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의 백핸드 스트로크 사진을 내걸고 경기 결과를 알리고 있는 대회 누리집(australianopen.com) 첫 화면

조코비치의 백핸드 스트로크 사진을 내걸고 경기 결과를 알리고 있는 대회 누리집(australianopen.com) 첫 화면 ⓒ australianopen.com


역시 테니스 코트에서 시드를 배정하는 것은 헛된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2012년 첫 메이저 대회 남자단식 대진표는 경기 결과를 함부로 예측하지 못하게 짜여진 듯하다. 1번부터 4번까지만 준결승에 올라온 것만 봐도 그렇다. 1번 시드를 받은 디펜딩 챔피언 노박 조코비치가 준결승행 막차를 탔다.

현존하는 최고의 남자테니스 스타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는 우리 시각으로 25일 저녁 호주 멜버른 파크에 있는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2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8강 토너먼트 다비드 페레르(5번 시드, 에스파냐)와의 맞대결에서 3-0(6-4, 7-6, 6-1]으로 완승을 거두고 준결승에 올랐다.

조코비치의 준결승 상대는 돌풍의 주역 니시코리(24번 시드, 일본)를 가볍게 물리치고 올라온 앤디 머리(4번 시드)로 결정되었다. 이로써 금요일에 벌어지는 남자단식 두번째 준결승전은 지난 해 결승전을 되감기한 것처럼 열리게 생겼다.

승부의 갈림길, 조코비치 먼저 웃다

두 선수는 좀처럼 네트 앞으로 달려가 모험을 먼저 걸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서른 개가 훨씬 넘는 랠리가 거듭되곤 했다. 결국은 누가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저지르냐에 따라 승부의 갈림길이 생겼다.

첫 세트 다섯 번째 게임, 조코비치는 놀라운 포핸드 크로스로 상대의 서브 게임을 따냈다. 보는 이들이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눈 깜짝할 사이에 네트를 넘어 반대쪽 구석을 찌르는 공이었기에 발 빠른 페레르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 경기 첫번째 승부의 갈림길이 생겼다.

첫 세트 열번째 게임,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 첫 번째 듀스에서 34개의 랠리가 이어졌다. 조코비치는 페레르보다 약 10미터 많은 85.8미터를 좌우로 뛰어다니다보니 먼저 지쳤다. 이에 조코비치는 브레이크 포인트에 몰렸지만 옆줄을 따라 뻗어나가는 날카로운 스트로크로 위기를 모면했다. 곧바로 몸을 돌리며 후려치는 멋진 포핸드 스트로크를 오른쪽 구석에 떨어뜨렸다. 58분이 걸린 첫 세트의 주인은 활짝 웃는 조코비치의 얼굴에 써 있었다.

두 번째 세트 첫 포인트는 조코비치의 멋진 백핸드 기술이 빛났다. 페레르가 방향을 예측하고 달려갔지만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곳에 절묘하게 떨어지고 말았다. 상대를 더 많이 전후좌우로 뛰어다니게 만드는 기술은 아무나 구사할 수 없다는 것을 조코비치의 미소가 말해주고 있었다.

딱 10분만에 또 하나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조코비치가 챙겼다. 하지만 지난 해에 이어 다시 한 번 준결승 진출을 노리는 페레르의 반격 또한 만만치 않았다. 샷 실수를 줄이며 차근차근 따라붙은 페레르는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을 하나 따내며 3-2로 흐름을 뒤집었다.

페레르는 그것도 모자라 조코비치가 서브권을 쥔 여섯 번째 게임에서도 끈질긴 스트로크 싸움을 걸어 상대를 괴롭혔다. 하지만 조코비치의 훌륭한 포핸드 크로스는 결정적일 때마다 빛났다.

두 번째 세트에만 흘러간 시간이 1시간이 막 넘었을 때, 조코비치의 훌륭한 백핸드 스트로크 받아치기가 왼쪽 옆줄을 따라 곧게 뻗어갔다. 서브권을 쥐고 있던 페레르가 비디오 판정을 요청했지만 노란 공은 흰색 줄에 걸치며 떨어진 것이 분명하게 확인되었다. 그렇게 열한 번째 게임을 조코비치가 따냈고 두 번째 세트를 마무리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타이 브레이크 뒤집기, 또 하나의 명승부

그러나 곧바로 이어진 다음 게임에서 조코비치는 네트 때문에 두 번 인상을 찌푸렸다. 하나는 자신의 쉬운 발리 샷 실수였고 다른 하나는 페레르의 스트로크가 네트에 맞고 살짝 넘어와 떨어져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타이 브레이크가 시작되었다.

두 번째 세트 타이 브레이크 초반에는 조코비치의 샷 실수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22개의 랠리가 이어진 여덟 번째 포인트에서 조코비치는 상대를 더 많이 뛰게 만들며 귀중한 점수를 따냈다. 바로 다음에 4-5로 역전을 허용한 페레르는 허무한 듯 라켓을 높이 던졌지만 평정심을 되찾기 어려웠다.

이 결정적인 순간에 조코비치의 포핸드 스트로크가 오른쪽 옆줄을 따라 뻗어나가며 빛났다. 결국 두 번째 세트를 끝낸 포인트는 끝줄을 넘어 조코비치의 발 앞에 떨어진 페레르의 샷 실수였다.

세 번째 세트부터 검은 색 상의로 갈아입고 나온 페레르는 첫 포인트부터 앞 뒤로 부지런히 뛰어다녔지만 조코비치의 능청맞은 샷을 따라가기에는 힘이 모자랐다. 거기에 조코비치의 10번째 백핸드 위너는 환호하는 관중들을 향한 서비스로 느껴질 정도였다. 테니스 기술의 아름다운 동작 중 으뜸이었다.

이제 스트로크 싸움이 길어질수록 페레르의 동작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그만큼 코트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조코비치의 위력이 제대로 빛나기 시작했다는 뜻이었다. 그 기세를 몰아 조코비치는 페레르의 서브 게임을 따내며 3-0까지 달아났다. 마지막 준결승 진출자를 결정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이 느껴졌다.

결국 세번째 세트 여섯 번째 게임도 서브권을 쥔 페레르가 샷 실수를 여러 차례 저지른 탓에 조코비치에게 헌납했고 조코비치는 멋짓 서브 에이스로 매치 포인트를 장식했다. 앞에 지나간 두 세트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30분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덧붙이는 글 ※ 2012 호주 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8강 결과, 25일 멜버른 파크(이름 옆 숫자는 시드 번호)

★ 노박 조코비치(1) 3-0 [6-4, 7-6{7TB4}, 6-1] 다비드 페레르(5)

★ 앤디 머리(4) 3-0[6-3, 6-3, 6-1] 케이 니시코리(24)

◎ 남자 단식 준결승 일정
☆ 노박 조코비치(1) - 앤디 머리(4) : 1월 27일(금) 시간 미정
☆ 로저 페더러(3) - 라파엘 나달(2) : 1월 26일(목) 저녁 5시 30분~

◎ 여자 단식 준결승 일정(1월 26일(목) 11시 30분~ )
☆ 빅토리아 아자렌카(3) - 킴 클라이스테르스(11)
☆ 페트라 크비토바(2) - 마리아 샤라포바(4)
노박 조코비치 다비드 페레르 앤디 머리 테니스 호주 오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