술 등 모든 구성원들은 국민과 시청자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2008년 저희 MBC 노동조합은 1999년 이후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을 했습니다. 미디어법 파동을 계기로 이후 두 번 연속 추가 파업을 했습니다. 2009년 보도 부문 기자들은 신경민 전 앵커의 경질에 항의하며 제작거부를 해 당시 보도국장을 몰아내기도 했습니다. 2010년 김재철 낙하산 사장이 투입되면서 이에 반대하는 39일 간의 긴 파업이 이어졌습니다. 작년에는 회사측의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에 저항해 또 다른 파업을 준비했습니다. 시사교양국과 라디오본부 PD들의 저항도 줄기차게 이어졌습니다.

정말 길고 긴 시간이었습니다. MBC는 이제 또 다시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이후 벌써 5번째 파업입니다. 저희들이 가는 이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기약도 없습니다. 이번 파업이 끝나면 이기든 지든 저희에게도 깊은 생채기가 날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여기서 끝내고 싶습니다. 질기고 질긴 싸움의 끝을 여기서 보고 싶습니다. MBC 노동조합이 공정방송을 위한 투쟁의 기치를 앞으로 더 들지 않아도 될 반석 위에 MBC가 당당히 올라섰으면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MBC에 들어오는 후배들은 더 이상 이 질곡의 역사를 겪지 않았으면 합니다. 앞으로 MBC 후배들은 더 이상 이 후진적인 투쟁을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김재철 사장은 공영방송 MBC를 위해 퇴진해야 합니다.

2012년 2월 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서울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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